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AI 피싱 공격이 온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AI 피싱 공격이 온다

진승헌 ETRI 인공지능데이터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

  • 승인 2025-07-24 16:44
  • 신문게재 2025-07-25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724091743
진승헌 ETRI 인공지능데이터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
지난해, 한 다국적 기업의 홍콩 지사에서 충격적인 사이버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홍콩 지사 회계 담당자가 영국에 있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부터 온 것으로 추정되는 피싱 메시지를 받았는데, 비밀 거래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의심스러웠지만, 회계 담당자는 CFO로부터 화상 회의 초대를 받았고, 화면 속 인물은 외모와 말투까지 평소 알고 있던 CFO와 같았다. 회의에는 다른 동료도 참석했고, CFO는 긴급 인수 거래를 명목으로 자금 송금을 요청했다. 회계 담당자는 15회에 걸쳐 총 2억 홍콩달러(약 2500만 달러)를 송금했지만, 이후 본사로부터 해당 요청이 없었음을 확인하며 사기임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영상 속 인물들은 AI로 정교하게 생성된 딥페이크였고, 공격자는 유출된 이메일과 공개 영상 자료를 활용해 인물들을 정교하게 복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피싱 공격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과거 피싱은 어색한 문장과 출처가 불분명한 이메일을 무작위로 보내는 방식이었지만, 오늘날의 공격은 AI가 학습한 SNS 정보, 이메일 언어 습관, 심지어 실시간 합성 영상까지 동원해 정교하게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 교육기업 Hoxhunt가 2025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에는 AI가 만든 피싱 메시지의 성공률이 사람보다 31% 낮았지만, 2년 만에 오히려 24% 더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보다 더 설득력 있게 사람을 속일 수 있는 사회공학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변화는 '출처 확인'이나 'URL 점검'과 같은 기존의 피싱 예방 수칙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는 딥페이크 기술이 회의나 전화 통화에도 활용되면서, 낯익은 얼굴과 목소리조차 무조건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이고 일상적인 보안 실천이 필수적이다. 첫째, 영상과 음성의 자연스러움만으로 신원을 판단하지 말고, 대면 확인이나 내부 시스템을 통한 교차 검증을 거칠 것. 둘째, 모든 중요 계정에 다중 인증(MFA)을 적용해 계정 보안을 강화할 것. 셋째, SNS에 가족, 직장, 일정 등 민감한 정보를 올리는 것을 자제하고, 보안 설정도 주기적으로 점검할 것. 넷째, 송금이나 권한 변경 같은 민감한 요청은 영상 회의나 이메일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다른 채널을 통해 재확인할 것. 다섯째, 최신 공격 기법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하고, 보안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것 등이다.

AI는 방어와 공격 모두에 활용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사이버 보안의 전장은 이제 '인간 대 인간'이 아닌 'AI 대 AI'로 확장되고 있으며, 디지털 신뢰는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점검하고 지켜야 할 가치다. 이제는 단순히 '수상한 링크를 클릭하지 말라'는 조언을 넘어, 중요 디지털 상호작용에서 '3초 멈추고 다시 보기'와 같은 일상적인 보안 습관이 필요하다. 익숙한 사람의 메시지일수록 자동 반응하기보다 다른 채널을 통해 교차 확인하고, 송금이나 비밀번호 변경 요청에는 이중 확인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적 대응도 병행돼야 한다. 예컨대 화상 회의 내 실시간 딥페이크 감지 기능, AI 기반 이상 행위 탐지 시스템 등은 AI 위협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이들 기술은 여전히 발전 중이며, 실제 업무 환경에 적용되기까지 정확도, 처리 속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아직 도전 과제가 많다. 더욱이 공격자 역시 AI를 활용해 방어 시스템을 회피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어, 대응 기술 또한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디지털 신뢰는 기술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의 작은 보안 습관, 반복적인 점검, 교차 확인, 그리고 신기술에 대한 이해와 훈련이 모두 병행될 때 비로소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개인과 조직을 보호할 수 있다. 이 시대의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 조건이며, 신뢰는 이제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책임이다. 진승헌 ETRI 인공지능데이터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르포] "지하 파고, 흙더미 쌓인 트램 공사장"… 폭우 앞둔 대전 도심
  2. 허태정 대전시장 "무너진 시정 회복 시급…민생 최우선"
  3. [2026 제4회 전국 독후감 공모·독서콘서트] 학생부 금상 이소연 양 "앞으로도 책을 애정하는 지혜로운 학생 되고파"
  4. 반도체, 장관인사 이어 차관도 충청 홀대…19개부처 달랑 2명
  5. 한기대, STEP으로 기계설비 근로자 직무능력 맞춤형 교육 제공
  1. "지우고, 살리고…" 수장 바뀐 대전 3개 자치구 전임 정책 대수술
  2. 허태정 시장 "시민의 삶의 무게를 시정의 나침반으로 삼겠다"
  3. [문예공론] 이순(耳順)에 서서 예순의 문턱에서 쓰는 자서(自序)
  4. 대전 갈마동 노후 주거지 국토부 정비 지원사업 최종 선정
  5. [오늘과내일] 책임과 회피

헤드라인 뉴스


[르포] "지하 파고, 흙더미 쌓인 트램 공사장"… 폭우 앞둔 대전 도심

[르포] "지하 파고, 흙더미 쌓인 트램 공사장"… 폭우 앞둔 대전 도심

7월 3일 금요일 오후 5시 50분, 퇴근 시간이 한창인 대전 중구 오류동 인근. 왕복 도로는 트램 12공구(유천동 버드내아파트~문창동 보문교) 공사로 차로 폭이 줄어든 상태였다. 여기에 퇴근 차량까지 몰리면서 긴 정체가 이어졌다. 신호가 바뀌어도 차량들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도로 위에는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인도에는 '버스정류장 이용 불가. 100m 앞 임시정류장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판이 세워졌다. 공사장 외곽은 건설사 이름이 적힌 대형 가림막으로 둘러싸였고 가림막 사이로 들여다본 공사장 내부에는 깊게 파인 굴착..

`여름 보양식 금산의 맛 삼계탕 한자리에`…제6회 금산삼계탕축제, 7월 10일부터 개최
'여름 보양식 금산의 맛 삼계탕 한자리에'…제6회 금산삼계탕축제, 7월 10일부터 개최

금산의 10미 중 하나로 꼽히는 삼계탕을 주제로 한 '제6회 금산삼계탕축제'가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금산세계인삼엑스포광장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금산인삼의 기운을 담은 다양한 삼계탕과 스타 셰프가 참여하는 음식 프로그램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체험 행사, 시원한 물놀이 코너, 야간 공연까지 더해져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금산 삼계탕 판매코너'는 금산능이삼계탕 등 지역 맛집의 비법이 더해진 특색있는 삼계탕 메뉴를 선보인다. 또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스타 셰프와 음식 전문 유튜버가 함께해 축제 음식의 라인업을 새롭게 꾸며..

3대 메가 프로젝트 성공 위해 `속도전과 지방정부 역량` 중요
3대 메가 프로젝트 성공 위해 '속도전과 지방정부 역량' 중요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3대 메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속도전과 지방정부 역량'을 강조했다. '이벤트성이다', '불가능하다' 등의 일부 주장에 대해선 '협조하지 못하더라도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 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 회의'에서다. 회의는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와 서남권·충청권·영남권에서 열린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발표된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속도전을 위해 행정절차 지연 문제를 가장 먼저 언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맛비 내리는 대전 장맛비 내리는 대전

  •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 ‘개문냉방 안돼요’ ‘개문냉방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