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두 갈래의 길, AI문명과 영성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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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두 갈래의 길, AI문명과 영성문명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5-11-03 16:53
  • 신문게재 2025-11-04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재석 소설가
김재석 소설가
요즘 APEC 정상회의에서 기업인으로 방문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의 행보가 유독 눈에 띈다. 특히 이재용 삼성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의 치맥 회동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한 미국 기업인의 행보가 이토록 관심을 받는 이유는 한국과의 인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 중에 하나인 엔비디아는 사실 한국의 PC방이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한 때 한국에서 PC게임 산업이 활황을 이룰 때, 전국에 PC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당시 고퀄리티 게임을 돌리기 위해 PC에 들어간 부품이 엔비디아의 지포스 그래픽 카드이다. 나도 조립식 PC를 구입할 때 꼭 엔비디아의 지포스 그래픽 카드를 주문했다.

이제는 세계적인 AI 부품기업으로 불쑥 성장한 엔비디아가 한국의 대기업인 삼성, 현대차를 만나 미래의 먹거리인 AI 산업 동맹을 맺으려고 하고 있다. 구글이나 네이버의 검색의 시대를 넘어 지금은 AI에게 물어보는 시대가 되었고, 아마 더 나아가면 AI자율주행차와 AI로봇이 우리 일을 대신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 초출해 보이는 치맥 회동이 AI문명을 리더하는 모임이라니!



요즘 AI에게 무슨 내용이든 물어보면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단 몇 초 만에 해답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는다. AI문명은 이제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은 '신의 영역'에 범접했다는 느낌이 든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에게 나의 과거이력, 현재, 미래 비전을 입력하고 점쳐달라고 하면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지가 궁금해진다. 아직은 나열식 지식인에 가깝지만 특이점(AGI :범용인공지능)을 넘어 현명한 지혜를 내놓는 현자와 같은 AI가 된다면 나는 당연히 AI를 신이라고 불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은 그런 기대감까지는 들지 않는다.

예전까지 인간이나 세상의 운명은 '신의 영역'이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무당으로 대변되는 점집이 많고, 예지력을 가진 수행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세상과는 별개의 영적 영역에 들어가 해답을 받아오는 식이었다. 그런 영역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논의는 별개로 하고서도 수많은 사람이 점을 치고, 영적인 예언에 대해 귀를 쫑긋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AI의 권위자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이제 미신이나 사후세계 존재보다 5년, 10년 뒤 AGI문명에나 대비하라는 식의 말을 자주한다. 사람들이 영적 세계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데 의존하다가는 앞으로 AI문명 시대에는 일자리를 잃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AI문명이 가져올 세상을 뉴토피아적으로 상상하지만 극단적인 계급사회가 될 것으로 본다. 상위 1%의 AI리더는 권리를 누리며 세상을 아래로 내려다볼 것이다. 99%의 사람들은 그들을 우러러보며 AI로 대체되는 일자리에 전전긍긍하거나 기본복지소득에 매달려 살아갈지 모른다. AI는 현명하게도 가진 자에게 더 충직한 모습을 보일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욱더 무엇을 해야 할까? AI문명으로 가는 명확한 미래지만 개인이 겪어야 하는 불확실한 미래이기도 하다. 이 두 갈래 길에서 나는 영적인 의존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닦는 수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AI가 유일하게 할 수 없는 것이 수행일 것이다. 생각을 비우고 침묵에 드는 것. 이 세상을 비움으로 그 이상의 영성을 탐구하는 것은 영혼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AI에게 현자의 대답을 기대하기보다는 수행을 통해 미래의 삶에 대한 스스로 예지력과 통찰력을 키우고 싶다. AI에게 물어본들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몫이다.

AI문명은 세상에 다시없는 진화의 기회이기만 인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문명이 될 것이고, '나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를 반복해서 되묻게 되지 않겠는가?
김재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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