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의정사태 그 후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의정사태 그 후

이원형 대전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승인 2025-11-20 16:47
  • 신문게재 2025-11-21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마취통증의학과 이원형 교수(반명함)
이원형 대전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가 돌아왔다. 흡사 치킨게임과도 같았다. 양 끝에서 서로를 향해 전력 질주하면서 서로 부딪혀 폭발하고 싶지 않으면 상대가 포기하기를 종용하는 상황이 무려 1년 반이나 지속됐다. '처단'이라는 문구가 날아들었고 밤새 세상이 혼미했던 순간도 비켜 지나갔다.

전공의가 돌아왔지만 그 결과는 예상한 대로 우려스러웠다. 소위 '필수의료'라 일컫는 각 과의 복귀 결과를 보면, 소아청소년과 13.4%, 외과 36.8%, 산부인과 48.2%, 심장혈관흉부외과 21.9%, 응급의학과 42.1%, 내과 64.9%로 나타났다. 이것을 비수도권으로 다시 세분화해 보면 소아청소년과 8.0%, 심장혈관흉부외과 4.9%, 산부인과 27.6%, 내과 48.5%로 떨어진다. 의료의 근간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에서 시작되건만, 참으로 안타까웠다.

병원을 떠나 1년 반 동안 각자도생에 안간힘을 쓰던 전공의들은 이전보다 성숙하고 단단해진 모습이다. 어떤 면에서는 좀 더 세속적이고 세상 물정을 알게 돼 자기주장이 확실해졌다고나 할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믿고 따르던 선배 의사들과 교수들은 그들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고(아마 도울 수가 없었을 수도 있다) 주위의 모든 상황은 그들을 향해 질타 혹은 압력을 가했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부재로 인한 여파들이 보도됐다.

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인가? 지난 2020년에도 수개월간의 전공의 파업이 있었다. 여러 정책 중 의사 수 증원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번에도 1년에 약 3500명인 의대 입학 정원에 2000명을 더해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이 발단이 됐다. 처음에는 밥그릇 싸움으로만 바라보던 사람들도 구체적인 숫자를 이해하고, 시간이 가면서 상황을 인식해 갔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하는가에 대한 명제는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단적인 데이터는 'OECD 국가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로, 회원국 평균은 3.8명, 우리나라는 2.6명이라는 데이터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적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한국 의료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가 밑바탕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의료정책 전문이 아니기 때문에 통계적이고 절차적인 확실한 관점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소위 OECD 국가라고 자부하는 해외 여러 나라에서의 연수, 학회 참석을 계기로 한 방문과 1년여의 거주도 하면서 그들 국가의 의료를 직접 경험해본 적이 있어 한국 의료와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대하는 해외 여러 학자를 만난 적도 있고, 해외로 이민을 떠났다 돌아와 살고 있는 환자를 진료한 적도 있다. 개인적인 경험과 불충분한 분석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내가 만나본 해외교포를 비롯한 외국인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을 매우 부러워하고 있다.

평균수명에 관한 데이터를 보자. 1977년 국내 의료보험이 처음으로 시작된 해의 미국과 한국의 평균수명은 각각 73.3세, 63세였다. 한국의 평균수명이 6년이나 짧았다. 그러나 2024년 기준 평균수명은 미국 77.5세 한국 83.5세로 역전돼, 반대로 한국의 평균수명이 6년이나 길다. 이는 스위스, 일본 다음으로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물론 1977년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득이 대폭 상승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도 평균수명 연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느 나라를 봐도 의료의 접근성, 효율성, 신속성 그리고 낮은 의료 수가를 겸비한 한국의 의료를 따라올 나라가 없다. 심지어 한 해외교포가 운영하는 유튜브에는 한국으로 돌아가 거주하면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이용해 오래 사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만 봐도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수준이 어떤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이원형 대전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피해자는 피눈물'...당진 학부모들, A시장 후보 아들 학폭 관련 '소명 촉구'
  2. "검은 연기 뒤덮은 서산"… 크레아 공장 대형화재, 11시간 사투 끝 진화
  3. [주말 사건 사고] 서산 공장 화재로 소방대원 2명 부상, 직원 6명 대피
  4. 대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 '손가락 2번 포즈' 요청에 보인 반응은?
  5. 원자력발전소 연료 만드는 대전공장…환경방사선 안정·기술수출까지
  1. 야구인 만난 허태정 후보, 박근혜 전 대통령 만난 이장우 후보
  2. 올 여름 충청권 평년보다 무덥고 비도 많이 내린다
  3. “집 가까운 병원에서 보훈 진료를…” 위탁병원 공개모집 관심 필요
  4. "표결집", "검증확대" 제안… 교육감 선거 주도권 경쟁 격화
  5. 반환점 향하는 공식선거전…與野 중원 혈투 점입가경

헤드라인 뉴스


여야가 본 충청 판세…충남 초박빙, 충북 격전지

여야가 본 충청 판세…충남 초박빙, 충북 격전지

여야가 7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충청권 판세와 관련 충남지사 선거전 승패를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초박빙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지사 선거전은 서로 승리를 예측하고 있으며, 대전과 세종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우세 지역으로, 국민의힘은 열세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는 중도일보가 충청권 여야 시도당위원장 등을 직접 전화 취재하고 정치권 관계자 및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금강벨트 4개 시도 가운데 유권자가 가장 많은 충남지사 선거전 판세는 그야 말로 시계..

박수현 "네거티브에 흔들리지 않아", 김태흠 "충남 위한 적임자는 나"
박수현 "네거티브에 흔들리지 않아", 김태흠 "충남 위한 적임자는 나"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가 기자회견, 간담회 등을 통해 네거티브에 흔들리지 않고 충남 발전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도지사 후보는 합동 유세 등에서 도정 성과를 앞세우며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26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손세희 더불어민주당 홍성군수 후보와 무소속 이두원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최근 네거티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지금 네거티브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겠다"라며 "네거티브가 중심이 아니라 충남의 미래를 놓고 경쟁하겠다"고 강조했..

4월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 10개월 째 한 자릿수… 대전·충북도 하락
4월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 10개월 째 한 자릿수… 대전·충북도 하락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0개월 연속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4월 전국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12개월 이동평균 기준)은 6.70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6.99대 1) 대비 0.2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달 14.52대 1)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전국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5월 14.80대 1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후 지난해 7월(9.08대 1) 한 자릿수 구간을 진입한 뒤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발전 적임자는 나’ ‘대전발전 적임자는 나’

  • 누굴 뽑을까? 누굴 뽑을까?

  •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꼭 투표합시다’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꼭 투표합시다’

  • 야구인 만난 허태정 후보, 박근혜 전 대통령 만난 이장우 후보 야구인 만난 허태정 후보, 박근혜 전 대통령 만난 이장우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