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모든 것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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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모든 것은 진동한다!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4-08-27 14:39
  • 수정 2024-08-27 16:38
  • 신문게재 2024-08-28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현 프리즘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1928년 인도 물리학자 라만(C. V. Raman)은 레이저를 물체에 쏘인 후 튀어나오는 빛을 연구하고 있었다. 라만은 당시 유행하던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 입사한 빛의 파장보다 물질의 입자가 작을 때의 산란)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는데, 라만은 이 실험을 하던 중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특정 파장의 레이저를 물체에 입사하면 같은 파장의 빛이 튀어 나와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튀어나온 빛 중 일부에서 입사한 빛과 다른 파장을 가진 빛이 관찰되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정확히 대칭적으로. 예를 들어 파장 100인 레이저를 입사하였는데 튀어온 빛이 파장 100 이외에 파장 110과 90이 동시에 튀어나온 것이다. 이런 현상을 발견한 라만은 연구 끝에 이런 입사한 빛의 파장과 다른 파장을 가진 빛이 튀어나오는 것은 모든 분자들이 가지는 진동에너지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라만은 이 발견을 통해 물질의 분자 구조와 성질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고, 이는 후에 라만 분광법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화학 및 물리학 분야에서 중요한 분석 도구로 자리 잡게 되었다. 라만의 발견은 그의 연구와 실험에 대한 깊은 통찰력 덕분에 이루어진 것으로, 그는 이 업적을 통해 1930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세상에 있는 모든 분자들은 진동하고 있다. 연구 결과, 물체에 따라 튀어나오는 빛의 파장이 불규칙한 것이 아니라 정확히 대칭적으로, 매 실험마다 매우 규칙적으로 같은 위치에서 일정한 개수의 파장이 다른 빛이 나온다는 사실에서 이 분자들의 진동은 매우 잘 형성된 정해진 개수의 진동이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진동들을 노말 모드(normal mode)라고 한다. 이 노말 모드는 분자의 입자 수와 관계가 있다. 입자의 개수가 N이라면 노말 모드의 수는 3N-6이 된다. 입자의 수가 3인 물(H2O)의 노말모드의 수는 3(3x3-6=3)이 된다. 모든 분자 배열이 하나로 잘 정렬된 크리스탈(Crystal)의 경우에는 모든 분자들의 환경이 모두 같아 모두 하나의 분자구조를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 따라서 사파이어 덩어리에서 관찰된 사파이어 진동은 하나의 사파이어 분자에서 보이는 진동과 같은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세상을 단순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복잡한 전하의 이동을 전자와 함께 가상 입자인 '홀(정공)'이란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단순화하였고, 복잡한 야구공의 날아가는 모습을 초속도, 저항, 회전, 던진 각도 등 몇 가지 단순한 변수로 수식화하여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 수식은 실제 야구공의 움직임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한 나라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5000만명의 인구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약 1억 5000만 개의 진동방식을 가진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진동모드를 모두 만족시키며 나라를 경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떤 진동에 도움이 되면 또 다른 어떤 진동에는 역행을 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라의 지도자는 이 진동보드들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파이어 크리스탈은 수많은 입자들이 뭉쳐있지만 하나의 분자처럼 진동 모드를 보인다. 즉, 모든 분자들이 완전히 같은 특성을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나라를 만들면 최저의 노력으로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럴경우 완전한 전체주의적 국가가 되어버린다. 국민들의 자유는 억압되고 주위와 완전히 동일한 행동을 강요받는 사회가 된다. 즉, 국민들은 자신의 고유한 진동수로 진동할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완전한 자유와 완전한 억압, 이 둘 가운데쯤 어디에서 나라를 경영해아 한다. 진보든 보수든, 좌든 우든 지도자들은 상대적으로 비슷한 생각을 갖는 시민들의 뜻을 잘 대변하고 맞춤 정책을 개발하여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면서 성과를 내는 최고효율성을 달성해야 할 것이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는 상대에 대하여도 보완적 정책으로 협상하여야 할 것이다. 한 측변 완벽히 대변하는 것은 완전 안 하는 것과 완벽히 아무렇게나 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폭염의 기새가 조금씩 꺾여가고 있다. 어느 것이건 영원히 극단적일순 없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시원한 가을바람이 어서 불어오기를 바란다.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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