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시각 예술가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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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 칼럼] 시각 예술가로 살아남기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 승인 2025-03-19 17:09
  • 신문게재 2025-03-20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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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연 도자디자이너.
미술 창작자로 살아가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쉽게 말해 미술작품만을 창작해 돈 벌어 먹고 사는 게 어렵다는 말이다. 오히려 작품을 돈과 연결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작품을 소비하는 관객이나 수집가조차도 '돈'을 세속적인 것으로 치부한다. 고귀한 것을 창조하는 예술가는 원래 배고픈 것이라는 선입견이 지배하고 창조 행위가 마치 환상이나 신화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돈'은 예술가에게 매우 중요하다. '돈' 없으면 물감, 붓, 캔버스, 점토 등의 재료를 살 수 없다. 작업실 월세를 못 내면 집주인(하나님)에게 쫓겨나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진다. 궁여지책으로 예술가는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창작을 위해 돈을 쓴다. 오직 예술 창작을 위해 다른 직업을 갖는다. 결국엔 열이면 아홉이 창작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 열 중에 하나, 포기하지 않는 일인이 살아남아 예술가로 살다 죽는다. 이게 진실이다. 혹자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애써 포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창작자의 삶,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창작과 '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돈 버는 예술가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돈'이란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 지금 막 창작자의 길에 들어선 젊은 예술가 사이에서 창작과 돈의 관계는 거의 깨달음에 가깝다. 어떤 유형의 예술가가 성공하는가? 어떤 유형의 예술가가 돈을 잘 버는가?를 더 이상 숨기거나 쑥스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가로 성공하는 여섯 가지 유형'이라든지 '이런 예술가가 살아남는다' 등, 매우 자극적인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가 미술에 입문했던 80년대는 자칭 낭만의 시대였다. 누가 술을 더 많이 먹고, 학교 전공실에서 얼마나 지지고 볶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게 멋있었다. 심지어 이런 자칭 예술가들은 아르바이트까지 금기시했다. 오로지 학교 전공실을 맴도는 귀신이 되어야 했다. 아무도 돈 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치지 않았으며 스스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졸업과 동시에 사라지고 현실과 맞닥뜨렸다. 창작을 통해 만든 것이 돈 되게 하는 것이 매우 서툴렀다. 게다가 폼나는 '선생' 타이틀에 목메는 기간까지 겹쳐 지자 점점 돈 되는 창작과는 멀어지고 말았다.



30년 이상 시각 미술에 몸담고 있다. 어느 경계에 있는 공예가, 도예가로 불리고 싶지 않다. 필자는 그저 창작자다. 늘 만들고 기록한다. 만든 것이 팔리면 점토와 유약을 사고 다시 만든다. 그리고 내가 만드는 것의 과정, 특히 나만의 기술이나 특별함을 기록을 통해 소통하려고 한다. 블로그에 열심히 글도 올리고 여기저기 칼럼도 쓴다. 어찌 보면 글쓰기는 필자의 두 번째 직업이 되어가고 있다. 대부분 일반미술과 필자의 전공분야인 도자기제작 과정에 대한 글쓰기라서 완전하게 다른 직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 들어 만드는 일과 글쓰기가 40대 60이다. 이러니 '돈' 되는 일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십여 년 전 정년을 맞으신 은사님께서 스치듯 말씀하신 게 기억난다. 버텨라! 그때는 그게 옳은 것 같았다.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보겠지! 아직 기회가 있잖아! 그런데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된다. '돈'과 가까워지는 법을 솔직히 드러낸 유튜버처럼, 몇 해 전에 유튜브 채널도 개설하고 나만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도 운영하지만 혼자 하려니 쉽지 않다. 네이버에 가게도 만들었지만 변변치 않다. 집 짓는 일을 하는 친동생이 언젠가 말한 게 기억난다. 한 개라도 더 올려!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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