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그대 한 표엔 희망의 지문이 묻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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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그대 한 표엔 희망의 지문이 묻어있는가?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2-05-30 10:31
  • 신문게재 2022-05-31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김재석 소설가
1948년 5월 10일은 아마 한국 선거역사에 길이 기억될 기념일이다. 해방 후, 그 혼돈의 시기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직접, 평등, 비밀, 보통의 원칙에 따라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가 치러졌다. 198명의 제헌의회 국회의원이 선출되고, 간접선거로 이승만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에 오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김구, 김규식 같은 해외에서 독립을 위해 누구보다 애썼던 독립운동가는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선거에 불참했다. 결국 이 선거를 계기로 남북한이 갈라섰고, 이승만의 뒷배경이 되었던 친일파는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해 득세한다. 정치권력에서 배제된 해외 독립운동가들은 이후 암살당하거나 6.25 전쟁이후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당시 선거에 나붙은 포스터는 더 인상적이다. '총선거 5월10일'이란 큰 글자 밑에 태극기와 독립문이 나오고, 사람들이 중앙정부수립을 위해 독립문 안으로 몰려가는 모습이다. '총선거로 독립문은 열린다.', '투표는 애국민의 의무, 기권은 국민의 수치.'라는 홍보문구의 아이러니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독립문으로 들어가서 국민의 주권을 대신해 달라고 친일파에게 표를 갖다 바치는 꼴이라니….'

한국 정당사를 보면 제헌의회에 참여했던 이승만 중심의 대한독립촉성국민회(이후 자유당으로 변경)가 여당역할을 하고, 한국민주당(국내활동 독립운동가, 일부 친일파 지주들이 결성)이 야당 역할을 하면서 오늘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란 두 양대 정당의 뿌리가 된다. 해방이후로 단 한 번도 이 권력구조는 깨지지 않았고, 친일세력의 청산은 꿈도 꾸지 못했다. 독립운동을 한 자식들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학교에서는 여전히 일본이 심어놓은 식민사관을 배우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중국 만리장성 밖에서 기원전 3천년도 넘은 홍산문명이 발견되면서 찬란한 고조선의 역사가 속속 드러나는데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밀리고, 일제의 식민사관에 물든 강단사학자들은 우리역사를 바로 세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역사에 만약이란 단어는 없지만 김구, 김규식 선생이 그때 제헌의회에 들어가고, 정당의 한 중심축이 되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정당 역사를 가지게 되었을까 늘 궁금하기는 하다. 남북통일정부란 대의를 꿈꾸었지만 국제적인 냉정시대에 현실정치의 흐름을 타지 못한 그들의 결정은 오늘날까지도 후손들이 그 짐을 떠안고 있다.

다시 선거의 계절은 돌아왔고, 내일 6월 1일, 제8회 지방동시선거가 실시된다. 1948년 첫 선거이후 7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러 번의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지형이 바뀌었고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승만 정권의 하야를 부른 3.15부정선거도 있었고, 성공한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정권도 있었고, 체육관에서 선거로 대통령을 뽑은 시절도 있었다. 이것이 정당한 선거냐고 되묻고 싶은 시기도 있었지만 선거를 통해 군사정권에서 민간정부로 권력이 이양되는 모습도 보았고, 중앙집권화된 권력이 지방으로 이전되는 지방선거 시대를 맞이하기도 했다.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선거가 꼭 민의를 대변한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민주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남북으로 분단되고, 내전까지 겪은 나라가 어떤 DNA를 가졌기에 선거를 통한 민주적 절차의 권력개편구조를 만들고 세계 10위권 안팎의 눈부신 경제선진국으로 성장한단 말인가!

선거를 통해 역사에 지문을 남긴다. 나는 우리의 집단지성이 선거를 통해 더 나은 결론을 향해 나아간다고 믿는다. 투표에 참여하고 내가 원하는 정당과 인물을 응원하고, 이 결정이 더 나은 우리의 미래가 되기를 희망하자.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유권자에게는 그 희망의 지문이 없다. 목숨을 내놓고 일제 36년간 독립운동을 한 민족지도자들이 첫 선거에 불참하여 치른 대가를 잊지 말자.
김재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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