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대전오월드에 환경 개선 촉구…‘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

환경단체, 대전오월드에 환경 개선 촉구…‘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

3월부터 12월까지 매월 진행되는 ‘구생없’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
대전충남녹색연합, 동물의 삶과 관람 경험 모두를 고려한 공간 필요성 제기

  • 승인 2025-04-22 17:08
  • 수정 2025-04-28 15:23
  • 신문게재 2025-04-23 6면
  • 김주혜 기자김주혜 기자
0I3A2567
사육장 바닥 위에 두 마리 곰이 가만히 누워있다./사진=김주혜 기자

대전시가 '동물원 재창조 사업'을 공표한 가운데,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자체적인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을 통해 대전오월드 동물 사육환경과 전시환경 개선을 거듭 촉구했다.

 

대전오월드는 현재 '동물원 재창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고 동물복지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9년까지 총 3100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적이고 동물 중심의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동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행동 풍부화' 시설을 확충하고, 더욱 넓고 자연과 닮은 사육장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해당 사업과는 무관하지만, 대전충남녹색연합은 2024년부터 '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란 슬로건 아래 진행된 '구생없'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해 왔다. 동물원 내 동물들의 생활환경과 복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활동이다. 3월부터 12월까지 월 1회씩 시민과 전문가를 포함한 10여 명의 인원이 참여한다. 이번 2차 모니터링에는 6명의 인원이 1~2종류의 동물을 각각 도맡아 약 2시간 동안 면밀하게 관찰했다. 

0I3A2565
대전충남녹색연합
4월 20일 오후 2시, 오월드 입구에 모인 모니터단과 함께 기자가 동행해 동물원으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안내 방송과 음악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불과 몇 발자국 옮기지 않아 바로 만나게 되는 동물들의 사육장. 첫 번째로 찾은 곰 사육장에서는 유럽불곰 한 마리가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며 정형행동을 보였다.

0I3A2637
안내문에 '헤엄치기와 나무에 오르기를 매우 좋아하고'라고 적혀있지만, 사육 공간 안에는 수영 공간이 없다./사진=김주혜 기자
곰 사육장을 지나치면 호랑이와 중형육식(표범, 재규어, 퓨마) 사육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헤엄치기를 좋아한다는 안내문 뒤로 보이는 재규어 사육장에는 수영 시설이 없었고, 호랑이는 사방이 개방된 공간에 노출돼 숨을 곳이 없었다.

모니터단이 관찰한 것은 동물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부분 관람객이 각 동물의 사육장에 3분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움직임이 없는 동물들에 무료함을 느낀 관람객들이 금방 자리를 뜬 것이다.

제목 없는 디자인 (10)
호랑이 주위로 관람객들이 빼곡해 숨을 곳이 없다./사진=김주혜 기자
크기가 작은 동물들의 사육장에도 어김없이 모니터링이 진행됐다. 1차와 2차 모두 사막여우를 담당한 초등학교 교사 박소리(35) 씨는 "개체 수가 많은 만큼 더 넓은 공간과 개체 간의 관계에 사육사들이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이날 해당 사육장에는 다른 개체의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은 개체들이 다수 포착됐기 때문이다.



ㅕㅕ
사막여우 귀에 상처가 있다./사진=김주혜 기자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올해 12월까지 매월 모니터링을 진행한 후,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대전도시공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구생없' 총괄을 맡은 대전충남녹색연합 자연생태팀 임도훈 활동가는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을 보며 말 못 하는 생명들의 권리를 누군가는 대신 말해야 한다고 느껴 자발적으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며 "오락을 위한 전시가 아닌, 보호와 복원의 기능만 남겨야 하며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주혜 기자 nankjh70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임영웅 VS 장윤정 전국구 트롯 신동 김태웅의 선택은?
  2. 대통령 방문에도 충청권은 빈손… 실망감 커
  3. [월요논단] 노무현 대통령의 꿈, 행정수도 완성(?)
  4. ‘시원한 물놀이로 무더위 날려요’
  5. 충청 보수야권, "행정수도 혜택? 이 대통령 충청인 농락"… 부글부글
  1. 李대통령 취임 첫 충청 찾았지만 홀대론 불식 역부족
  2. 대전 동구, '신촌누리길' 조성 완료
  3. 대전시, 아시아 최고 가성비 여행지로 우뚝
  4. 대전 중구, 대전 최초'모바일 행복e음' 선보여
  5. [오늘과내일] 최초의 근대식 학교 배재학당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와 미스매칭 반복… 최민호 시장, 서한문으로 노크

이재명 정부와 미스매칭 반복… 최민호 시장, 서한문으로 노크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인 최민호 세종시장이 이재명 새 정부와 계속되는 미스매칭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정당이 다르고 미래 세종시 비전에 대한 시각차가 분명한 만큼, 이는 불가피한 현실 지점으로도 읽힌다. 문제는 갭 차이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공통 분모는 행정수도 이전과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의 조속 추진, AI 국가첨단전락산업 특화단지 조성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종시가 대선 기간 제시한 26개 공약안 대부분은 수용되지 않았다. 정당과 무관한 지역 현안임에도 그러했다. 최 시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국가 메가..

레오 교황, 이재명 대통령·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사진 찍을까
레오 교황, 이재명 대통령·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사진 찍을까

레오 교황과 이재명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명의 만남에 대한 얘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7일 한국을 방문 중인 충남 논산 출신의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추기경)을 접견한 자리에서 나왔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한 접견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의 천주교회가 인권과 평화에 관심도 많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회복하는데 참으로 큰 역할을 해줘 국민을 대표해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천주교회와 관련한 현안 중에 2027년 가톨릭 세계청년대회가 있다”며 “가능하면 교황께서 오실 거 같긴..

식품·유통업계, 라면과 빵 등 50% 할인... 고물가 시대 서민 부담 낮아지나
식품·유통업계, 라면과 빵 등 50% 할인... 고물가 시대 서민 부담 낮아지나

정부와 식품·유통업계가 먹거리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들은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라면과 빵, 커피 등을 최대 50% 싸게 판매하기로 하면서 고물가 시대 서민들의 부담이 낮아질 전망이다. 7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식품·유통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안정 방안을 논의해 여름 휴가철에 가공식품 할인 행사를 하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은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가공식품 가격 인상률 최소화 등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6월 가공식품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6%..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0시 축제 ‘한 달 앞으로’ 대전 0시 축제 ‘한 달 앞으로’

  • 휴가철과 방학 앞두고 여권 발급 증가 휴가철과 방학 앞두고 여권 발급 증가

  • ‘시원한 물놀이로 무더위 날려요’ ‘시원한 물놀이로 무더위 날려요’

  •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