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칭찬에 인색한 사회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칭찬에 인색한 사회

송기한 대전대 교수

  • 승인 2025-11-03 10:54
  • 신문게재 2025-11-04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송기한 대전대 교수
송기한 대전대 교수
일본에서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2명이나 나왔고, 지금까지 모두 합쳐서 31명이 이 상을 받았다고 한다. 한 해에 한 번 받기도 어려운데, 두 명이 동시에 나왔으니 일본 열도가 축제 분위기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수상의 분야가 화학을 비롯한 기초 과학 분야이다. 이로써 일본은 기초 학문 분야의 강국임을 또다시 세계에 알리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평화상에서 한 명이 나왔고, 최근 문학상에서 또 한 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일본과 인구 대비로 비춰볼 때, 적어도 10여 명 이상의 수상자가 배출되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차이란 도대체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그 이유 가운데 하나를 군사 문화의 유산에서 찾고 있다. 주어진 기간 안에 반드시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획일주의가 그것이다. 가령 연구진흥재단에서 3년의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면, 이 기간 안에 반드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문화다. 만약 그러하지 못하면, 연구비가 회수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차후 또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일정 부분 제한된다. 그러니 좀 부실하더라도, 또 연구 결과가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성과물은 어거지로라도 제출돼야 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기간 안에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기간을 연장해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에 걸쳐 지원해주기도 한다. 그러니 사소하고 미미한 대상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세밀한 탐구가 가능해지고, 그 결과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탄생하게 된다.

이 외에도 우리 사회가 노벨상을 남의 잔치로 치부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질투와 시기의 문화이다. 오래전의 이야기이지만 이런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있었다. 1990년대 초 학위 논문을 준비하려고 하숙을 하고 있었다. 마침 하숙집의 친척들이 일본에서 잠시 휴가차 방문했다. 그들은 일본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들과 아침에 식사를 함께하는데, 이들은 일본어로 대화를 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이나 일본말만 들어도 알레르기가 생겨날 정도로 거부감이 있던 시절이다. "당신들, 한국 사람인데 왜 일본어로 대화하느냐? 듣기 싫다"라고 일갈했다. 그랬더니 그들은 정중히 사과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그렇지만 우리 현실에 대해 좀 알아야 합니다. 내가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려고 하면, 운전기사는 내 짐부터 훑어보고 짐이 많으면 그냥 휙 가버립니다. 하지만 일본의 기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짐이 있으면 무조건 내려서 트렁크부터 열어줍니다. 이뿐입니까. 일본에서는 어느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잘 나가게 되면 격려해주면서 더욱 분발하도록 용기를 복돋아줍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누가 열심히 공부하거나 잘 나가기라도 하면, 뒤에서 그 사람 끌어내지 못해 안달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들과 대화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일찍이 이광수는 '민족개조론'에서 민족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를 열거하면서 "시기와 질투의 문화"가 조선 민족의 단결을 방해했다고 말한 바 있거니와 그것이 당쟁의 문화를 낳고 궁극에는 조선이 정체되는 본질이 됐다고 했다.

사돈의 팔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속담은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적층되어 왔기에 그것은 그 사회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반영한다. 역사성과 현재성이 내재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런 관점에서 시기와 질투의 문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사회에서 처음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나왔을 때, 아니 나오기 전부터 얼마나 많은 시기와 방해 공작이 있었나. 문학상은 또 어떠한가. 작품 속에 반영된 주제를 두고 역사관이 잘못되었느니 무슨 무슨 파니 하며 본질을 떠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지 않았는가.

칭찬은 상대방의 업적이나 행동에 대한 존중이고 궁극에는 나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 타인을 칭찬하는 사람은 뒤에서 헐뜯는 사람보다 늘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다. 칭찬이 많은 사회는 전진하고 시기와 질투가 많은 사회는 후퇴한다. /송기한 대전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육혁신 선도지역에 대전과 충남.충북 희비 엇갈려
  2. 서산 운산 역천파크골프장 18홀 시대 열렸다, 200명 친선대회로 화합 다져
  3. 홍성군민 700명 '송전탑 백지화 촉구' 총궐기대회… "주민 없는 입지선정위는 요식행위"
  4. 충남대 통합 재추진 속도전,,, 통합안 수정 여부 쟁점
  5. 서산국화축제 6일 화사하게 개막,고북 들녘 수놓은 국화 향연 펼쳐진다
  1. 천안시, 천안종합운동장 유료화 공사로 전면 통제...400면 임시주차장 마련
  2. 미분양 부담 커진 대전… 주택 인허가 감소에 공급 전망도 불투명
  3. 대전 학교 행정실 공무원 방학 중 재택근무 검토…근무환경 개선 합의
  4. '지각·중도 퇴장·불참' 어수선했던 충남도 국회의원 초청 설명회
  5. 허태정 "공공기관 유치 위해 시청사도 내줄 수 있다"… 대전 이전 희망기관도 잇따라

헤드라인 뉴스


대전역세권 개발 줄줄이 난항…쪽방촌 준공도 2033년으로 지연

대전역세권 개발 줄줄이 난항…쪽방촌 준공도 2033년으로 지연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 개발사업의 준공 시점이 2033년으로 또다시 미뤄질 전망이다. 쪽방 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낙후된 일대를 공공주택지구로 정비하는 사업인데, 토지·건물 소유주와의 보상 문제가 수년째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사비 상승으로 총사업비와 예상 적자 규모가 기존보다 3배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 되면서, 경영투자심사를 앞두고 사업 추진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복합2-1구역 개발 역시 원점으로 회귀한 점을 감안하면 대전 역세권 개발사업 전반의 사업성 확보와 제도 개선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연체율 44% 훌쩍... 연령대 낮을수록 연체 높아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연체율 44% 훌쩍... 연령대 낮을수록 연체 높아

서민금융진흥원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인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연체율이 44%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대출은 제도권금융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에서 돈을 빌리지 않기 위해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연체율은 2026년 9월 말 기준 44.3%를 기록했다. 대출잔액은 3140억 원, 연체잔액은 1391억 원이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잔액 중 원리금을 1개월 이상 연체한..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충남도, ‘맞춤형’ 전략 총력전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충남도, ‘맞춤형’ 전략 총력전

정부의 2차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발표가 임박함에 따라 충남도가 행정력과 정치력을 총동원한 유치전에 나섰다. 특히 1차 이전에서 제외된 충남의 특수성과 산업 기반을 연계한 '맞춤형' 전략을 앞세워 실리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4일 충남도에 따르면 도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대비해 준비 중인 핵심 전략은 산업 구조와 미래 성장 동력을 반영한 4대 기능군 중심의 '맞춤형 이전'이다. 충남도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기후에너지환경이다. 전국 최대 석탄화력발전소 집적지이자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이 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 윤석열 전 대통령 항소심에 쏠린 눈 윤석열 전 대통령 항소심에 쏠린 눈

  • 국가철도공단 사랑의 연탄 나눔 국가철도공단 사랑의 연탄 나눔

  • 미래 전장 누빌 다양한 무인차량 미래 전장 누빌 다양한 무인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