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척추는 단순한 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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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척추는 단순한 뼈가 아니다

채경욱 중경한방병원 대표원장

  • 승인 2026-03-23 17:21
  • 신문게재 2026-03-24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채경욱 중경한방병원 대표원장
채경욱 중경한방병원 대표원장
우리는 흔히 척추를 몸을 지탱하는 기둥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척추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신경과 장기, 그리고 전신의 균형을 연결하는 핵심 축이다. 척추를 이해하는 것은 곧 몸 전체를 바라보는 출발점이 된다.

사람의 척추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니다. 신생아의 척추는 전체적으로 둥글게 말린 C자 형태를 보인다. 이후 성장과 발달에 따라 기능적 만곡이 형성된다. 생후 3개월 무렵 아기가 엎드려 고개를 들면서 목에는 전만이 생기고, 이후 앉고 기고 걷는 과정을 거치며 허리에도 전만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경추 전만, 흉추 후만, 요추 전만의 S자 구조는 체중을 분산시키고 충격을 흡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척추의 또 다른 핵심 기능은 신경과의 연결이다. 척추 각 마디에서는 신경이 좌우로 나와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이 신경들은 특정 부위의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데, 이를 분절 지배라고 한다. 예를 들어 C6 신경이 압박되면 엄지손가락 쪽 저림이 나타나고, C7은 중지, C8은 새끼손가락으로 증상이 이어진다. 허리에서는 L5 신경이 발등으로, S1 신경이 발바닥으로 이어져 디스크 질환 시 특징적인 방사통을 만든다.

이러한 신경의 분포는 단순히 팔다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척추를 통과하는 자율신경은 심장, 폐, 소화기 등 주요 장기의 기능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연관통'이다. 장기의 문제가 신경 분절을 공유하는 피부나 근육의 통증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위장에 이상이 생기면 상복부나 등 뒤쪽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질 수 있고, 췌장은 등 깊숙한 부위의 통증이나 좌측 상복부 불편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심장의 이상이 왼쪽 어깨 팔 턱으로, 담낭의 문제가 오른쪽 견갑 주변으로 나타나는 것도 같은 원리다. 결국 척추 주변의 통증은 단순한 근골격계 문제가 아니라, 장기가 보내는 신호일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연결을 '배수혈'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척추 양옆에는 각 장부와 대응하는 혈자리가 위치하며, 특정 부위의 압통이나 긴장은 해당 장부의 기능 이상과 연관되어 해석된다. 이는 연관통과 같은 맥락에서, 척추를 통해 전신의 상태를 읽어내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처럼 중요한 척추는 일상의 자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바닥에 앉는 습관은 허리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바닥에 앉으면 골반이 뒤로 말리면서 허리의 정상적인 전만이 무너지고, 척추는 다시 C자 형태로 굽는다. 이 상태에서는 디스크 뒤쪽에 압력이 집중되어 탈출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다리를 꼬거나 한쪽으로 기대는 자세는 골반의 비대칭을 만들고, 척추 정렬을 무너뜨린다. 이러한 불균형은 결국 만성 통증과 자율신경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척추 건강은 치료 이전에 일상 속 자세와 습관에서 결정된다. 우리는 아기 시절 힘겹게 머리를 들고 기어 다니며 자연스럽게 척추의 곡선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후 오랜 시간 잘못된 자세로 그 구조를 스스로 무너뜨려 왔다. 수년, 수십 년에 걸쳐 쌓인 문제를 단 몇 번의 치료로 해결하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깊숙이 넣고 골반을 세워 허리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보다 자주 움직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허리와 목을 가볍게 뒤로 젖히는 신전 스트레칭을 꾸준히 시행하는 것도 척추 전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척추는 단순한 뼈가 아니다. 신경과 장기, 그리고 전신의 균형이 만나는 중심이다. 결국 문제는 질병이 아니라 사용 방식이다. 우리가 척추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몸의 상태는 달라진다. 바른 자세 하나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치료가 될 수 있다.
채경욱 중경한방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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