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대전·충남 통합의 성패는 ‘노인의 하루’가 가른다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대전·충남 통합의 성패는 ‘노인의 하루’가 가른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주평통 대통령자문위원

  • 승인 2026-01-13 11:16
  • 신문게재 2026-01-14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민병찬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 논의가 힘을 얻으려면, 구호보다 먼저 '통합이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그 성패는 노인의 삶에서 갈린다. 대전은 2025년 12월 말 기준 65세 이상 비율이 약 19.1%이고, 충남은 약 23.4% 수준이다. 충남 내에서도 천안·아산·계룡처럼 상대적으로 젊은 도시가 있는 반면, 서천·부여·청양처럼 고령화율이 40%를 넘는 군 지역도 존재한다. 같은 광역권 안에서 노인의 생활 조건이 이처럼 다르다면, 각자도생 방식의 노인 정책은 한계가 분명하다.

통합의 목표를 '규모의 경제'로만 잡으면 곧바로 반발을 부른다. 통합이 정당성을 얻는 길은 단순하다.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의료·돌봄·이동·주거를 생활권 단위로 묶어 '실제로 편해지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정책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노인의 하루를 덜 불안하게 하는 설계여야 한다.

여기서 필자의 문제의식도 분명히 해두고 싶다. 필자는 (사)대한노인회 대전연합회 연구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 역할을 수행하며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불편과 요구를 꾸준히 접해 왔다. 그래서 누구보다 노인 정책에 관심이 있는 입장에서, 통합 논의가 '명분'에 머물지 않고 실질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몇 가지 구체적 제안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광역 통합돌봄 체계가 필요하다. 지금은 지자체마다 서비스 기준과 절차가 달라 중복과 사각지대가 동시에 생긴다. 통합 이후에는 돌봄 신청·판정·연계·사후관리까지 한 흐름으로 묶고, 현장 사례관리(케이스매니지먼트)를 표준화해야 한다. 군 지역은 '기관'보다 '인력'이 부족하므로, 이동형 방문간호·돌봄 서비스와 공공 거점의 역할을 기본 인프라로 편성해야 한다.

둘째, 권역 노인 의료·재활 네트워크를 제도화하자. 대전의 상급 의료 기반과 충남의 지역 거점(보건소·공공의료)을 하나의 의뢰·회송 체계로 연결하면, 중증은 빠르게, 만성은 꾸준히 관리하는 길이 열린다. 치매, 낙상, 근감소증처럼 노인 삶의 질을 좌우하는 과제를 중심으로 표준 진료·재활 경로를 만들고, 퇴원 이후 재가 돌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셋째, 통합정책의 1호 과제는 고령 친화 광역교통이어야 한다. 농촌형 수요응답교통(DRT)과 도시 대중교통을 연계해 병원·장보기·복지시설 이동을 생활권으로 보장해야 한다. 디지털 호출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 전화 예약, 마을 단위 동행 지원까지 함께 담아야 '정책이 종이 위에서만 존재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넷째, 돌봄과 연결된 주거정책으로 전환하자. 독거노인, 노후주택, 빈집 문제를 따로 보면 해법이 약해진다. 리모델링 임대, 커뮤니티케어형 주거, 마을공동생활홈 같은 대안을 늘리되, 주거 지원이 곧바로 식사·안전·방문간호로 이어지도록 묶어야 한다. 경로당도 여가 중심을 넘어 '동네 돌봄 거점'으로 기능을 확장할 때다.

다섯째, 노인 일자리의 '질'을 바꾸자. 숫자만 늘리는 공공근로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안전관리, 돌봄 보조, 지역교육, 문화해설처럼 지역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직무를 발굴하고, 대전의 대학·연구기관과 연계한 재교육(리스킬링)을 붙이면 노인에게는 보람을, 지역에는 인력을 남긴다. 이는 복지 지출이 아니라 지역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다.

여섯째, 데이터 기반 고령 정책을 광역 단위로 표준화하자.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건강·돌봄·주거·이동에서 나타나는 위험 신호를 통합해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하고 현장 방문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면, 응급실과 요양시설로 '밀려가는 비용'을 앞단에서 줄일 수 있다. 결국, 정책은 '먼저 발견하고, 먼저 연결하는' 시스템 경쟁이다.

마지막으로, 통합은 거버넌스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 고령 친화 통합기금을 조성해 분산된 예산을 묶고, 성과지표를 공개하자. 응급실 재방문율, 장기요양 입소 지연 기간, 필수서비스 평균 이동시간, 독거노인 안전사고 감소 같은 지표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정책을 평가하게 한다. 특히 군 지역이 통합 이후 더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려면, 예산 배분의 원칙을 인구가 아니라 '필요도(고령화율·취약도)'에 연동하는 규칙을 제도화해야 한다.

통합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 수단이 시민에게 설득력이 있으려면, 숫자와 조직표가 아니라 노인의 하루가 덜 불편해지고 덜 외로워지는 변화로 증명돼야 한다. 대전·충남 통합의 진짜 시험대는, 노인의 삶 한가운데에 있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주평통 대통령자문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늑구' 탈출 장기화… 포획 원칙에 폐사 가능성 열고 수색 확대
  2. 전례없는 늑대 포획 계획에 커지는 수색방식 논란
  3. 세종시의원 20석 주인은 어디로… 경쟁구도 속속 윤곽
  4. 한국늑대 종복원 18년 노력의 결실 '늑구'… 토종의 명맥 잇기도 '위태'
  5. 민주당 세종시의원 10개 선거구 '본선 진출자' 확정
  1. KINS, 입체적인 안전점검 체계로 원전 사고 예방… 생활 주변 방사선 안전도
  2. 잊힌 '서울대 10개 만들기'…"부족한 지역 거점국립대 교원 확보부터 절실"
  3. 월평정수장 용출 4곳 중 3곳서 하루 87톤 흘러 …"시설 내 여러 배관 검사부터"조언
  4. [지선 D-50] 안정론 VS 견제론 與野 금강벨트 명운 건 혈투
  5. 이춘희→조상호 향해 "헛공약·네거티브 전략" 일침

헤드라인 뉴스


취업 후에도 학자금 상환에 허덕이는 청년들…체납액 역대 최대

취업 후에도 학자금 상환에 허덕이는 청년들…체납액 역대 최대

지난해 취직한 뒤에도 학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한 이들이 늘면서 미상환 체납액이 8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취업 후 학자금 상환(ICL) 현황'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상환 대상은 31만 9648명, 의무 상환 금액은 약 4198억 원이다. 이중 미상환 인원은 5만 7580명(18%)이며 체납액은 813억 1200만 원(19.4%)으로 파악됐다. ICL 상환 대상자는 연간 소득금액이 기준소득(2024년 귀속 기준 1752만 원)을 넘는 경우다. 기준소득 초과분의 20~25%를 갚아야 한다...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 14일 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결론내자"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 14일 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결론내자"

4월 14일 열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별법 없이는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 안정적인 이전이 어려운 만큼, '밤샘 논의'를 통해서라도 결론을 내자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비례)·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시갑)은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14일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행정수도 특별법을 최우선 안건으로 상정하고 밤샘 논의를 통해서라도 통과시키자"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세종시을)·이정문(천안시병) 의원..

꼭두새벽에 `쾅` 폭발음에 전쟁이라도 난 줄, 청주 봉명동 폭발사고 처참한 현장
꼭두새벽에 '쾅' 폭발음에 전쟁이라도 난 줄, 청주 봉명동 폭발사고 처참한 현장

13일 오전 4시께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일원에서 LP가스 누출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인근 아파트와 상가 유리창과 차량이 파손됐다. 새벽 시간이라 대부분 잠을 자고 있던 주민들은 폭발음에 놀라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폭발로 인한 파편으로 인근 주택과 아파트 유리창이 깨지고 주민 15명이 부상 치료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민들은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 어디부터 수습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처참했던 사고 당시 현장 화면을 영상에 담았다.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 영상:독자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 대전시 선관위, 지방선거 50여일 앞두고 투표참여 캠페인 대전시 선관위, 지방선거 50여일 앞두고 투표참여 캠페인

  • 초여름 날씨에 등장한 반팔 초여름 날씨에 등장한 반팔

  •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오늘도 매진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오늘도 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