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진정한 황금 혼문(魂門)을 찾아서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진정한 황금 혼문(魂門)을 찾아서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5-09-15 16:56
  • 신문게재 2025-09-16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재석 소설가
김재석 소설가
지금 세계적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줄여서 케데헌)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외국에서 만든 가장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이란 호칭이 붙었다. 더군다나 제작사도 전혀 이런 영화를 만들 것 같지 않은 일본계열의 미국회사인 소니 픽처스다. 물론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인 '매기 강'이다. 그녀는 5살 때 캐나다에 이민을 갔지만 한국문화를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고, 오히려 한국이었다면 더 제약을 받았을 소재로 멋진 애니메이션 한 편을 완성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란 걸 증명했다고나 할까. 아니면 K-컬처의 파워를 보여줬다고 해야 할까.

'케데헌'에서 인상 깊었던 설정이 악귀를 쫓아내는 데몬 헌터스가 무당의 계보를 잇는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마을의 안녕과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굿판을 벌였던 무당이 시대의 옷으로 갈아입고, K-팝 월드 스타로 등장해 노래와 감정, 팬들과의 유대로 악귀를 막는 방벽인 '황금 혼문'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한국 영성(靈性)문화코드를 재해석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굿판은 마을의 축제이면서 무사 안녕을 비는 제사였다. 신령과의 원한을 푸는 해원의 장이기도 했다. 무당은 춤과 노래로, 때로는 작두 위를 걷는 신비한 마법(?)으로 모인 이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하기도 하고, 신령과 인간의 영매 역할을 했다. 한마디로 마을의 스타였다. 그런데 그런 굿판이 현대에서는 사라지고 그들의 존재는 미신으로 치부되었다. 마을 공동체 영성문화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나도 만약 한국의 굿판이 부활한다면 '케데헌'의 콘서트장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K-팝 월드 스타인 걸그룹 3인방(그룹명 헌터릭스)은 가수이면서 악귀를 막는 데몬 헌터스이다. 그들이 부르는 '골든(Goden)'은 두려움과 거짓된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상처투성이인 나도 괜찮아. 우리가 함께라면 강해질 수 있어'란 메시지를 던지며 이 시대의 악령을 이겨나가자고 노래한다.



이 시대의 악령은 합리적인 사고를 가장하여 편을 가르고, 분열과 거짓된 팬덤문화를 만든다. 좌파와 우파, 흙수저와 금수저, 패권주의와 민주주의의 양극단을 조장한다. 영화에서는 데몬 헌터스인 '헌터릭스'에 대항하는 저승사자이자 남자 아이돌그룹인 '사자보이즈'가 그들이다.

'사자보이즈'의 리더이자 저승사자인 진우에게는 늘 과거의 망령이 따라다닌다. 과거에 겪었던 두려움, 거짓된 삶이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고 악령에 사로잡혀 다른 이들의 영혼마저 파괴하려 든다.

걸그룹 '헌터릭스'가 마지막에 부르는 치유의 노래 'What It Sounds Like'는 'The scars are part of me, darkness and harmony. My voice without the lies, this is what it sounds like(상처조차도 나의 일부야, 어둠과 조화로움. 거짓 없는 나의 목소리, 이게 바로 그 소리야)'라고 외치며 내 속의 빛을 드러내려 한다.

오늘날의 악령인 분열의 팬덤문화는 두려움과 거짓 속에 상처를 숨기고 있다. 과거의 망령에 시달리며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무당의 굿판이 마을공동체를 통합하고 영성문화를 만들었듯이, K-팝 전사들이 세계를 무대로 이 악령을 퇴치하고 노래와 춤, 연대를 통해 K-영성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금강 세종보' 철거 VS 가동'...시민 여론 향배는 어디로
  2. 한화 이글스 반격 시작했다…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에 7-3 승리
  3. 신탄진역 '아가씨' 성상품화 거리 대응 시민들 31일 집결
  4. [썰] 전문학, 내년 지선서 감산 예외 '특례' 적용?
  5.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임 위원장에 이은권 선출
  1. 충남대, 제2회 'CNU 혁신포럼’…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정책 대응 논의
  2. '수능약?' 전문의약품을 불안해소 오남용 여전…"호흡발작과 천식까지 부작용"
  3. [세상읽기] 변화의 계절, 대전형 라이즈의 내일을 상상하며
  4. "사업비 교부 늦어 과제 수행 지연…" 라이즈 수행 대학 예산불용 우려
  5. 한남대, 조원휘 대전시의장 초청 ‘공공리더십 특강’

헤드라인 뉴스


`빛 바랜 와이스의 완벽 투구`…한화, 한국시리즈 4차전 LG에 역전패

'빛 바랜 와이스의 완벽 투구'…한화, 한국시리즈 4차전 LG에 역전패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30일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KS, 7판 4선승제) 4차전을 4-7로 패배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LG는 이날 경기 결과로 시리즈 전적을 3승으로 만들며 우승까지 한 걸음만을 남겼다. 한화는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LG를 맞아 4-7로 패배했다. 먼저 득점을 낸 건 한화다. 4회 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오른 황영묵은 번트로 1사 2, 3루 기회를 만들었고, 다음 순서로 나선 하주석이 적시타를 쳐내며 선취점을 만들었다. 한화..

대전시, 상장사 성장 지원 본격화… 전 주기 지원체계 가동
대전시, 상장사 성장 지원 본격화… 전 주기 지원체계 가동

'일류경제도시 대전'이 상장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며 명실상부한 비수도권 상장 허브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역 기업의 상장(IPO) 준비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해 기업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2022년 48개이던 상장기업이 2025년 66개로 늘어나며 전국 광역시 중 세 번째로 많은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성장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시민 인식 제고를 병행해 '상장 100개 시대'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2025년 '대전기업상장지원센터 운영..

한화 김경문 감독 "김서현, 감독 못지 않은 스트레스 받았을 것"
한화 김경문 감독 "김서현, 감독 못지 않은 스트레스 받았을 것"

"감독 못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친구다. 감독이 포옹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LG 트윈스와의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구원 투수로 활약을 펼친 김서현 선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심우준이 9번에 다시 들어왔다. 어제 큰 힘이 되는 안타를 친 만큼, 오늘도 기운을 이어주길 바란다"라며 전날 경기 MVP를 따낸 심우준 선수를 다시 기용하게 된 배경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