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실 근무환경 어떻길래… 전국 15개 교육청 조리원 '결원 상태'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학교급식실 근무환경 어떻길래… 전국 15개 교육청 조리원 '결원 상태'

■전국학비노조 학교급식실 실태조사 보니
3월 대전 조리원 결원율 4%… 신규채용 2.5% 미달
3년간 평균 퇴사율도 39.6% 달해 '인력난 악순환'
고강도 노동·낮은 임금 원인… "법·제도 개선돼야"

  • 승인 2025-04-17 17:39
  • 수정 2025-04-18 10:34
  • 신문게재 2025-04-18 6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111
전국학비노조 제공
대전지역 학교 곳곳에서 급식 파행을 빚으며 급식 조리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급식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알리는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업무강도 완화를 위해선 인력 충원이 핵심인데, 현재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의 조리실무사가 결원인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신규 채용이 미달되고 채용된 인원도 절반 이상 자발적 퇴사를 하는 것으로 파악돼 대책이 요구된다.

17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조리원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상반기 학교급식실 실태조사에 따르면 3월 기준 대전지역 조리실무사는 정원 1422명 중 1366명이 근무해 결원율 4%로 전국 평균 수준이지만, 서울 등 일부 지역은 두 자릿수를 기록해 심각한 수준이다. 세종도 9%로 전국에서 4번째로 결원율이 높다. 신규채용 모집 현황에서도 대전은 237명 중 231명이 채용 돼 2.5%가 미달됐다. 전국 평균 미달률은 29%로 유일하게 대구만 158명 정원을 모두 다 채웠다.



학비노조는 조리원 인력난의 주원인으로 고강도 노동, 낮은 임금, 방학 중 무급을 꼽았다. 공공기관 평균보다 3배나 많은 식수인원을 담당하는 학교급식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신규 조리원들이 일을 하러 왔다가도 얼마 안가 중도 퇴사한다는 설명이다.

222
전국학비노조 제공
2022~2024년 조리실무사 의원면직(자발적 퇴사) 현황을 살펴보면 퇴직자 중 자발적 퇴사자 비율이 2022년 56.7%, 2023년 57.5%, 2024년 60.4%로 꾸준히 늘어 3년간 절반(58.2%)을 넘었다. 대전은 2022년 42%, 2023년 39%, 2024년 38%로 평균 퇴사율 39.6%를 기록했지만 세종은 평균 74.6%로 비교적 높았다.



조리퇴사자 현황을 깊게 들여다보면 전국 기준 평균 13%가 3개월 내 퇴사했고, 6.1%가 6개월 내 퇴사했다. 노조는 높은 업무강도와 처우 때문에 3개월 내 퇴사자가 6개월 내 퇴사자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6개월 내 퇴사자 비율은 2022년 17.3%, 2023년 18.9%, 2024년 상반기 22.8%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대전은 같은 시기 10.2%, 9.2%, 13.7%다.

노조는 앞서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와 교육당국에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개선이 없을 시 현재와 동일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리원 대부분은 신규채용 미달과 결원이 발생한 1년간 노동 강도와 산업재해 위험이 증가했다고 봤다. 최근 1년 새 의료기관에서 근골격계 질환 치료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조리원도 92.1%에 달했다.

이는 실제 조리원들이 학교에서 담당하는 식수 인원과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식수 인원이 차이를 보인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조리원 절반 이상은 100명 이상~150명 미만의 인원을 담당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적정 식수 인원으론 현재보다 1.5~2배 적은 60명 이상~80명 미만을 꼽았다. 또 결원시에도 반찬 수를 줄이거나 메뉴를 조정한 경험이 없는 경우가 92.2% 달했다.

333
전국학비노조 제공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과 제도개편을 통해 학교급식실 인력 기준과 운영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고 노동 강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양희 학비노조 대전지부장은 지역에서 발생한 급식 쟁의행위와 관련해 "준법투쟁을 하게 된 이유는 급식실의 심각한 노동강도 때문"이라고 밝히며 "산업재해에 이르는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신규 조리원들이 견디지 못하고 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학교에서 합법적 쟁의행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부당노동행위가 발생된 상황"이라며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급식실의 실태를 알리고 학생들이 건강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달라"고 말했다.

한편 설문은 2025년 3월 26일~4월 2일 전국 학비노조 17개 지부 6849명의 조리사, 조리실무사분과 조합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된 내용이다.
이은지 기자 lalaej2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1.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2. 더이상 세종시 '체육 인재' 유출 NO...특단의 대책은
  3.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4.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5. 세종시 교통신호제어 시스템 방치, 시민 안전 위협

헤드라인 뉴스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가운데 1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다시 한번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높다.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좀 더 진일보된 내용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대 정부 최초로 전 국민에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2주 차 부처 업무보고가 16일 시작된 가운데 18일에는 행정안전부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대전과 충남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추가 발언을 할지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하기 위해..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2026년 세종시 행복도시 신도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치며, 내년 청사진을 그려냈다. 이에 본지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각 생활권별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행정수도 진원지 'S생활권', 2026년 지각변동 오나 2. 신도시 건설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변화 요소는 3. 정부세종청사 품은 '1~2생활권', 내년 무엇이 달라지나 4. 자족성장의 거점 '3~4생활권', 2026년 던져진 숙제..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