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대들이 쥔 건 권력이 아니라 집착이다

  • 전국
  • 부산/영남

[기자수첩] 그대들이 쥔 건 권력이 아니라 집착이다

  • 승인 2025-05-09 09:44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한 시대가 무너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됐고, 조기 대선은 6월 3일로 정해졌다.

정권은 붕괴했고, 민심은 기울었으며, 정치는 이제 새판을 짜야 한다.

그런데 그 모든 잿더미 위에서도 여전히 의자만 돌려 앉고 있는 손들이 있다.



불 꺼진 무대에서 아직도 자신의 순서가 남았다고 착각하는 자들이다.

그 손은 현 국민의힘 지도부다.

무너진 권력을 부여잡은 채 여전히 회의하고, 여전히 조율하며, 여전히 뭔가 해낼 수 있을 거란 환상에 머물러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상시 운영되고 있고, 대선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그들은 당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정치의 유물보존소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국민은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시장 바닥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가 지금 민심의 전부다.

"이 나라꼴, 이재명이 아니면 감당이 안 된다."

이 말은 이재명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국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자포자기의 표현이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여전히 표정이 없다.

공천 책임도, 정권 실책도, 민심 이반도 남의 일인 듯 넘긴다.

심지어 이번 대선도 또 한 번 내부 셈법의 장으로 변질될 조짐이다.

꺼진 불에 바람을 불어넣는 그 손짓은 정치가 아니라 습관이요, 의례처럼 반복되는 헛된 무용담이다..

보수가 다시 설 길은 하나다.

당을 리모델링할 게 아니라 철거부터 해야 한다.

페인트칠로는 민심을 감출 수 없다.

국민은 이미 '그 당'이라는 말에 피로감을 느낀다.

정치는 산이 아니다.

끝까지 오르는 자가 승리하는 구조가 아니다.

정치는 때를 알고 자리를 내줄 줄 아는 용기에서 완성된다.

이제는 젊은 세대에게 넘겨야 한다.

느리고 무거운 이념이 아니라, 빠르고 유연한 감각으로 국민과 호흡할 수 있는 이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게 정치다.

그게 보수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게티즈버그에서 링컨은 말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앞에서 그 문장은 마치 오래전 유물처럼 벽에 걸려 있을 뿐이다.

국민 없이 권력만 남은 정치에, 그 영혼은 이미 자리를 떴다.

하지만 국민은 늘 그렇게 새로운 길을 냈다.

길을 막으면 돌아가고, 판을 망치면 새로 뒤엎고, 지도자들이 길을 잃으면 직접 나서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마다 이 나라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정치가 희망을 주지 못할 때, 국민은 스스로 희망이 된다.

이쯤 되면 국힘 지도부도 깨달아야 한다.

정치의 중심은 청와대가 아니라 국밥집이고, 국회가 아니라 국거리 장바구니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세계백화점 앞 10중 추돌사고… 16명 사상
  2. 지역 9개 대학 한자리에… 대전 유학생한마음대회 개최
  3.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4. "광역교통망 수도권 빨대 효과 경계…지역주도 시급"
  5. 태권도 무덕관 창립 80주년 기념식
  1. [건강]대전충남 암 사망자 3위 '대장암' 침묵의 발병 예방하려면…
  2. 대청호 녹조 가을철 더 매섭다…기상이변 직접 영향권 분석
  3. [대입+] 2026 수능도 ‘미적분·언어와 매체’ 유리… 5년째 선택과목 유불리 여전
  4.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돌입…한화볼파크 계약 행정 실효성 부족 도마 위
  5. [편집국에서]배제의 공간과 텅빈 객석으로 포위된 세월호

헤드라인 뉴스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이 '마도4호선'이 60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태안 마도 해역에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 작업을 진행해 지난달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마도4호선은 10년 전인 2015년 처음 발견됐으나 보존 처리를 위해 다시 바닷속에 매몰했다가 10년 만에 인양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선박은 15세기 초에 제작된 조운선(세곡 운반선)으로, 전라도 나주에서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이장우 대전시장은 10일 주재한 주간업무회의에서 한화 불꽃축제 개최의 안전대책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확대, 예산 효율화 등을 지시했다. 이 시장은 대전시 한화 불꽃축제 개최와 관련해 "축제 방문자 예측을 보다 넉넉히 잡아 대비해야 한다"며 "예측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 안전과 교통에 있어 대책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구단은 30일 한화이글스 창단 40주년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념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및 엑스포다리 일원에서 불꽃축제를 개최한다. 불꽃놀이와 드론쇼 등 대규모 불꽃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 시장은..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8일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이 주최한 2025년 제9회 대전 유학생 한마음 대회를 방문했다. 대전 서구 KT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마주한 건 엄청난 활기였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투호 등의 한국 전통 놀이를 850명 가까운 유학생들이 모여 열중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와 아쉬움의 탄성, 그리고 땀과 흥분으로 데워진 공기에 늦가을의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식을 틈이 없었다. 이어진 단체 경기, 그중에서도 장애물 이어달리기는 말 그대로 국제 올림픽의 현장이었다. 호루라기가 울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