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 차라리 손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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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 차라리 손대지 마라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6-01-26 10:17
  • 신문게재 2026-01-27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이승선 교수
이승선 교수
지난해 11월 중순, 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대단히 심각하다.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는 중인데, 만약 개정안이 담고 있는 내용 중 독소적이라고 여겨지는 쟁점들이 수정이나 삭제 없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반세기에 걸쳐 쌓아 온 언론 중재 제도의 뼈대와 전통을 근본에서 흔드는 일이 될 수 있다. 왜 그런가.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는 아무리 소소한 것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매우 심각한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도입한다면야 그러한 시도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민주당이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진 노종면 의원 안은 그와 거리가 한참 멀다. 논란거리가 워낙 많아 우선 몇 가지만 짚어보기로 하자.

우선 반론 보도청구권을 보자. 현행 언론중재법은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반론 보도청구권을 부여한다. 50여 년 전 이 땅에 언론으로 인한 피해구제 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지켜 온 원칙이다. 물론 '의견'을 피해구제 대상으로 삼는 나라가 있다고는 하지만, 반세기에 걸쳐 뿌리를 내리고 발전해 온 우리나라 언론 중재 제도의 토대는 언론의 '사실적 주장'으로 인한 피해구제에 있다. 현행 언론중재법에 규정된 바와 같이 '언론 보도'란 언론의 사실적 주장에 관한 보도를 말하고, '사실적 주장'이란 증거에 의해 그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실관계에 관한 주장을 말한다. 노종면 의원 안은 이를 간단히 뒤집었다. 단서를 달아 반론 보도청구권의 대상을 "사실관계에 관한 내용에 한정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시도는 뜬금없고, 어처구니없다. 본문에서 사실적 주장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겠다면서, 단서에서는 사실적 주장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본문과 단서가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언론의 논평 기능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반론 보도청구 대상이 대폭 확대되어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반론 보도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언론 현업단체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문체부도 이러한 시도에 대해 공익적 논평이나 비판 등을 회피하게 돼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오히려 분쟁 해결에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고 보았다. 현행법 체제에서도 의견 기사의 대표인 사설이나 칼럼도 사안의 특성에 따라 반론 보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설이나 칼럼에서 펼치는 의견이나 주장의 전제가 되는 '사실' 관계는 반론 보도나 정정 보도, 혹은 명예훼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당 조항을 아예 손대지 않는 것이 유일한, 최상의 방법이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 지원센터'를 신설해 조종신청 대상인 언론의 허위 보도, 허위 조작 보도 여부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관계 조사를 담당케 하려는 내용도 심각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허위 보도'란 허위의 사실 또는 본래의 의미와 달리 오인토록 변형된 정보가 포함된 기사나 제작물을 말한다. '허위 조작 보도'란 허위 보도 가운데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기사나 제작물을 말한다. 그런데 개정안의 규정 자체가 애매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떤 언론 보도가 이에 해당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려는 입법에 더 강하게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 현업단체 외에 법원행정처 등은 이들 규정이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바른 진단이다.



위와 같은 입법적 시도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허위 보도, 허위 조작 보도의 감별사로 동원하려는 발상으로 비칠 수 있다. 이전 정부 시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가짜뉴스 신속 심의센터'나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설치된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 센터'로 인한 논란거리와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구분하기 어렵다. 허위 보도를 진실에 부합하게 바로잡는 '정정보도청구권'에 대해서는 법원을 통한 분쟁 해결이라도 충분히 숙고하여 다퉈야 위헌이 아니라고 헌법재판소가 말했다. 벌써 이십 년 전에 명징하게 내려진 헌법적 지침이다. 벌써 잊어버렸나. 섣부른 언론중재법 개정, 차라리 손조차 대지 않는 것이 좋겠다./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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