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64강 이완지밀(李莞之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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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64강 이완지밀(李莞之密)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5-16 15:48
  • 수정 2023-05-16 15:5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68강: 李莞之密(이완지밀) : 이완(조선 효종 때 훈련대장)의 치밀함

글 자 : 李(성씨 이/ 오얏 이), 莞(빙그레 웃을 완), 之(어조사 지), 密(빽빽할 밀)

출 처 : 국조인물고[國朝人物考, 고금청담(古今淸談)], 한국고사성어(林鐘大)

비 유 : 자기의 소임(所任)을 주도면밀(周到綿密)하게 처리하는 경우를 비유함

조선 제16대 인조(仁祖. 1595~1649) 때 무신(武臣) 이완(李莞. 1579~1627)은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순신(李舜臣)장군의 조카로서 장군을 보필했는데,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露粱海戰)에서 전사하자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독전(督戰)하여 승리를 거두게 했다. 정묘호란(丁卯胡亂) 때에는 압록강을 건너 싸웠으나 중과부적으로 패(敗)하자 병기고(兵器庫)에 불을 지른 후 뛰어들어 분사(焚死)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다르게 장난이 심하여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일곱 살 때, 하루는 아버지가 볼일이 있어 출타하고 큰 사랑이 비게 되었다. 완이는 넓고 깨끗한 장판방에서 혼자 놀다가 벼룩을 발견했다. 그는 벼룩을 잡으려고 쫓아다니면서 송곳으로 내리 찌르기를 반복했다. 삽시간에 방바닥이 송곳 자국으로 벌집처럼 되었다.

마침 청지기가 들어와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서 송곳을 뺏으면서 말렸다.

"도련님, 이게 무슨 짓이오? 아버님께서 돌아오시면 꾸지람을 들을 줄 모르시오?"

그러나 완이는 송곳을 뺏어들더니 아랫목 벽에 달라붙은 벼룩을 힘껏 내리 찔렀다. 그때 아버지가 외출에서 돌아왔다. 청지기는 넙죽 엎드려 벌벌 떨며 고했다.

"애기 도련님이 송곳으로 벼룩을 잡느라고 장판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래, 잡기는 했느냐?"

"네! 잡았습니다."

"그럼 됐다. 사내는 하고자 하는 일은 끝까지 해내는 그런 기백이 있어야 하느니라."

그러고는 아들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줄 뿐 망가진 장판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완의 집 밖에 조그마한 대장간이 있었다. 그곳의 대장장이는 주로 말편자(말발굽에 보조하여 다는 금속제 장치)나 징을 만들었는데, 편자를 만들면 땅바닥에 휙 던져두었다가 다 식은 후에 모아서 목판에 담았다.

이완은 가끔 밖에서 그 편자를 가지고 놀다가 돌아가곤 하였다. 대장장이는 대갓집 도련님이라 만지고 장난을 쳐도 그러지 말라고 야단을 칠 수가 없어 그냥 두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무심코 이완을 보니 편자 한 개를 집어 얼른 바지 속 사타구니에 끼고 어기적거리며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다음날도 그랬고 또 그 다음날도 그랬다. 대장장이는 괘씸한 생각이 들었으나 나무라거나 빼앗았다가는 괘씸죄에 걸려 좋지 못한 일을 당할까 두려워서 은근히 제지(制止)할 방법을 찾았다.

다음날, 대장장이는 이완이 나올 때쯤 되어 아직 다 식지 않은 편자를 마당에 던져두었다. 그런 다음, 이완이 편자를 훔칠 틈을 주느라고 슬그머니 뒷문으로 나가 문틈으로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방금 던져놓은 편자를 얼른 사타구니에 끼우고 일어서는 것이었다. 그러나 덜 식은 쇠라 그만 털썩 주저앉아서 엉덩방아를 찧더니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조금 있다가 이완이 큰 수밀도(水蜜桃/ 살과 물이 많고 맛이 단 복숭아) 두 개를 들고 나왔다. 대장장이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도련님, 그 복숭아, 저도 하나 주시구려."

"그럴까?"

이완은 선선히 내주었다. 대장장이는 얼른 받아서 덥석 한입 물었다. 순간 펄쩍 뒷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에쿠! 똥이잖아. 퉤! 퉤! 퉤!" 이완은 그제야 혀를 내밀어 약을 올리며 말했다.

"이놈! 양반을 속였는데 그 아가리에 똥이 안 들어갈까!"

얼마 뒤, 나라에서 갑자기 전국의 대장간에 칙령을 내렸다. 말편자 다섯 섬씩을 조정으로 보내라는 것이었다.

대장장이는 사람을 더 고용하여 밤낮으로 만들었지만 다섯 섬은커녕 석 섬도 만들 가망이 없었다. 그 소식을 들은 이완은 하인을 시켜 그동안 광에 쌓아 두었던 편자들을 모두 꺼내어 대장장이에게 보냈다. 대장장이가 크게 감읍(感泣)한 것은 당연했다.

세월이 흘러 효종(孝宗. 1619~1659) 때였다. 이완은 국방을 책임지는 훈련대장(訓練大將)이 되었다.

어느 날 밤, 모처럼 집에서 마음을 놓고 자고 있는데 긴급한 일이 있으니 즉각 입궐하라는 칙령이 내렸다. 그런데 깊은 밤중에 부르시는 것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조복 속에다 갑옷을 감춰 입었다. 대궐문을 막 들어서는데 일시에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왔다. 영문을 모르고 황황한 걸음으로 어전에 들어서니 효종이 말했다.

"허! 허! 허! 참, 장하오. 장수는 언제나 주밀(周密)하여야 하는데 과연 이 대장은 빈틈이 없구려. 내 이 대장의 마음 자세를 한번 시험하고자 함이었소."

담소를 나눈 뒤 퇴청하려 하자 효종은 황모대필(黃毛大筆)한 자루를 하사하였다.

이완이 집으로 돌아와 생각하니 임금이 대필을 준 데에는 무슨 뜻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칼로 붓대를 쪼개어 보니 돌돌 말린 종이 쪽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

"금일 인시(寅時)에 대장휘하의 군을 인솔하고 남대문으로 입성하여 삼문을 두드려라." 하는 명령이었다.

'성루에 쌓여 굳게 닫힌 남대문을 어떻게 진입할꼬?'

걱정이 앞선 이완은 잠시 생각하다가 군사들에게 자루를 하나씩 가지고 노들나루에 가서 모래를 담아 남대문 성벽에다 기대어 쌓게 하였다. 그러고는 날이 밝기 전에 군사들을 이끌고 남대문 성벽을 넘어 대궐로 진입하였다.

"상감마마. 지금 훈련대장 이완이 군사를 몰아 궐문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보고를 받고 뛰쳐나온 효종은 이완을 불러 노고를 치하하고 돌아가게 했다.

역시 효종은 국가안위를 책임진 대장으로서의 주밀함을 시험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북한에서 쏘아 올린 핵미사일이 우리의 머리 위를 날아 태평양으로 가는 총체적 위기에 놓여있다. 따라서 지금은 창조력 있는 이완 같은 그런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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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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