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49.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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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49. 시작과 끝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12-25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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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오늘, 이 칼럼을 마지막으로 '중도일보'에서의 연재를 마감하겠습니다. '중도일보'는 저와 인연이 많았습니다. 세 차례에 걸쳐 장기간 연재를 했기 때문이지요. 첫 번째는 시장 재직 때 '월요일 아침편지'라는 제목으로 수십 회 연재하였고, 두 번째는 '아침단상'이라는 제목으로 1200회가량 매일 연재하였습니다. 그리고 2023년 1월부터 지금까지 금요일마다 149회의 칼럼을 연재하였지요. 줄 잡아 1500회가량 연재하였기 때문에 제가 가진 모든 생각을 쏟아부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중도일보'에 감사드리고, 읽어 주신 독자들께도 더욱 고마움을 표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중도일보'에 기고할 기회가 있을 테지만, 지금까지처럼 장기간 연재는 하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소설가 박범신 씨는 어느 책의 부제를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될 문장들'이라고 했습니다. 박범신 씨는 '끝'이나 '마침표'라는 단어를 거부했습니다. 끝이라고 쓰는 것이 사실은 제일 무섭고,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될 문장들을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짧은 문장들이 당신들의 쉼표가 되었으면 좋겠다", "쉼표를 도미노처럼 릴레이로 나누어 품으면 세상이 좀 더 환해지지 않겠느냐?"라고도 했습니다. 저는 박범신 작가의 문장에서 마침표를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면서도 문장뿐만 아니라 세상일은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존재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침표는 아쉽고 슬프기도 하지만 어느 문장도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완성될 수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마침표는 다른 문장의 시작이기도 하므로 새로운 창조물의 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쉼보르스카는 '끝과 시작'이라는 유명한 시를 썼습니다. 그는 시작과 끝은 두 번은 없다고 하면서, 시작 전에 다른 끝이 있고 끝 이후에 다른 시작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시작에서 끝이 오고, 또다시 시작되는 것이 만물의 흐름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한 철학적인 논의도 많이 있지요. '존재와 변환'을 뜻하기도 하는데, 끝과 시작 사이에는 틈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 틈을 우리는 '지금'이라 부르며, 하나의 닫힘과 다른 열림 사이에는 '우리'가 있다는 것이지요. '순환과 전환'으로도 설명합니다. 해는 지지만 그 끝자락에서 새벽빛이 움트고 있지요. 한 걸음의 끝은 다음 걸음의 시작이며, 우리는 늘 그 경계 위를 걷는 것입니다.

오늘 저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을 쓰면서 이것은 하나의 인연을 맺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작이 있었고 끝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하나의 인연을 맺은 셈입니다. 독자들과 글은 끝났지만, 인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만남에는 늘 헤어짐이 따르지만 인연은 시작의 끝을 알지 못합니다. 함께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관계로 남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제가 쓴 글은 독자와 맺은 약속이었고, 오늘은 그 약속을 조용히 내려놓는 날입니다. 매일 한 편 또는 매주 한 편의 글은 독자와 저 사이를 잇는 작은 안부였습니다. 읽어 주신 시간만큼 우리는 이미 서로의 삶에 관여한 것이지요. 글은 저 혼자 쓰지만 인연은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이 연재의 가장 큰 의미는 완성이 아니라 함께 한 시간이었고, 오늘 마지막 글이기에 아쉬움이 남지만 이 아쉬움이 곧 인연의 증거이기도 할 것입니다. 글은 멈추지만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많은 현인들은 인연은 끝나도 그 의미는 끝나지 않는다고 말해왔습니다. 이 마지막 글을 쓰는 순간에도 이 인연이 남긴 온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동안의 시간 자체가 저에게는 큰 보람과 행복을 안겨주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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