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47강 利他利己(이타이기)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47강 利他利己(이타이기)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12-06 10:4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47강 利他利己(이타이기) : 남을 이롭게 하면 자신도 이롭게 된다.

글 자 : 利(이로울 이, 날카롭다), 他(다를 타, 다른 사람), 己(자기 기)

비 유 : 남에게 봉사하고 베풀면 나에게도 언젠가는 그 보답을 받는다.

우리는 남을 위해 봉사하기는 어렵게 생각하고, 자신이 도움 받을 일이 생기면 도움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러나 평소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남을 위해 잘 봉사하면 그 보답은 크게 드러나 나에게 돌아온다.

조선 영조(英祖)때 전국에 금주령(禁酒令)이 내려졌는데 이따금씩 술꾼들이 밀주(密酒/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만들어진 술)를 담가 먹는 일이 발생했다. 이 소문을 들은 영조는 무과에 급제하여 선전관(宣傳官)이라는 벼슬에 있던 유진항(柳鎭恒)을 불러 암행어사(暗行御史)에 나설 것을 명(命)했다.

유진항은 임금으로부터 엄명을 받고 궁궐을 나서기는 했지만 밀주를 만들어 파는 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내고는 어느 여인숙으로 들어가 주인에게 많은 돈을 주고 며칠 동안 먹고 놀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아이고 배야! 사람 죽겠네!"

아침상을 물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항은 배를 움켜쥐고 방안을 뒹굴기 시작했다.

기겁(氣怯)을 하며 달려온 여인숙 주인은 유진항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어서 의원에게 갑시다. 내게 업히시오."

"아니오. 나는 배가 아플 때는 약도 필요 없고, 좋은 술을 조금 먹어야 낫는다오. 아이고! 배야!……."

"거 참 희한한 양반이군. 하필 술을 먹어야 낫는다니!"

주인은 술을 파는 곳을 알고 있는 듯했으나 금주령(禁酒令)이 내려진 터라 얼른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아이고. 주인장. 나 좀 살려 주시오."

주인의 낌새를 살피던 유진항은 일부러 더욱 큰 소리를 지르며 방안을 뒹굴었다.

"알았소. 몰래 술을 만들어 파는 곳을 내가 알고 있으니 조금만 참으시오."

주인이 대문을 나서자 유진항은 몰래 그의 뒤를 밟았다. 그리고 몰래 술을 빚어 파는 집을 찾아냈다. 유진항은 재빨리 칼을 뽑아들고 밀주를 파는 집으로 들이 닥쳤다.

"네 이놈! 감히 국법을 어기고 술을 만들어 팔다니! 어서 썩 나와서 무릎을 꿇어라."

유진항이 고함을 지르자 방에서 젊은이가 놀라서 뛰어나왔다. 젊은이는 유진항 앞에 무릎을 꿇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국법(國法)을 어겼으니 이 자리에서 당장 죽어 마땅하겠으나 죽기 전에 늙은 어머니께 마지막으로 절이라도 올리게 해 주십시오."

유진항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자 안에서 젊은이의 노모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문 밖으로 뛰어 나왔다.

"나으리, 제발 이 아이를 살려 주시고 제 목을 베어주십시오."

그러자 이번에는 젊은이의 아내가 뛰어나와서 울면서 호소했다.

"정작 술을 빚은 사람은 접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 나으리" 다시 젊은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 집안의 가장으로서 집안을 제대로 꾸려 나가지 못한 책임은 모두 저한테 있습니다. 부디 제 목을 치십시오."

서로 죽겠다고 나서는 세 사람의 마음을 읽은 유진항은 결국 칼을 내던지고 말았다. 선량(善良)한 그들을 차마 죽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일로 유진항은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다.

유진항이 10여년 만에 겨우 복직되어 강령(康翎/황해도)현감으로 부임한다. 그런데 그만 행정상 실수를 범하여 암행어사가 들이닥쳤다.

"그대는 고개를 들라."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유진항에게 암행어사가 말했다. 천천히 고개를 든 유진항은 깜짝 놀랐다. 암행어사는 바로 밀주를 만들어 팔던 그 젊은이였던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인데, 그대의 죄(罪)가 그리 크지 않으니 이번만큼은 용서해주겠다."

암행어사는 자리에서 내려와 유진항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결국 두 사람은 죽을 고비에서 서로의 목숨을 한 번씩 구해준 셈이 되었다.

'留人情이면 後來에 好相見이니라(유인정 후래 호상견/ 모든 일에 인정(人情/ 인자하고 따뜻한 정)을 남겨두면 뒷날 (만났을 때) 서로 좋은 낯으로 보게 된다.'(명심보감)

이 사건은 법보다 인간미의 따뜻함을 강조하는 사건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규정이나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가 성행하는 나라는 부패와 부정이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상이 되며, 그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권력에 의한 부정이나 위법을 감출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가정이나 조직, 나아가 국가는 나름대로의 원칙과 법규가 존재한다. 조직이 계속 이어져 나아가려면 그 조직에 필요한 원칙과 규정, 법규는 지키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그러나 법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되지만 원칙에는 반드시 변칙이 있게 마련이고 규정 뒤에는 눈물이 있고, 법 뒤에는 정상참작(情狀參酌)이 있다.

법과 원칙은 고수하되 인정(人情)상의 위규는 법보다 우선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

그래야 사람 사는 맛이 나기 때문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 국·공립 산림휴양시설 10월 동시 개장
  2. 경기 광주시, 환승부터 역동 개발까지 살핀다
  3. 해외 증권사 사칭해 현금·골드바 15억 가로챈 일당 검거
  4.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5. 최저 건보료 2만원 넘는데… 대전시 지원 기준은 18년째 ‘1만원’
  1. 충청권 성장엔진 이달 말 윤곽…반도체·방산·바이오 담길까
  2. 전기톱 들고 경찰과 대치한 20대… 특공대 투입해 제압
  3. ‘무궁화 축제에서 나라사랑 의미 되새겨요’
  4. 해외수출 앞둔 트위니 천영석 대표 "기술만큼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는 게 핵심"
  5. 여고생 유관순·양궁부 안중근… 대전교육청 AI 영상 인스타그램서 하루 만에 26만뷰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 완성의 중대 분수령… 특별법 연내 제정 총력전 돌입

행정수도 완성의 중대 분수령… 특별법 연내 제정 총력전 돌입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범국민적 연대 조직이 13일 공식 출범하며, 특별법 연내 제정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창립대회와 출정식을 개최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을 알렸다. 이번 대책위 출범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하고,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행정수도로 법제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행정수도 완성이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

[기획] 문화를 행정수도 핵심 산업으로… 시설 정체성 살리고 특화해야
[기획] 문화를 행정수도 핵심 산업으로… 시설 정체성 살리고 특화해야

'문화예술 도시 세종'을 향한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역 예술 꿈나무들은 설 무대를 찾지 못해 인근 타 도시로 향하고, 시민들은 문화공연을 즐길 시설이 부족해 문화 향유에 목말라 있다. 여기에 재정난으로 주요 문화시설 건립까지 지연되면서, 세종의 문화예술 인프라가 도시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은 언제쯤 행정수도를 넘어 시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고 예술가가 지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세종 문화예술 인프라의 현주소와 과제를 3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

대전 당정, 공공기관 유치·CTX 조기 착공 힘 모은다
대전 당정, 공공기관 유치·CTX 조기 착공 힘 모은다

대전시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조기 착공 등 지역 현안 해결과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해 공조에 나섰다. 특히 올 하반기 이전기관과 지역 선정 등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발표가 예정된 만큼 전략적인 공공기관 유치에 당정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는 허태정 대전시장과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박범계·조승래·장철민·박용갑·박정현·황정아 국회의원, 대전시와 시당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 ‘무궁화 축제에서 나라사랑 의미 되새겨요’ ‘무궁화 축제에서 나라사랑 의미 되새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