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손끝에 피흘리며 독립만세, 태극기에 심장요동…후손이 전하는 '그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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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손끝에 피흘리며 독립만세, 태극기에 심장요동…후손이 전하는 '그날 후'

3·1절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후손 인터뷰
충북 청안장터 함재원 지사와 전남 영광 류봉기 지사
복역 후에도 일제의 위협으로 가족 흩어지고
댓가 바라지 않고 국가의 강력한 존립 강조

  • 승인 2026-03-02 18:47
  • 수정 2026-03-02 19:22
  • 신문게재 2026-03-03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3·1절 107주년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는 충북 청안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함재원 지사와 전남 영광에서 시위를 이끈 류봉기 지사 등 순국선열을 기리는 후손들의 참배가 이어졌습니다. 후손들은 옥고를 치른 후에도 일제의 감시와 트라우마 속에서 고통스러운 여생을 보내면서도 오직 조국의 독립만을 염원했던 조부들의 숭고한 희생과 투철한 국가관을 회상했습니다. 이들은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헌신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토대가 되었음을 강조하며, 그들의 정신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3.1절 대전현충원
1919년 3.1만세운동 107주년을 맞은 2026년 3월 1일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함재원, 류봉기 지사의 후손들이 찾아와 추모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1919년 3·1만세운동이 전개되어 대한독립 정신을 전국으로 확산한 것을 기념하는 107주년 3·1절, 독립유공자가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추모하는 후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전현충원 가장 안쪽 독립유공자를 모신 제2묘역에서 1919년 3월 30일 충북 괴산면 청안장터에서 조선인 군중 2000명의 만세시위를 주도하고 3년의 옥고를 감내한 함재원(1885~1947)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만났다. 충북 청안시장 만세운동은 함재원 지사(당시 35세)가 김수백, 이태갑, 신강면 등의 청년들과 함께 태극기 제작, 독립선언문의 등사, 참여 독려를 위한 지역별로 조직책을 꾸리는 등 체계적으로 이뤄진 만세운동이다.

3월 30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만세시위는 오후 3시 30분 청안장터 한복판에서 2000명의 군중이 모인 가운데 대한독립선언서가 낭독됐고, 일제 경찰들은 강압적으로 해산을 명령하면서 시위대의 선두에 있던 유웅렬 등 7명을 주재소로 끌고 갔다. 석방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가 경찰 주재소 앞에서 전개했고,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재소를 향해 돌을 던지며 시위했다. 일제경찰은 총을 발포해 5~6명을 살해했다. 함재원(1885~1947) 지사는 일경의 발포를 피해 물러선 군중과 함께 인근의 우편소에 돌을 던지는 중 일본군을 호출할 것을 우려하고 우편소 처마 밑에 있던 전화선을 끊고 핵자를 격파했다. 당시 공주지방법원은 함 지사에게 소요죄를 물어 징역 3년 선고했다. 청안면 읍내리 청안면사무소 앞에 청안만세운동기념비가 1985년 세워졌고 충북을 대표하는 만세운동이다.

매일신보 1919년 4월 3일자(각지방의 소요소문)
1919년 4월 3일 발행된 매일신보에 전국 3.1운동 소식이 전해졌다. 충북 괴산(청안장터)에서 다섯 명이 숨졌다는 소식이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손녀 함정자(80)씨와 손자 함동식(73)씨는 증손자(22)와 함께 묘역을 찾아 참배를 마치고 "조부께서는 대전형무소에서 3년을 복역하셨는데, 옥고를 치른 뒤에도 일제경찰은 가족을 계속 위협하고 감시해 할아버지 형제는 물론이고 자식들까지 고향을 떠나 논산과 천안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아이들 교육도 제대로 시키기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녀 함정자 씨는 "할아버지는 천안 둘째 아들네 흙집에서 말년을 보내셨는데, 감옥에서 3년을 보낸 후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눈만 뜨면 흙벽을 손바닥으로 긁으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셨다는데, 할아버지 열 개의 손가락에 피가 흐르고 뼈가 보일 지경이었다고 저희 어머니가 말씀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립유공자 제2묘역 류봉기(1901-1978) 애국지사 묘역에서 만난 외손자 정응진(77) 씨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합장한 묘역을 어루만지면서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5살에 어머니를 여읜 자신을 키워준 외조모와 외조부가 보고 싶을 때 대전현충원을 찾아온다는 정 씨는 이날 "외할아버지는 전남 영광에서 직접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재산을 헐어 만주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대는 등 국가관과 민족관이 투철한 분이셨다"라며 "제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는 태극기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 심장이 크게 뛴다고 하셨고, 국가가 강력히 존립해야 국민이 평안할 수 있다는 말씀을 자주 강조하셨다"라고 기억을 들려줬다. 작고하실 때까지 자신의 독립운동은 조선인으로 당연한 일이었고, 대가를 바라는 말씀은 일절 없으셨다고 회상했다.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에 따르면, 독립유공자 류봉기 지사(당시 19세)는 서울의 3·1운동에 참가한 뒤 선언서를 품에 지닌 채 3월 5일 고향 전남 영광군에 돌아와 영광읍에서 3월 27일 만세시위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애국소년단을 결성해 자신의 집에서 조선독립의 사상을 드높이는 연설문 사본 20장을 작성하고 태극기 여러 장을 만들어 배포하고, 벽보를 붙이는 등 주민계몽 활동을 전개했다. 류봉기 지사는 대구형무소에서 6개월 옥고를 치렀다.

외손자 정 씨는 "홍범도와 안중근 지사처럼 저희 외할아버지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어도 아주 훌륭한 일을 하셨고, 외할머니도 고생을 많이 하셨다"라며 "독립운동에 몸과 마음을 바친 분들이 계셔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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