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택시 잡기와 공연 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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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택시 잡기와 공연 예매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 승인 2022-08-10 14:33
  • 신문게재 2022-08-11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최대원=세종시문화재단공연사업본부장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최근 서울에서 오랜만에 가까운 사람들과의 자리가 늦어져 밤 12시경에 택시를 타야 할 상황이 생겼었다. 전화기 배터리가 다되어서 겨우 꺼지기 전에 택시가 잡혔는데, 만일 이 택시를 타지 못하고 전화기가 꺼졌으면 정말 낭패였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용산역에서 택시를 타지 못해 밤에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여 1시간가량 타고 집에 온 경험도 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요즘 서울에서 밤에 택시를 잡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주말에 세종시 공연장 업무 끝나고 서울역이나 용산역에 늦게 도착하는 기차를 탄다면 1~2시간 기다려야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하다시피 된 지 오래다.

이유는 언론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코로나로 인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보수를 견딜 수 없어서 10만여 명 정도였던 기사수가 최근 7만여 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택시는 있어도 기사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사는 세종시 역시 택시를 타는 게 쉽지 않다. 기사님들에게 물어보면 택시 영업이 잘되지 않기에 기사가 별로 없고, 택시를 잡기 어렵기에 시민들은 택시 타는 걸 포기한다는 설명이다. 거의 모든 가정에 승용차를 보유하게 되고 지하철 등 많은 교통수단의 발전, 그리고 공유 자동차 등 여러 가지 새로운 대체수단으로 인하여 점점 더 택시업계는 어려운 상황으로 빠지는 것 같다.

과거에는 길가에 서 있으면 지나가는 택시를 잡을 수 있고, 택시 정류장에 가면 제법 택시들이 많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나가는 빈 택시를 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유는 거의 모든 택시가 앱 서비스를 통해 예약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편리한 기능이지만 나이 많은 어르신이나 앱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참 어렵고 불편한 시대라는 것은 문제이다.

공연을 예매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들이 있다. 최근에 필자가 근무하는 세종예술의전당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크리메라타 발티카가 함께하는 '조성진 그리고 쇼팽'이라는 공연을 기획하여 티켓오픈을 했다.

공연에 대한 안내와 티켓오픈 일시를 사전에 여러 경로를 통하여 안내하였지만, 재단 홈페이지와 예매처 홈페이지를 이용한 온라인 예매의 결과는 예매 시작 2분 만에 전 석 매진되었고, 이 경우 예매에 실패한 관객에게 불만 아닌 불만의 전화를 많이 받게 된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온라인으로 모든 예약이 순식간에 끝나는 일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필자가 기획하여 진행하는 공연에 본인 또한 온라인 예약에 실패하였다. 심지어 주요공연의 경우 빠른 온라인접속을 통한 티켓팅을 위하여 직장이나 집이 아닌 PC방에서 예매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라떼 이야기 같아서 좀 그렇지만, 과거에 온라인 예매가 없던 시절에는 시내 주요 예매처에 직접 가거나 전화예매가 주를 이루었다. 온라인보다는 방송 또는 일간지 등 활자 매체를 통한 홍보가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주요 일간지에 공연기사가 한 줄이라도 나가는 날이면 직원은 새벽 4시에 출근을 해야 했다. 정말 그 새벽에 신문을 보고 예약 전화를 하시는 분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그때 그렇게 부지런했던 어르신들은 요즘엔 거의 예매에 성공하지 못하실 거 같다.

온라인 예매를 대폭 줄이자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다른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웹 접근성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을 위하여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공연장도 전체 좌석을 온라인으로 예매하는 방식에서 일부는 전화예매나 현장판매를 하는 방법도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길 가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손들어 잡기 편했을 때와 담당자로서는 좀 힘들었지만, 새벽에 전화예약을 열심히 받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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