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리더의 스타일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리더의 스타일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5-08-26 15:29
  • 신문게재 2025-08-27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해 여러 현안을 협의했고, 연이어 미국을 방문했다. 일전 신문에서 대통령이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스타일의 리더라,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은 힘들다는 대통령실 과학 수석의 기사를 얼핏 읽은 기억도 있고, 일본 총리와 미국 대통령(특히나 다른 나라 정상들을 힘들게 하기로 악명이 자자!)과 연속해 협의하려면 준비도 많이 필요할 텐데, 본인은 물론이겠지만, 참모들도 절대 쉽진 않을 테니 그 과학 수석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본 이시바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내용을 보면서 27년 전인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공동 선언을 떠올리게 한다. 두 경우 모두 경제, 문화, 인적 교류를 전면에 내세워 한일관계가 갈등의 굴레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협력의 길을 강조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 당시의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세부 내용 중에는 일본유학을 희망하는 한국 이공계열 학생들을 선발해 일본 각지의 국립대 이공학부에서 수학할 수 있게 학자금을 포함해 한일 양국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필자도 당시 유학생으로 제1기 김대중 장학생(정식 명칭은 아니었으나)들을 멘터링했던 적도 있었다. 필자가 귀국 후에는 국내언론에서는 관련 소식을 들을 기회가 없었으나, 이 프로그램으로 학부를 마치고 무사히(?) 박사 학위까지 받아서 국내 유수의 기업에 취업한 졸업생의 전언으로는 수년에 걸쳐 총 1000여 명의 학생이 배출됐다고 한다. 그 프로그램 수혜 유학생들과 주위의 평판도 좋았지만, 한일 두 정상의 의기투합이 보여준 한일 협력의 선례라고 판단된다. 현재도 여전히 한일관계는 미묘하지만, 당시의 한일관계도 과거사 정리 및 미래지향적 협력 기회가 필요했던 시점이라, 정치 철학과 경험이 풍부했던 두 정상 간의 전향적인 논의로 마련된 전기로 실질적 성과도 거두었다고 평가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외무상을 경험했고, 정치인으로서도 원만했던 오부치 총리가 뇌경색(일본 지인들은 부지런한 총리가 과로사했다고 안타까워했음)으로 쓰러지면서 양국에서는 결이 다른 정치지도자들로 교체되고,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역사 인식 갈등, 첨예한 안보 이해 충돌 등으로, 진전되는 관계라기보다는 답보·퇴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30여 년 전과 지금의 한일관계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정치, 경제 역량으로만 봐도 그 무게 중심은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공통으로 상호 안보에 기반을 둔 외교전략, 기술 협력을 통한 경제효과, 사회문화적인 교류 상승작용 등을 통한 공동 국가이익으로의 전략적 접근법은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협의에서도 과거의 '역사와 화해'에서 '미래와 공동번영'으로의 중심축은 이동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상호 지향적 협력을 강화하는 세부 실행 안들이 나오고, 또 이 안들의 실질적 결실이 있길 기대한다. 수소에너지, AI, 기후위기대응과 같이 유효한 과학 분야의 기술협력 안도 좋겠고, 고령화 사회, 출산율 저하, 수도권 집중과 같은 사회현상을 먼저 겪은 일본과 차별화된 정책수립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류를 통한 K-Culture 확산도 필요할 것이다. 한일 양국 지도자들에게 이전 김대중-오부치 시대의 '진정한 사과'와 '용기 있는 화해'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던 과거의 교훈을 되새겨, 양국의 미래지향적 비전 공유하는 새로운 관계 정립을 기대해 본다. 똑부 스타일의 대통령께서 굳이 일본을 거쳐 미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잡은 것은 일본과의 관계가 한미관계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은 우리의 역사 속에 온전히 각인된 생존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고, 이런 전략적 공조를 계기로 북한, 중국, 러시아와의 새로운 외교의 국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뻔히 눈에 보이는 이해관계에서 입바른 말처럼만 된다면야 어디 이처럼 쉬운 외교 관계가 있겠는가? 라고 생각되지만, 그렇게도 못하고 안되는 경우가 많았구나 싶다. 리더의 스타일을 똑부, 똑게(똑똑하지만 게으른), 멍게(멍청하고 게으른), 멍부(멍청한 데다 부지런)로 나눈다던데, 우리나라와 같은 국제관계에서는 어떤 스타일의 대통령이 좋을까? 아무리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사람의 운명처럼 행운이 작동한다 해도 멍청한 리더는 아니지 않을까?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동물원 '늑구' 생포 직전 포위망 달아나… "건강·은신구역 확인, 포획 가능성↑"
  2. 기자 눈에도 보였던 늑구 포획 실패한 이유는?
  3. '늑구'가 비춘 그림자…대륙사슴·하늘다람쥐 우리곁 멸종위기는 '진행중'
  4. 내달 통합 찬반 투표 앞두고 충남대-공주대 긴장 고조… 학생들 "의견수렴 부족"
  5. [속보] 與 대덕구청장 후보 '김찬술'…서구 전문학·신혜영, 동구 황인호·윤기식 결선행
  1. 제1회 부여국제히스토리영화제 개봉박두
  2. 안전공업 화재수신기 직접 껐다는 직원 진술 나와… 대화동공장 인화성 위험물 허가보다 2배 보관
  3. 5차 특구육성 종합계획서 빠진 공동관리아파트 활용… 추진 탄력 아쉬움
  4. 이재명 정부 과학기술 정책 일단은 '긍정'… 앞으로 더 많은 변화 필요
  5. '대전 도심 첫 폐교' 성천초 학교복합시설 공모 선정

헤드라인 뉴스


행정통합 충청 지선 뇌관 현실화…野 "정치 사기" vs 與 "추후 지원"

행정통합 충청 지선 뇌관 현실화…野 "정치 사기" vs 與 "추후 지원"

좌초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6·3 지방선거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 뇌관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 되고 있다. 정부 추경 예산안에 광주전남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예산이 누락 된 것이 트리거가 됐는 데 이를 두고 여야는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재명 정부가 매년 5조 원씩 총 20조 원 지원이라는 파격적 재정 특례를 내세워 통합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출범을 앞두고 기본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충청권에서도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 출범을 앞둔 광주전남통합특별시에 필요한 예산 177억 원이..

[세월호 참사 12주기] 정부·여야 추모…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되나
[세월호 참사 12주기] 정부·여야 추모…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되나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16일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위로를 전했다. 특히 사회적 재난과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도 힘을 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세월호 침몰로 인한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직접 참석한 건 역대 처음으로, 사회적..

김태흠vs박수현, 충남도 수성·입성 관심 고조… 관건은 천안·아산
김태흠vs박수현, 충남도 수성·입성 관심 고조… 관건은 천안·아산

6.3전국동시지방선거 충남지사 선거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김태흠 충남지사가 수성에 성공할지, 박수현이라는 새로운 도백이 탄생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 지사는 보령·서천 3선 국회의원을 지내다 민선8기 충남도에 입성,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도를 원활하게 이끌어왔다는 강점이 있다. 박 후보는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으로 청와대 대변인과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거치는 등 정부 여당과 원활한 관계 및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강점이다. 각자의 장점이 뚜렷해 상당한 접전이 예상된다는 게 지역정치권의 판단이다. 다만 양측 모두 천안·아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