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러] 지멘스-엔비디아의 ‘피지컬 AI’동맹 바이오제조 난제 풀까?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러] 지멘스-엔비디아의 ‘피지컬 AI’동맹 바이오제조 난제 풀까?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 승인 2026-01-11 12:09
  • 수정 2026-02-10 17:51
  • 신문게재 2026-01-12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센터장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최근 CES 2026에서 성사된 지멘스(Siemens)와 엔비디아(NVIDIA)의 전략적 동맹은 산업계 전반에 거대한 파고를 일으키고 있다. 200년 전통의 '제조 공룡' 지멘스의 도메인 지식과 'AI 제국' 엔비디아의 연산 능력이 결합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스마트 팩토리의 진화를 넘어, 우리가 그동안 정복하지 못했던 가장 복잡한 영역인 '바이오 제조' 분야에 혁명적인 전환점을 시사한다.

바이오 제조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생명체(세포)를 다룬다. 미세한 온도 변화나 용존 산소량, 교반 속도 차이에도 결과물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이른바 '블랙박스' 공정이 많다. 이 때문에 실험실에서의 성공이 대량 생산 단계에서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 기술과 엔비디아의 실시간 물리 시뮬레이션 모델인 '코스모스(Cosmos)'가 결합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핵융합 기업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CFS)가 '20년의 연구를 20개월로 단축' 논리는 바이오 공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존에는 수개월이 걸리던 배양 조건 최적화를 가상 공간에서 수만 번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경로를 단 몇 주 만에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약 후보 물질이 나와도 생산 공정을 잡지 못해 상용화가 늦어지는 바이오산업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젠슨 황이 강조한 '피지컬 AI'는 바이오 제조 현장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바이오 의약품 제조에서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인간에 의한 '오염'과 '숙련도 차이'다. 중력과 마찰 등 물리 법칙을 학습한 AI 기반 로봇은 복잡한 바이오실험이나 배양기 관리를 인간보다 더 정교하고 일관되게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는 한마디로 물리 법칙이 완벽하게 적용되는 가상 세계를 만드는 캔버스이자 협업 플랫폼이다. 단순히 그래픽이 좋은 3D 환경을 넘어 중력, 마찰, 유체 흐름 등 현실의 물리 현상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의 핵심 기반이다. 옴니버스 환경에서 학습한 로봇이 지멘스의 자동화 설비 위에서 구동될 때, 바이오 공장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공정을 수정하는 '자율형 공장'으로 진화한다. 이는 고도의 청정도가 요구되는 첨단 재생의료 및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에서 핵심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다.

바이오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무덤은 실험실 단계의 성공이 상업적 규모로 이어지지 못하는 '데스밸리(Death Valley)'다. 지멘스의 공정 관리 데이터와 엔비디아의 AI는 미생물 설계 단계부터 대량 생산 시의 유체 역학적 변화를 미리 계산해 준다. 전통적인 바이오 제조가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실제로 펩시코(PepsiCo)가 지멘스와 엔비디아의 기술을 도입해 공정 생산성을 20% 높이고 자본 지출을 15% 절감한 사례는, 대규모 배양 탱크를 운영해야 하는 바이오 의약품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험실에서의 연구 개발된 세포를 활용한 대규모 제품생산이 단순한 연구를 넘어 실제 '산업화'로 이어지는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된 셈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CDMO)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멘스와 엔비디아가 설계하는 미래 제조 패러다임에서 우리가 하드웨어 시설인 '몸체' 역할에만 머문다면, 향후 제조 공정의 핵심 지능은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지멘스의 '도메인 데이터'와 엔비디아의 'AI 두뇌'가 결합하는 이 시점을 엄중히 보아야 한다. 한국의 강점인 제조 현장 데이터를 빠르게 디지털 자산화하고, 이를 분석할 AI 인프라를 국가적 차원에서 결합해야 한다. 세상은 결국 제조업이 승패를 결정짓는 시대로 회귀하고 있으며, 바이오 역시 '연구'를 넘어 '제조'의 영역에서 국가 경쟁력이 갈릴 것이다. 지멘스와 엔비디아의 동맹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대한민국 바이오는 '지능을 가진 강력한 몸체'가 될 준비가 되었는가?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송언석 "이재명 대통령 표 무효 처리돼야"
  2. 한국스마트혁신기업가협회, 5월 가정의달 기념 인문학 특강 성료
  3. 李대통령 투표용지 노출공방 "선거법 위반" vs "억지공격"
  4. 문봉길 충남선관위원장, 사전투표 현장점검
  5. [세종시 동네 공약 해부] 어진·나성 표심 가를 핵심은… “문화·상권 활성화” vs “교육·정주환경 개선”
  1. 대청병원, KB라이프파트너스 HO&F지사 업무협약 체결
  2. 6·3 지선 사전투표 첫날 마감…대전 10.75%·세종 12.52%·충남 11.46%·충북 11.93%
  3. 장철민, 조상호 지원 사격 "세종의 새 미래 그려나갈 적임자"
  4. 소진공, 법률자문 등으로 폐업 경영위기 소상공인 법률지원 강화
  5. 박수현 "민선8기 성과 등 지적, 충남 현주소 파악하기 위한 발언"

헤드라인 뉴스


[대전MZ로그] `싼게 다 비지떡은 아니죠~`…요즘 핫한 다이소 뷰티, 인기 비결은?

[대전MZ로그] '싼게 다 비지떡은 아니죠~'…요즘 핫한 다이소 뷰티, 인기 비결은?

#.대학생 김규리(22)씨는 지난해부터 다이소 화장품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싼 가격 때문에 호기심으로 샀지만, 사용해보니 전문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과 비교해도 품질이 괜찮다고 느껴져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해오고 있다. 김 씨는 "가격 부담이 없다 보니 한 번 살 때 5개씩 구매한다"며 "처음에는 너무 저렴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막상 사용해보니 생각보다 품질이 좋아 계속 쓰게 된다"고 말했다. 요즘 2030 사이에서 다이소 화장품이 인기다. SNS 상에서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뷰티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 피부과 전문의들..

李 "투표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연이틀 투표 참여 강조
李 "투표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연이틀 투표 참여 강조

6·3 지방선거가 임박해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연이틀 투표 참여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31일 엑스(X)에 '정치 무관심의 대가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며 "투표에 적극 참여해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권력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주권자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달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에서 주권자의 침묵과 투표 포기는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며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국민이 맡긴 권력을..

"전의면 5평 사무실서 글로벌 기업까지" K-뷰티 이끄는 한국콜마
"전의면 5평 사무실서 글로벌 기업까지" K-뷰티 이끄는 한국콜마

"행정수도를 넘어, 자족도시로." 신행정수도로 계획된 세종시의 최대 과제는 자족 기능 확보다. 세종은 43개 중앙행정기관부터 15개 국책연구기관까지 행정·공공 영역의 인프라 이전을 토대로, 관련 서비스 산업이 일찌감치 타 시·도를 압도하며 초기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공공행정과 국방, 사회보장 행정 등 세부 영역의 산업 매출액은 인구 39만여 명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11조 원을 기록했으며, 도 단위 지역을 제외하면 서울에 이어 두 번째 규모로 올라섰다. 인천과 대구, 부산 등 국내 대도시를 모두 앞서는 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소중한 한표 행사하는 시민들 소중한 한표 행사하는 시민들

  • 사전투표하는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사전투표하는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함께 투표하는 박용갑 국회의원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함께 투표하는 박용갑 국회의원

  • 사전투표소 설치 사전투표소 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