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6·25 전사자 유해 70여 년 만에 가족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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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6·25 전사자 유해 70여 년 만에 가족 품으로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6·25 참전용사 발굴 유해 합동 안장식
안장 전사자 3명… 고 오문교 이등 중사·고 최봉근·고 태재명 일병
전사자 유가족, "늦었지만 그간 그리웠던 가족 모실 수 있게 돼"

  • 승인 2023-06-22 17:31
  • 신문게재 2023-06-23 6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유가족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6·25 전사자 발굴 유해 합동 안장식에서 유족이 영현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 이성희 기자)
"그리웠던 오라버니를 드디어 모시게 됐어요.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입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6·25 전쟁에 참전했던 고(故) 태재명(1925년생) 용사는 73년이 지나서야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당시 9살이던 태화연(81)어르신은 오빠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20살 막 성인이 됐던 오빠(고 태재명)는 "오라버니 걱정말고, 꼭 돌아올게"라며 전쟁에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웃으며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두 달도 채 안 돼 전쟁터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에 가족들의 억장은 무너졌다.

전쟁이 끝나면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오빠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못 찾을 수 없는데, 전사했다는 사람이 우리 오빠가 아닐 수 있지 않을까?", "혹시 북한으로 넘어가 살아계시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렀지만 동생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가족의 유전자를 등록하면 오빠를 찾을 기회가 있다는 말에 2020년 DNA를 등록하기도 했다.



그녀의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작년 말 드디어 오빠를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녀와 발굴된 유해의 유전자가 일치했고, 그토록 찾았던 오빠가 맞았다.

태화연 어르신은 "살아 만나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라도 오빠를 찾아 모실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라며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적이 없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6·25 전쟁 전사가 유해가 70여 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22일 육군은 국립 대전현충원과 서울현충원에서 각각 6·25 전쟁 전사자 발굴 유해 합동 안장식을 거행했다.

이날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전사자는 모두 3명이다. 고 오문교 이등 중사는 1952년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했다가 1953년 7월 10일 23세 나이로 전사했다. 전쟁 당시 두 자녀를 두고 집을 떠나왔다던 고 최봉근 일병은 1950년 10월 1일 춘천-화천 진격전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사단에 소속됐던 고 태재명 일병은 1950년 안강 전투에서 전사했고,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다.

이날 안장된 전사자들은 국방부 유해발굴단에 등록된 유가족들의 DNA와 대조한 뒤 모두 신원 확인을 마치고 국가유공자로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었다.

고 최봉근 일병의 딸 최세희(가명)씨는 "유전자 검사를 받았을 때 못 찾을 거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그런데 정말 아버지를 찾았다니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라며 "3살 때 돌아가셨지만 항상 그리웠던 아버지를 이렇게라도 뵐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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