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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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아쉬움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승인 2025-12-11 17:44
  • 신문게재 2025-12-12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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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많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구소에서의 업무는 연초에 그 해 수행할 사업들에 대한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시작되는데, 어느덧 그 결과를 정리해야 할 연말이 되었다. 엊그제 사업 수행 계획을 세운 것 같은데, 시간이 정신없이 흐르다 보니 계획된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급급했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돌이켜보면 더 내실 있게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아쉬움은 이제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했던 꿈을 되새겨보면 더 큰 아쉬움이 함께 밀려온다.

젊은 시절부터 수학을 업으로 삼은 학자로서 이루고자 했던 꿈은 테일러 정리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론을 만드는 것이었다. 테일러 정리는 수학의 이론이지만, 현재 AI라는 혁명적 발전을 촉발시킨 컴퓨터 기술의 근본적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주어진 함수에서 한 점의 함숫값과 그 점에서의 변화 정도(즉, 미분값)를 알면 그 점 주변의 모든 함수값을 그 한 점의 정보만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의 진정한 가치는 컴퓨터에서 미분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컴퓨터는 분리된 데이터(이산 데이터)에 대한 디지털 연산을 수행하기 때문에, 실수나 시간 등 연속적 데이터에 정의되는 미분과 같은 수학적 개념을 구현하기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미분은 변화의 정도를 수량으로 표현하는 것이기에, 최대·최소 문제 등의 최적화 문제나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뉴턴의 운동 법칙, 유체(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그리고 전자기학의 맥스웰 방정식 등을 기술하고 연구하는 데 핵심적인 개념으로 사용된다.

미분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그 유명한 뉴턴의 사과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뉴턴이 만유인력 법칙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사과는 (지구로) 떨어지는데 왜 저 달은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물체의 운동과 변화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변화의 정도를 표현하는 수학적 방법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천체나 물체의 운동을 방정식으로 표현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서 변화의 정도를 표현하는 수학적 방법이 바로 미분이다. 이렇듯 미분은 우주, 해양, 기후, 금융 등 자연계과 산업계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활용되는 과학적 도구이며, 컴퓨터를 통해 과학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분을 표현하는 기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 방법을 테일러 이론이 제공했으며, 따라서 이 이론은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해 선도하고 있는 AI와 함께 인류가 이룩한 과학기술의 진보에 핵심적인 근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수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논리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방법을 제시한 유클리드, 인류 최초로 무리수를 인식하게 한 피타고라스 같은 고대 수학자들과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 라이프니츠 등 중세 수학자들, 그리고 수학의 황제 가우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식으로 평가받는 오일러 항등식을 만든 오일러, 현대 수학의 아버지 힐베르트 등 근대의 많은 수학자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대학자들의 업적을 이해할 때마다 질문의 단순함과 증명의 명료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에 큰 희열과 감탄을 느꼈다. 하지만 매년 추진하는 사업을 수행하며 하루 하루의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사업의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어느덧 젊은 날 품었던 꿈은 까마득해진 지 오래가 되어버렸다.

필자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장학금의 지원으로 마쳤으며, 대학원에서는 등록금은 물론 기숙사 혜택까지 받아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국가와 사회의 배려와 지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이제는 무엇이든 사회에 기여해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 싶다. 하지만 기부로 보답하기엔 연구자의 삶이 녹록지 않기에, 그보다는 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자라나는 세대와 공유함으로써 그들이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또 그 꿈을 실현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함으로써 잃어버린 꿈에 대한 아쉬움을 메우고 싶다.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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