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류 경제도시'와 문화유산

  • 오피니언
  • 월요논단

[기고] '일류 경제도시'와 문화유산

문인환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 승인 2022-07-24 08:18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2020031601001430000062401
문인환 국장
이제 '문화재'라는 단어도 과거의 유물이 될 날이 곧 올지 모르겠다. 올해 4월 문화재청은 60년간 써온 '문화재'라는 용어를 '국가유산'으로 바꾸고 많은 부분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을 모방한 현행 문화재보호법을 전면 개정해 새로운 '국가유산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문화재 행정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단순히 명칭 하나를 바꾸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우리가 문화재라 불러왔던 것들의 개념과 정의,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문화재가 일종의 재화로서 그 물성을 강조한 것이었다면 이제 '유산(遺産)'의 개념이 적용돼 우리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 개별 문화 '재(財)'를 넘어 그것의 역사와 정신, 가치로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당연히 행정의 영역 또한 일차원적인 보존이 아닌 계승과 활용, 현재를 넘어 미래로까지 확대될 것이다.

기본법의 제정과 함께 유형에 따라 개별 문화유산법들의 제정 또한 뒤따를 예정인데, 이 중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담긴 것은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이다. 현재도 근대문화유산은 일반적인 '지정'이 아닌 보다 유연한 보호제도인 '등록'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 새로운 법은 근현대문화유산에 대한 개념을 보다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활용을 위한 지원의 근거들을 분명히 하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그동안 등록기준에 필적하지 못해 문화재로서의 시민권을 얻지 못한 다수의 비등록 근현대문화유산들이 '예비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제도적 보호의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새로운 국가유산기본법 제정에 대전시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대전이 '근대도시'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전은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많은 국가등록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의 문화재 정책 또한 근현대문화유산에 그 역량을 집중해 왔다. '뾰족집 무단 훼손'과 '선화동 구 교장사택 화재' 등 흑역사도 있지만, 전국에서 가장 먼저 재개발지역에 대한 문화재 조사와 기록화 사업을 정례화했으며 최근에는 시등록문화재 제도의 도입과 함께 '옛 대전형무소 우물'을 시의 첫 등록문화재로 고시했다. 예비문화재에 해당하는 '미래유산' 제도도 신설해 다가올 국가유산기본법 시대의 정신과 취지를 타 시·도보다 앞서 실천해 왔다.



다음으로 기대를 가진 이유는 근현대문화유산이 ‘일류 경제도시 만들기’에 핵심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민선 8기 약속사업으로 국가등록문화재인 '대전육교'를 관광 자원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근현대문화유산의 신속한 전수조사와 함께 문화유산의 다양한 활용모델을 찾고 있다. 여기서 대전시가 고민하는 건 '경제도시' 앞에 붙는 '일류'라는 단어다.

기본적으로 모든 문화유산은 시민 모두가 차별 없이 향유 해야 할 가장 고급인 공공재다. 대전시의 지역내총생산액(GRDP)는 41조3000억 원이 넘고 올해 본예산은 7조2000억 원을 웃돈다. 대전은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니다.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를 개최할 만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크다. 그런 대전 앞에 우리가 다시 일류라는 단어를 붙인다면 거기에는 단순한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대전만의 고유한 매력, 이 도시의 시민이라는 자부심,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 거리를 걸을 때 느껴지는 대전이라는 도시의 사랑스러움 같은 것들이 그 기준에 추가돼야 할 것이다.

대전의 문화유산, 특히 우리의 일상 가장 가까이 있는 근현대문화유산은 그러한 '일류도시' 대전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재화가 아닌 공동체의 유산으로서의 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 부활할 '대전역 0시 축제', 대전의 명물 '성심당 튀김 소보로', 대전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 '소제동 철도관사촌의 좁은 골목길', '대전 식장산의 노을' 이 모두가 대전의 미래유산인 동시에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이 도시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다. 민선 8기 '일류 경제도시 대전'이라 쓰고 '문화유산 도시 대전'이라고 읽게 될 날들을 기대해 본다. /문인환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5 국감] "출연연 이직 대책 마련 시급… 연봉보단 정년 문제"
  2. 밀양시 홍보대사, 활동 저조 논란
  3.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4.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5.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1.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2.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3.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4. 박경호 "내년 지선, 앞장서 뛸 것"…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도전장
  5.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충청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1%, 국민의힘은 29%를 기록했다. 이어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에 달했다. 전국 평균으론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진보당 1%, 기본소득당 0.2%, 사회민주당 0.1%, 무당층 25%로 조사됐다. 충청권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