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성취의 기쁨, 자격증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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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성취의 기쁨, 자격증 도전기

이지선 대전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25-04-03 16:15
  • 신문게재 2025-04-04 1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증명사진(이지선)
이지선 대전고등학교 교사
고등학교 특수학급에 근무하면 늘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이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하나라도 더 지도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다양한 경험을 하신 많은 선생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지 않기에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무엇을 준비시켜야 할지 늘 고민이고 어렵다. 주변의 여러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워드 자격증 취득을 위해 지도하신다는 것을 듣고, 우리 학생들에게도 워드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ITQ 기출문제를 뽑아 독학하며 학생들을 지도했다. 익숙하고 자주 사용하는 기능도 있었지만 내게도 생소한 기능이 있어 인터넷을 찾아보고 가르쳤다. 학생들은 기본적인 저장이나 표 입력, 간단한 단축키 사용도 어려워했다. 한 학기 내내 지도해 겨우 표를 스스로 만들 수 있었던 학생도 있다. 답답하기도 했지만 참고 인내하며 지도를 해보니, 학생들의 워드 작성 능력이 1년 동안 많이 향상된 것이 느껴졌다.

한 학부모는 학생이 방학 때 따로 컴퓨터를 배웠다며 교사가 시험 응시를 권유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올해 학생들이 자격증 시험에 도전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ITQ 시험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시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여러 방법을 알아보다가 'KT IT 서포터즈' 공문을 접하게 됐다. 주변 특수 선생님들께 KT에서 학교에 방문하여 수업을 해주신다는 것을 들었고, 만족도가 엄청 높았기에 주저 없이 신청했다. 그렇게 학생들은 자격증 취득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게 됐다.

너무 감사하게도 'KT IT 서포터즈' 사업에 선정이 돼 매주 화요일 3~4교시마다 KT에서 나오신 강사님께서 수업을 해주셨다. 목표는 하나였다. 학생들이 자격증을 따는 것! 학생이 많다 보니 수업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수업을 잘 이끌어주셨고 그에 맞춰 여러 선생님과 실무원 선생님,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강사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조금 더 쉬운 방법을 알려주시기도 하고, 시험 유의 사항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강사님 덕분에 시험에 대해 잘 알게 되니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자신감이 생겼다. 각 학생에게 더 쉬운 방법으로 알려주기도 했고, 시험 볼 때 조금 더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을 알려주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이 바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서 많은 반복과 큰 인내심이 필요했다. 열심히 가르쳤는데 일주일이 지나면 또 기억을 못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학생들을 격려하며 열심히 지도했다.

시험 2주를 남겨놓고 집중적으로 지도를 했다. 점심시간에도 연습하도록 하고 심지어 시험 기간 자습 시간에도 연습을 하도록 했다. 학생들도 기대 반, 긴장 반으로 열심히 연습했다. 우리의 D-DAY는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이었다. 디데이를 향해 달려가며 나는 꿈에서도 학생들에게 문서 작성을 가르쳤다. ITQ 시험 당일, 학생들이 시험을 잘 봤으면 하는 마음에 마지막까지 유의 사항을 전달하며 긴장하지 말라고 응원했다.

그 결과 13명 중 12명의 학생이 자격증에 합격했다. 그리고 아쉽게 합격하지 못한 학생 또한 큰 성장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교내에서 작은 행사를 개최했다. 교장,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과 교직원들이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때 학생들의 밝고 환한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신이 나서 선생님께 자랑하는 학생, 박수를 치며 서로를 축하해 주는 학생, 조용히 미소 지으며 기뻐하던 학생….

누군가는 고작 ITQ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복된 실패에 걱정하고 속상해했던 학생들이 오랫동안 스스로 노력해서 성취한 결과물로서 큰 의미가 있다. ITQ 자격증은 학생들이 이루어낸 성취이고, 성공 경험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제야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단순한 자격증이 아닌,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지선 대전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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