[월요논단]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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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 승인 2022-05-08 09:32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박병수 소장
오늘은 외국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중대한 인권문제가 발생할 때 가끔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들 생활의 일면이 알려질 뿐이다. 외국인 보호시설은 법적 체류자격을 상실했거나 국내법을 위반하여 강제퇴거 결정이 내려진 외국인이 자신의 본국으로 출국할 때까지 머무르는 보호시설이다. 따라서 외국인 보호시설은 국내에 체류 허가를 정상적으로 받지 못한 상태로 있다가 단속되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생활하는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 화재 사건을 계기로 정기적으로 주요 외국인 보호시설을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시행해 왔다. 그리고 보호 외국인들이 제기한 개별 진정사건을 통해 외국인 보호시설의 운영상황을 조사해 왔다. 이러한 조사를 통해 파악된 내용에 기초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외국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우리 정부에 다양한 사안을 권고해 왔다.

대표적 사례를 보자. 먼저 국가인권위원회는 외국인보호소 개별 보호실이 쇠창살로 되어 있는 폐쇄적 구조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고, 보호 외국인이 시설 내에서 일상활동의 자유를 더 확대하기 위해 시설의 구조와 운영을 인권 친화적으로 개선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외국인보호소에서의 장기간 보호는 사실상 기한 없는 구금이 될 수 있으며 기본권을 크게 제한한다고 보고 난민신청 등 보호 기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호 외국인에 대해서는 보호의 사유를 면밀하게 심사해 적극적으로 보호 해제를 시행하는 등 구금 대안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아동과 임산부, 환자 등 인권 취약계층을 위한 새로운 다양한 형태의 보호시설을 마련하고, 외국인 보호시설에서 보호 외국인에게 신체적 고통과 인격권 침해를 유발하는 과도한 장구 사용과 격리 등 강제력 행사를 최대한 절제하며 신체적 격리와 함께 CCTV를 통한 영상계호를 추가로 하는 경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되므로 특별계호는 필요 시 최소한으로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정부는 그동안 외국인 보호시설의 성격과 명칭에 걸맞게 구조와 운영 방식을 인권 친화적으로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예산과 행정상의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경기도의 외국인보호소에서 2021년 6월 모로코 국적의 30대 외국인에게 과도하게 수갑과 포승줄을 사용한 가혹행위 사건(일명 '새우꺾기')이 발생하자 법무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강도 높게 조사해 보호 외국인을 대상으로 법령에 근거를 두지 않은 보호장비 사용하는 등 인권침해가 확인됐다.

이에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등을 받아들여 보호장비 사용 규정 보완, 특별계호 절차·기간 규정 개선, 직무교육과 실태점검 등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했다. 또 올해 4월 7일에는 보호 외국인의 자율성과 권익 보호를 목표로 인권 친화적 개방형 외국인 보호시설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선 화성 외국인 보호소의 여성 보호동 철창을 제거하고 주간에 운동장을 상시 개방해 보호동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개방형 보호시설로 변경하고 인터넷 컴퓨터실과 휴대전화 사용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외부 소통과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향후 다른 외국인 보호시설도 지속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이와 같은 외국인 보호소에 수용 중인 외국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인권개선 조치가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것은 아쉽지만 이제라도 외국인보호소를 인권 친화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 앞으로는 이러한 조치가 사후 약 방문식이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선진국의 위상에 맞는 국가의 적극적인 조치로 외국인의 인권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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