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나눌수록 커지는 것, 김홍도의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나눌수록 커지는 것, 김홍도의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05-04 09:28
  • 수정 2024-05-04 09:2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세상엔 나누어 가질수록 커지는 것이 있고, 작아지는 것도 있다. 아는바와 같이 사람 감정이 그러하다. 기쁨, 즐거움, 사랑, 행복 같은 것은 함께 할수록 커진다. 슬픔, 고통, 아픔, 불행 같은 것은 나눌수록 작아진다. 분노, 불안, 공포 같이 경우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것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커지고 작아지는 것이 좋고 나쁜 것으로 대비된다. 극대화하고 극소화하기 위해 함께 하는 것이다. 서로 이롭게 한다. 이렇듯 더불어 사는 것이 우리 인류의 지혜임에도 기피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아름다운 만남으로 기쁨과 즐거움이 배가된다. 아울러, 두고두고 회상하며 즐기기 위해 각종 기록으로 남긴다. 형상은 사진기가 없던 시절, 그림으로 남겼다. 계회도, 아회도 등이 그런 것이다.

조선 후기에는 아회(雅會)가 성행했다. 말 그대로 우아한 만남이다. 글짓기뿐만 아니라 서화와 음악도 함께 즐겼다. 예술을 매개로 함께 향유하는 것이 목적이요, 차와 술을 곁들이기도 했다. 이른바 풍류다.

영·정조시대 문예부흥의 주역엔 중인이 많다. 신분사회여서 사대부로 대우 받지 못했을 뿐, 산관, 역관, 율관, 의관, 화원 등 잡과 출신 전문인이요, 사회 중추 세력이다. 조선 후기에는 이들의 경제력이 강해지면서 독특한 문화형성의 주체가 된다.

여항문인 모임인 '송석원시사', '벽오사' 등의 시사는 고품격 문화예술 향유가 지향점이었다. 호화롭거나 난잡한 음주가무가 아니다. 허경진의 <조선의 중인들>에 의하면 나름의 규약도 정하였던바, 벽오사의 것이다. 옛 사람의 진솔한 뜻을 본받아, "사철의 아름다운 날을 가려 모인다." "밥은 소채를 넘지 않고, 술은 세 순배를 넘기지 않으며, 안주는 세 가지를 넘지 않고, 차는 계산에 넣지 않는다." "마음대로 책을 읽고, 흥이 나는 대로 시를 읊으며, 한계를 두지는 않는다." 등이다. 모임 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 시첩으로 만들기도 한다.

지금도 문인들은 이러저러한 글짓기 모임을 갖는다. 각자가 써온 작품에 대하여 의견교환과 비평하는 합평회가 주지만, 글쓰기 지향점이나 문학 이론 및 정보도 나눈다. 선인이 즐겼던 것에 비하면 다소 축소된 모양새다.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선인의 우아한 모습이 선망이었음은 분명하다.

사본 -ㅇㄹㅇㄹㅇㄹ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견본담채, 122.7 × 287.4cm, 국립중앙박물관> 6폭 병풍
문화재청이 2024년 4월 25일 새로 지정한 보물을 발표했다.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견본담채, 122.7 × 287.4cm, 국립중앙박물관> 6폭 병풍 과 <남원 대복사 동종>이다.

<서원아집도>는 1778년(정조 2년) 김홍도가 완성한 그림으로 '서원아집(西園雅集)'이 주제이다. 서원은 중국 북송대 영종(英宗)의 부마였던 왕선(王詵)의 집 정원으로 수도 개봉(開封)에 있었다. 그곳에 왕선이 당대의 유명 인사를 초청, 베푼 아회이다. 왕선 자신과 서화가 미불(米?), 소식(蘇軾), 소철(蘇轍), 왕흠신(王欽臣), 원통대사(圓通大師), 유경(劉涇), 이공린(李公麟), 이지의(李之儀), 장뢰(張?), 정가회(鄭嘉會), 조보지(晁補之), 진경원(陳景元), 진관(秦觀), 채조(蔡肇), 황정견(黃庭堅) 등 16인(진사도(陳師道)를 넣어 17인이 되기도 함)이 모여 시 읊조리고, 휘호 하고, 현금(玄琴) 타고, 담론을 즐기거나 석벽(石壁)에 제시(題詩)를 적고 있는 모습이다. 원 <서원아집도>는 이공린이 그리고 미불이 찬문을 썼다 한다. 이공린 그림은 전하지 않고 미불의 찬문만 전하는데, 후대 사람이 그리는 서원아집은 미불의 찬문이 바탕이다. 김홍도는 같은 주제의 8폭 병풍과 선면화도 남겼다.

그러나 실제 서원아집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이상적인 풍류모임을 상상하여 그린 것에서 유래했다하기도 한다.

이종수의 <이야기 그림 이야기>를 참고하면,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다. 서원아집이 열렸던 1086년 중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18세기 조선으로 옮겨 온다. 1폭과 2폭엔 예사롭지 않은 서원 입구와 사람 셋, 사슴이 등장한다. 사람은 주인공들의 시종일까, 뭔가 부지런히 나르고 있다. 3폭은 두 마리 학과 암벽에 글 쓰는 모습이 그려있다. 글 쓰는 사람은 미불이고, 바라보는 왕흠신과 벼루 받쳐 든 시동이다. 4폭은 오동나무 아래 병풍이 있고, 그 앞의 탁상에 놓인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이공린을 중심으로 5명의 문인과 시동 2명이 등장한다. 5폭에는 커다란 탁상위에 준비된 지필묵으로 휘호하는 모습이다. 소식의 무리 5명과 시녀와 시동 포함 8명이 등장한다. 6폭의 아래엔 비파 연주하는 진경원과 듣는 사람, 위쪽에는 강론하는 원통대사와 경정하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 태호석, 소나무, 버드나무, 매화, 파초, 학, 사슴, 고동(古董) 등을 적절히 배치하여 운치를 살리고, 등장인물의 특징과 인품 표현에 진력했음을 알 수 있다. 5폭에 쓰인 강세황의 제발은 대표적 등장인물과 김홍도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품격 있게 자신과 조직, 주위를 가꾸고 가다듬는 것은 자신과 사회를 고품격으로 만드는 일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 이번 주말 흐리고 전국에 강한 비…다음주 소나기 가능성
  2. 국내 마리나 산업·관광 '체류·체험형'으로 체질 개선
  3. 천안교도소,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 개최
  4. 천안시티FC, 든든한 파트너 후원사와 한자리에…상생 파트너십 강화
  5. 백석대 레슬링팀, 전국레슬링대회서 금 3·은 1·동 5 획득 쾌거
  1. 충남콘진원 입주기업 '빅펀', 글로벌 콘텐츠 제작 공모 선정
  2. 장기수 천안시장 당선인, 첫 행보로 민생경제회복 …천안사랑카드 100억원 추가 확대
  3. 연암대, 연암리빙랩 어드벤처디자인 경진대회 개최
  4. 중진공 충남본부, 도약 프로그램 선정기업 ㈜한도 현판수여식 개최
  5. 한국 축구 대표팀, 월드컵 2차전서 난적 멕시코 0대1 석패

헤드라인 뉴스


`영원한 2인자` 고 김종필 탄생 100주년, 중용·통합의 정신 기린다

'영원한 2인자' 고 김종필 탄생 100주년, 중용·통합의 정신 기린다

충청 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고 김종필(金鍾泌·JP·26년생) 전 국무총리 탄생 100주년 기념식과 제8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다. 김종필문화재단(이사장 조부영) 주최로 열리는 행사의 주제는 '사랑에는 후회가 없습니다'로, 민주자유당과 결별한 JP가 1995년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연합(1995년 3월 30일∼2006년 4월 7일)을 창당 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처음 한 말이다. 행사는 산업화와 민주화, 국민통합 시대에서 역할을 했던 운정(雲庭)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삶과 업적으로 재조명하고 대..

”더워도 월드컵은 못 참죠” 월드컵 야외 응원 나선 대전 시민들
”더워도 월드컵은 못 참죠” 월드컵 야외 응원 나선 대전 시민들

19일 오전 9시 30분,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광장.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멕시코 경기를 앞두고 월드컵 응원전을 위한 대형 전광판과 가림막 텐트가 마련돼 있었다. 이날 대전의 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오전부터 햇볕은 뜨겁게 내리쬐었고, 5분만 가만히 서 있어도 이마와 목덜미를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텐트 그늘 아래조차 후끈한 열기가 감돌았다.그러나 월드컵 열기는 무더위보다 뜨거웠다. 1차전 체코전 승리 이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도심 곳곳의 술집과 학교, 회사에서는 단..

"내년부터 10조 지원" 할 일 많아진 충청광역연합, 내실화 숙제
"내년부터 10조 지원" 할 일 많아진 충청광역연합, 내실화 숙제

6·3지방선거로 충청권 광역단체와 의회가 확 바뀌면서, 충청광역연합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 들어 대전시와 충남도의 행정통합 추진으로 결속력이 흔들렸으나 끝내 통합이 무산되면서, 광역연합의 역할이 오히려 부각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10조 원 규모로 권역별 전략산업을 지원하는 초광역특별계정 적용안이 검토되면서, 연합체제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연합과 연합의회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현재로선 연합장과 연합의회 원구성 인선이 이목을 끌고 있다. 19일 충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