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기록-61]조동언 명창의 ‘특별한 공연‘…철원군 고석정서 ‘임꺽정 가(歌)’ 완창

[10년간의 취재기록-61]조동언 명창의 ‘특별한 공연‘…철원군 고석정서 ‘임꺽정 가(歌)’ 완창

‘책 10권분량 1시간으로 압축’…조동언 스타일, 소설처럼 섬세한 스토리
"임꺽정 고장 자부심'...강원도 철원문화원, 조 명창 응원
한번도 무대 내주지 않던 청주 중앙공원 ‘망선루’…조 명창, 첫 공연자 기록
괴산서 완창 마무리

  • 승인 2023-05-19 23:45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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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언 판소리 명창이 강원도 철원군 고석정에서 임꺽정가 완창무대를 선보였다. 남해웅 국립창극단(판소리 명창) 단원은 친구인 조 명창을 위해 북을 잡아줬다. 손도언 기자 k-55son@.
'하루난 양주(경기도 양주시)백정 임돌이가 혼인(결혼)해 자식 둘을 보았다. 첫딸은 아들을 바라다가 딸을 낳아 섭섭하다고 '섭섭이'이라 부르고, 뒤에 낳은 아들은 처음 이름이 '놈'이었는데, 외조부가 놈이 하는 짓을 보고 장래의 걱정거리라고 '걱정아, 걱정아'라고 부르던 것을 누이 섭섭이가 잘못 흉내를 내 '꺽정이'로 불렀것다'.

조동언(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 판소리 명창의 '중고제 창작판소리 임꺽정 가(歌)'의 한 대목이다. 이 대목은 어떻게 임꺽정 이름으로 불리게 됐는지 섬세하게 묘사됐다.

조 명창은 이 대목처럼 창작 판소리 임꺽정가를 벽초 홍명희 소설 '임꺽정'과 매우 흡사하게 묘사했다. 뿐만아니라 홍명희가 집필한 소설 문체의 리듬을 그대로 살려냈고, 스토리와 등장인물까지 원작소설과 비슷하게 전개했다. 특히 홍명희의 10권 분량의 방대한 이야기를 1시간으로 압축한 것은 백미(白眉)로 꼽히는데, '조 명창의 섬세한 스타일'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이 창작 판소리는 임꺽정 중심으로 제5막으로 구성됐다. 한마디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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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모 철원문화원 원장(왼쪽부터 4번째) 등 문화원 직원들이 철원군 고석정에서 임꺽정가 완창무대를 선보인 조동언 명창을 응원해 줬다. 손도언 기자 k-55son@
조 명창은 수년간 기획 끝에 '조동언 바디, 임꺽정가'를 완성, 전국 무대로 옮겨 완창한다. 조 명창은 김세종제 춘향가와 박봉술제 적벽가처럼 임꺽정가에 중고제 판소리를 녹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창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신만의 창작 판소리를 만들어 충청도 소리인 중고제를 전국에 알리겠다는 게 조 명창의 설명이다. 조동언 판소리 명창은 "흔히 충청도를 양반고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중고제는 양반들이 글 읽을 때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그래서 판소리가 평이하고 마치 시조 같은 느낌이다. 다이내믹하거나 속도감도 없다. 이런 것이 없다보니까 동·서편보다는 재미가 덜하다. 그러나 중고제는 충청도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잊혀진 충청도 소리의 선율 등을 임꺽정 판소리에 그대로 담아냈다"며 "'충청도 소리, 그러니까 충청도의 말투와 몸짓, 언어, 관습 등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임꺽정가를 만들어 전국 무대로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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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언 판소리 명창이 강원도 철원군 고석정에서 임꺽정가 완창무대를 선보였다. 남해웅 국립창극단(판소리 명창) 단원은 친구인 조 명창을 위해 북을 잡아줬다.  손도언 기자 k-55son@
조 명창은 지난달 22일 청주시 중앙공원에서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33번의 전국 공연을 펼친다. 33번의 공연 지역은 임꺽정의 흔적 등과 관련돼 있다. 특히 청주 중앙공원 망선루에서 펼쳐진 무대는 잊지 못할 공연으로 꼽힌다. 망선루는 건립된 이후, 한번도 공연 무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으로 이날 조 명창에게 내줬다. 그가 '망선루 첫 공연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는 현재 4번째 완창 무대를 선보였다. 5회부터 15회까지는 임꺽정의 고향인 양주시에서 판을 벌이고, 또 괴산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인 벽초 홍명희가 쓴 소설 임꺽정의 고장인 괴산군에서 마지막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또 소설 속의 주요 배경이 되는 안성, 철원, 제주도 등에서 임꺽정처럼 전국을 돌 계획이다.

특히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에서 펼친 4번째 공연은 매우 특별했다.

조 명창은 이날 철원군 고석정에서 임꺽정 완창을 소화했다. 남해웅 국립창극단 단원(판소리 명창)이 북을 잡았다. 조 명창과 남 명창은 수십년지기 친구 사이다. 그래서 소리와 북장단, 그리고 호흡 등이 완벽했다. 임꺽정가의 마지막 대목인 '더질더질'이 끝나자, 관중들은 박수와 환호로 응원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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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언 판소리 명창. 손도언 기자 k-55son@
사실 '철원 고석정' 완창 무대는 조 명창에게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고석정은 한탄강 중앙에서 우뚝 선 고석바위 등을 아우르고 있다. 임꺽정은 고석정 주변에서 활동했고, 동굴과 돌성을 쌓고 관군과 맞서 싸웠다.

조동언 명창은 "철원 고석정을 완창무대로 선택한 것은 철원이 품은 임꺽정 이야기가 풍성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자취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변모 했지만 이곳은 고석정 주변에 임꺽정이 관군을 피해 돌성을 쌓고 피신했던 장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 명창의 고석정 완창무대는 철원문화원 덕분으로 이뤄졌다.

김현모 철원문화원 원장은 "임꺽정의 활동 무대인 철원에서 임꺽정 판소리가 완창 돼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전국 공연에 나선 조 명창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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