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종이 밖 세상 속으로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편집국에서] 종이 밖 세상 속으로

이은지 사회과학부 차장

  • 승인 2025-03-23 16:26
  • 신문게재 2025-03-24 1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증명 색보정
이은지 사회과학부 차장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한 달간 내가 가장 많이 내뱉은 단어 중에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부탁' 이다. 듣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이 단어를 요즘 밥먹 듯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흠칫 놀란다. 시작에는 늦은 때가 없다고 하지만서도 이건 뭐 늦어도 한참 늦었다.



유독 뒷북이 취미였던 과거를 생각해본다. 남들이 한창 열광하던 스타에게 심드렁하다 뒤늦게 빠진다던가, 종영된 지 한참이나 된 인기 드라마를 날밤 새며 몰아보고, 한물간 패션이나 인테리어에 꽂혀 심취하기도 했다.

20년 가까이 몰두해온 애증의 신문 편집을 뒤로한 채 취재 현장에 발을 담그게 된 것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하던 일' 하며 숙련도를 높여야 적합한 나이에 취재파트로의 전향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또 거창한 계획이나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었던 분야로의 시작은 더 늦기 전 지금이 가장 적절했다.

A4 사이즈 종이 속 글로 만나온 취재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보니 예상 못한 어려움도 많았지만 편집과는 또 다른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편집기자의 가장 큰 약점(장점이기도 한)이라면 바로 '현장에 없었다는 것'이 아닌가. 허나 지금 나는 현장의 최일선에서 사건을 보고 쓰고 전하며, 3인칭 시점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애로사항이나 속사정들을 절절히 체험 중이다.

사회부 발령 첫날, 내 일복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역에 큰 사건이 터졌다. 분위기를 익힐 새도 없이 투입된 현장은 영하권 날씨 때문인지, 심리적 위축 때문인지 유독 춥고 매서웠으며 그리고 또 배고팠다. 정신없이 시민 인터뷰를 하고 경찰의 브리핑을 실시간으로 받아 적으며 치른 '작은 신고식'에 동료들은 "몰아 배우는 게 났다"며 위로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왜 필드에 나와 고생을 자처하냐는 주변의 한결같은 반응을 웃어넘긴 이유는 결과야 어떻든 이번 뒷북이 개인적 성장과 삶의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 하나였다.

또 하나, 요즘 내가 하고 있는 부탁의 단어만큼이나 넘치도록 많은 격려와 응원, 한발 한발 취재 걸음마를 떼게 해준 선후배님들의 살뜰한 가르침도 나를 하루하루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벽을 무너뜨리면 다리가 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 때문에, 혹은 다른 이유로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심장을 뛰게 할 일이라면 뒷북 도전도 해볼 만하지 않겠냐고.

아직도 갈 길이 구만리인 중고 신입기자는 후배들의 뒤를 부지런히 따라가보련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1.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2. 더이상 세종시 '체육 인재' 유출 NO...특단의 대책은
  3.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4.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5. 세종시 교통신호제어 시스템 방치, 시민 안전 위협

헤드라인 뉴스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가운데 1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다시 한번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높다.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좀 더 진일보된 내용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대 정부 최초로 전 국민에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2주 차 부처 업무보고가 16일 시작된 가운데 18일에는 행정안전부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대전과 충남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추가 발언을 할지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하기 위해..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2026년 세종시 행복도시 신도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치며, 내년 청사진을 그려냈다. 이에 본지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각 생활권별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행정수도 진원지 'S생활권', 2026년 지각변동 오나 2. 신도시 건설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변화 요소는 3. 정부세종청사 품은 '1~2생활권', 내년 무엇이 달라지나 4. 자족성장의 거점 '3~4생활권', 2026년 던져진 숙제..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