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국인 노동자 없이 버틸 수 없는 나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외국인 노동자 없이 버틸 수 없는 나라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승인 2025-05-21 10:36
  • 신문게재 2025-05-22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민병찬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하며 유엔 기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농촌 지역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하다. 2023년 기준, 농촌(읍면) 지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5.7%에 달하며,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5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4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출산율의 극단적 하락은 생산가능인구의 급감을 초래하며,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은 사실상 인구소멸 직전에 놓였다. 청년층은 줄고 고령자는 늘며, '누군가는 일하고 누군가는 돌봐야 하는' 사회적 균형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사회를 실제로 지탱하고 있는 힘은 무엇인가. 바로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건설현장, 농축산업, 제조업, 요양시설 등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받치고 있다. 특히 농촌에서는 이들이 없으면 한 해의 수확 자체가 불가능하며, 요양보호 분야에서도 외국인 간병인이 없으면 돌봄 체계는 무너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임시노동자'로 간주되며, 제도적으로는 배제되고 차별받고 있다. 현행 이민제도는 단기 체류와 고용주 중심의 구속적 구조, 가족 동반 금지 등을 포함해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하는 데 큰 장벽이 되고 있다.

2030년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0년에 비해 약 500만 명 줄어들고, 고령자는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고용이나 복지 문제가 아닌, 사회 유지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다. 필요한 노동력은 늘지만 이를 감당할 청년은 부족하고,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는 계속 늘어난다. 이 딜레마를 풀 수 있는 해법은 결국 '외국인과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이민을 통한 인구 보완과 사회 통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이민정책을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캐나다는 숙련이민자 유치와 정착 지원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화했고, 독일은 이민자를 위한 통합 프로그램, 언어교육, 주거지원을 통해 사회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조차도 고령화의 압박 속에 간병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인 기능인력을 적극 수용하고 있으며, 특정기능자 비자를 통해 장기 체류의 길을 넓히고 있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면서도 제도적으로는 배제와 차별을 고착화하고 있다. 다문화 아동의 교육 불평등,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 환경, 병원·금융 접근성 문제 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정책 미비를 넘어 '이민자를 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사회적 의지 결핍을 드러낸다.



조기대선을 앞둔 지금, 인구 감소와 노동력 공백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민정책의 전면적 전환이 시급하다. 외국인을 단기적 노동력이 아닌, 이 사회의 동반자이자 시민으로 수용하려는 포용적 관점에서 출발해야 하며, 주거·교육·건강·행정·시민권 등 모든 영역에서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는 통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어 교육과 직업 훈련, 다문화 통합 교육, 장기 체류 및 귀화 경로 확대 역시 필수적이다. 이민은 단순한 국경을 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누구와 미래를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집단적 선택의 문제다.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더 이상 한국의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들이 없다면 2030년의 대한민국은 일할 사람도, 돌볼 사람도, 살아갈 사람도 부족한 사회가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외국인에게 문을 닫는 것은 곧 우리의 미래를 닫는 일이다. 이민정책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이제는 외국인과 함께 살아갈 미래의 문을 열어야 한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시흥시, 별빛 축제 ‘거북섬’ 점등식
  3.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4.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5.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1.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2.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3.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4.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5. "일본에서 전쟁 기억은 사람에서 유적으로, 한국은 어떤가요?"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대전과 세종, 충북을 급행철도로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민자적격성조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CTX의 조기 개통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황 의원은 2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0번에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있고,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전국 접근성 개선에서 서울에서 1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접근 가능한 교..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 대전시가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유성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 교부세 신설이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