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소음과 언어를 통한 관계의 성찰 '윗집사람들'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소음과 언어를 통한 관계의 성찰 '윗집사람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5-12-11 17:12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51210_150011124
영화 '윗집사람들' 포스터.
층간 소음은 중요한 영화적 소재가 되었습니다. <노이즈>(2025)에서처럼 이 영화에서도 그러합니다. 아파트 윗집 부부를 초대하는 젊은 부부의 입장이 엇갈립니다. 밤 열 시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격렬하고 부담스러운 애정의 소리가 남편과 아내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입주 전 공사 소음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초대한 것이지만 남편은 과도한 소음에 대한 불만으로 초대 자체를 싫어합니다. 그러나 아내는 애정이 넘치는 윗집 부부에 대한 부러움과 호기심이 큽니다.

영화는 현수와 정아의 아파트에 초대된 윗집 부부와의 대화가 내용의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대화 이전에 앞서 언급했듯 층간 소음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났으므로 직업 등 소소한 이야기가 오갑니다. 그러나 이면에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데 그렇게 밤마다 시끄러운 것인가 혹은 아래층의 경우 어쩌면 그렇게 조용할 수 있는가, 부부 간의 관계는 이상 없는가 등에 대한 의심과 호기심이 깔려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랫집 남편 현수는 불만과 혐오가 폭발합니다. 도무지 예의라고는 없는 사람들이라는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나고, 자신들의 취향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취향과 태도에 호응하며 부러움을 표하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소음과 언어는 일종의 기호로 작용합니다. 상상을 통해 의미를 형성하도록 합니다. 소음과 언어를 통해 상상하는 타인들의 삶과 존재 방식에 대한 격렬한 반응은 영화적 흥미를 높여 갑니다. 그런데 영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격렬한 반응에 이어지는 자신의 관계성에 대한 성찰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상상하고 판단하게 하는 스스로의 삶과 존재 방식을 돌아보게 합니다. 또한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관계성의 모습을 들여다 보게 합니다.

대단히 연극적인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화해의 포옹을 하는 정아와 현수의 얼굴을 번갈아 보여주는 대목은 인상적입니다. 컷 분할로 이어진 이 장면은 연극에서는 보여 줄 수 없는 방식입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대사와 표정, 연기가 대단히 훌륭합니다. 특히 김 선생 역을 맡은 하정우의 연기와 감독으로서의 연출이 능청맞고 자연스럽습니다. 공고한 자기만의 세계 이면에 빈약한 관계성으로 허덕이는 세태를 성찰하게 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2.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3. 세종시교육청 '교육문화원' 공식 개원… 복합 교육문화 거점 노크
  4.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5. 가로림만 서산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서산, 세계유산도시 새 역사 열었다
  1. 신한철 전 중도일보 상무 별세
  2. [취임 인터뷰] 대전 역세권부터 빵타워까지…황인호표 동구 혁신 시동
  3. 민선 9기 대전시 조직개편 추진... AI와 시민에 방점
  4. 與 8.17 전대 순회경선 충청 현안 관철 "역량 모아야"
  5. 민주당 전대 양강 충청서 격돌…26일 정청래 대전·김민석 충남으로

헤드라인 뉴스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KAIST가 교내 안팎에서 이뤄진 창업 기업의 성과를 조사한 결과 6만1252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38조 9500억 원의 총매출을 일으킨 것으로 집계했다. KAIST 교원과 재학생과 졸업생이 창업하거나 그리고 학교의 지원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들 창업 기업 중 대전에 본사를 둔 경우는 전체의 23.1%이었고, 총 매출액 대비 대전의 비중은 7.4%에 불과했다. 국방과 기술(Tech), 바이오 등 대전의 연구성과를 지역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 KAIST창업원은 KAIST 출신 교원과 재학..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법원의 결정으로 회생절차를 이어가게 된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서는 일단 벗어났지만 정상 영업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긴급 운영자금 확보로 핵심 점포 재가동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체불 임금과 공공요금, 납품대금 지급, 협력업체 신뢰 회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DIP(긴급운영자금) 대출을 확보..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23일 오전 8시 20분께 대전 중구 오류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 등교 시간 학생들이 녹색 보행신호가 켜지자 횡단보도를 따라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마침 발 아래 바닥신호등도 초록불이 들어왔고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하던 보행자들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었다. 그러나 횡단보도 반대쪽 바닥신호등은 여전히 적색 신호를 유지한 상태였다. 서구 둔산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도 횡단보도 시작점에 설치된 바닥신호등 5곳 중에 2곳에서 LED 일부에만 불이 들어오거나 적색과 녹색 신호 모두 표시되지 않은 채 꺼져 있었다. 시민들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 ‘우린 더위 몰라요’…한화생명볼파크 썸머 페스티벌 ‘우린 더위 몰라요’…한화생명볼파크 썸머 페스티벌

  •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