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구조화된 부조리와 악의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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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구조화된 부조리와 악의 고발

  • 승인 2025-04-17 16:49
  • 수정 2025-04-18 08:48
  • 신문게재 2025-04-18 8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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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당' 포스터.
영화의 소재는 신선합니다. 마약 수사를 위해 첩자 노릇을 하는 중간자가 있다는 것은 일반인에게 생소합니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해마다 느는 만큼 그들을 잡아들여야 하는 수사 당국의 부담도 따라서 가중됩니다. 마약 하는 사람들의 생리도 잘 알고, 수사 당국과의 관계도 원활한 첩자의 역할은 요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이 마약 수사의 첩자 노릇을 하는 '야당'이라는 일종의 창문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전통적인 누아르 영화가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사회상을 드러낸 것과 유사합니다. 법과 제도, 잘 포장된 질서와 이념의 이면에 드리운 어둡고 모순적인 실태를 고발하는 것입니다.



마약 행위라는 익히 알려진 악에 얽힌 수사 당국과 권력층의 악한 부조리 행태는 이보다 더 교묘하고 구조적입니다. 수사 책임자인 검사와 수사 대상인 마약 행위자 중간의 야당 이강수(강하늘 분)의 위상과 욕망은 아슬아슬합니다. 스스로도 마약계에 몸담았던 존재이면서 한편으로 검사의 권력을 등에 업고 범죄자들 위에 군림하려는 모습이 가소롭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야당 이강수의 면모가 검사 구관희에게서 발견되도록 한다는 데 있습니다. 구관희 검사는 가난한 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공부해 평검사로 한직을 떠돌다가 마약 수사의 활약을 기반으로 검찰 요직을 차지하고 마침내 최상위 권력에 접근합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역시 최상위 권력자에 의해 부려지고 이용되는 야당에 불과합니다.

영화는 이강수와 구관희의 유사성과 함께 차이점도 보게 합니다. 이강수가 자신의 위상과 욕망의 허망함을 깨우친 데 반해 구관희는 그것을 알지 못한 채 끝까지 권력에 집착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는 야당 이강수의 성장 영화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강수와 경찰 오상대의 의기투합과 복수전은 약자 연대의 승리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줍니다.



영화는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권력 구조의 모순과 부조리를 흥미롭게 드러낸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큽니다. 템포와 리듬이 시종일관 빠르고 긴박합니다. 여유로운 이완이 없는 긴장의 연속으로 인해 몰입이 흐트러지고 맙니다. 수많은 에피소드들 또한 긴밀히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떠다닌다는 느낌을 피하지 못합니다. 앵글 역시 과도한 클로즈업 등 답답하고 꽉 짜인 화면의 연속입니다. 결국 관객은 지치고 영화 안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합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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