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너그럽고 넉넉한 사랑의 큰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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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너그럽고 넉넉한 사랑의 큰마음

이은봉 대전문학관 관장

  • 승인 2023-01-18 10:34
  • 신문게재 2023-01-19 1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이은봉
이은봉 관장
나는 지금의 세종시 지역에서 태어나 유소년 시절을 보냈다. 당시의 행정지명으로는 공주군 장기면 당암리 막은골……. 그런 뒤 고향인 그곳을 오가며 공주와 대전에서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속에는 아직도 세종, 공주, 대전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 아직도 내게는 세종, 공주, 대전이 그냥 충청도의 어느 한 지점일 따름이다.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내 마음속에는 세종정신이나 공주정신, 대전정신보다 충청정신이 좀 더 깊이 자리해 있다. 세종정신이나 공주정신, 대전정신을 십분 포괄하는 것이 충청정신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충청정신은 물론 선비정신에 기초한다. 선비정신은 인(仁)의 정신과 함께하거니와, 인의 정신은 당연히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은 연민(憐愍)의 마음, 곧 아주 큰 사랑의 마음을 뜻한다.

그러니 만큼 충청도 사람은 상대적으로 좀 더 큰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다. 싸우고 갈등하기보다는 서로 돕고, 협력하고, 보살피기를 좋아하는 것이 충청도 사람이다. 충청도 사람이 가슴에 서로 돕고 협력하고 보살피기를 좋아하는 '사랑의 강'을 갖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이때의 사랑의 강은 끊임없이 사랑의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금강의 정신과 무관하지 않다.



충청도 사람은 누구나 금강이나 금강의 지류에 몸을 맞대고 살아간다. 대전의 대전천, 세종의 모듬내, 공주의 제민천이 다 금강의 지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금강을 사랑하는 만큼 나는 대전의 대전천, 세종의 모듬내, 공주의 제민천도 사랑한다.

이른바 '마이카'의 시대인 만큼 대전, 세종, 공주는 공히 한 시간의 거리 안에 존재한다. 지금은 이들 세 도시 중 어디에서 식사 약속을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지킬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는 것이 이곳 사람의 형편이다.

대전의 대전천, 세종의 모듬내, 공주의 제민천, 그리고 금강을 사랑하는 만큼 나는 이들 시내와는 물론 금강과도 한바탕 놀고 싶을 때가 많다. 여기서 한바탕 놀고 싶다는 것은 이들 냇가나 강가를 걷고 싶다는, 달리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냇물 속에, 강물 속에 옷을 벗고 들어가 멱도 감고, 물고기도 잡고, 물장구도 치고 싶다는 얘기이다.

세종이 고향인 나는 어렸을 적 모듬내나 금강에서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고,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조금 커서는 냇물가나 강물 가에 쪽대를 대고 중태기나 모래무지를 잡으며 놀기도 했고, 투망을 던져 붕어나 피라미를 잡으며 놀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유등천에 놀러가 멱을 감으며 물속에 두 손을 넣고 물고기를 훔치며 놀기도 했다.

그때가 그립다. 자연과 더불어 놀던 때가, 특히 냇물이나 강물과 더불어 놀던 때가……. 지금은 대전의 대전천도, 세종의 모듬내도, 공주의 제민천도, 나아가 금강도 그저 멀찍이 바라보기나 하는 '그림의 떡'일 따름이다. 빤스(?) 차림으로 물속에 들어가 첨벙거리며 뛰놀 수 있는 곳은 이들 중 어디에도 없다.

나처럼 나이가 든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어린 친구들, 젊은 친구들에게서 시냇물이나 강물과 함께하는 서정의 추억을 빼앗는 것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일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삶에서 이처럼 서정의 추억을 빼앗아버렸을 때 그들이 온전한 마음을 갖고 온전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에서 시냇물이나 강물을 유폐시키는 까닭을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그곳이 심하게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수질오염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질오염이 누천년 냇물, 강물과 함께 살아온 사람에게서 그곳에서 뛰놀던 추억을 말살시키다니! 인간은 언제 다시 시냇물이나 강물과 더불어 뛰놀며 살 수 있을 것인가. 이러다가 대전, 세종, 공주 등 충청도 사람들이 자칫 너그럽고 넉넉한 사랑의 큰마음을 잃고 말까 두렵다./이은봉 대전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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