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인공지능(AI)과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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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인공지능(AI)과 문화예술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 승인 2023-06-14 08:49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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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교수
생성형 AI와 제대로 된 대화의 물꼬를 트기도 전에 세계 최대 화랑인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에 AI의 그림이 걸렸다. 엄밀히 말하면 다큐멘터리 감독 베넷 밀러가 AI에 주문해 몇 초 만에 생성한 그림의 피그먼트 출력물이다.

이처럼 인공지능기술은 기계가 인간의 고유영역에 침투하고 인간과 경쟁하는 일이 현실이 될 수 있으며, 또 예술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문화예술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면 인공지능(AI)은 문화예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문화예술콘텐츠의 미래 시나리오(고정민 외.2020)' 논문에서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시나리오는 인공지능의 창의성이 인간의 창의성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창작과 작품의 관리가 가능한 영역으로 정리될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는 SF영화 'AI'에서 묘사한 인간과 로봇의 관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인공지능의 창의성이 인간을 추월하진 못했으나 인공지능의 작품을 관리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혼돈상태가 될 수 있다. 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 행동을 시작하는 단계를 이 시나리오의 예시로 볼 수 있다. 아직 인공지능의 창의성이 인간의 창의성을 넘어서지 못한 점에서 혼돈의 시대이지만 관리가 가능한 점에서 아직 파멸의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로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인공지능의 작품이 인간의 창의성을 넘어서고 인간이 이 과정과 작품을 통제할 수 있는, 즉 인간 예술가와 인공지능 예술가가 공존하는 인간 유토피아 시나리오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바이센티니얼맨(Bicentennial Man)'은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묘사한 영화로 여기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성을 넘어서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인간이 이를 관리 통제하지 못하는 기계 유토피아 시나리오다. 이는 파멸의 시나리오로 인간 예술가는 설 자리를 잃으며 문화예술이 인공지능에 의해 주도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영화 '아이로봇(I, Robot)'이나 '웨스트 월드(West World)'에 나오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로 이로 인해 문화예술 산업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선 어려운 일이다. 인간과 기술이 조화롭게 공존한다면 인공지능기술은 문화예술의 창작·유통·소비 측면에서 새로운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로 작용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예술가를 대신하는 위협적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어떠한 미래가 도래하느냐는 기술의 발달 방향과 이에 대한 우리의 관리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좀 더 오래 전으로 돌아가 보자. 1826년 사진기가 발명됐을 때, 기계의 힘을 빌어 만들어낸 시각적 이미지(사진작품)에 대해 사진기술을 과학으로 받아들여 사진은 한동안 예술과 벽을 쌓았다. 사진예술가는 '붓칠 한번 안 한 놈이 무슨 예술가냐'라며 온갖 조롱을 받았다. 이후 몇 십년이 훨씬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사진이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시각예술의 발전을 견인했다. 1960년 대중 미디어의 보급과 함께 비디오아트가 등장했고 백남준이라는 세기의 예술가를 탄생시켰다. 현재의 미디어아트는 이런 기반에서 발전할 수 있었다.

결국 새로운 기술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매체를 생성하고 예술은 그 매체를 통해 대중을 만나면서 기존 예술작품의 원본성과 일회성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AI)를 이겨 먹느냐, 동료가 되느냐가 아닌 창작자로서 존엄과 자존심, 도덕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간다움'은 창작의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각과 관점, 책임감과 이타심 같은 인간적인 감정 그리고 '나는 어떤 창작자인가'를 끊임없이 고뇌하려는 태도에 있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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