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27강 안중근(安重根)의 유묵(遺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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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27강 안중근(安重根)의 유묵(遺墨)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6-03-2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27강 안중근(安重根)의 유묵(遺墨)

○遺墨(유묵) : 죽은 사람이 생전(生前)에 남긴 글씨나 그림

우리의 영웅(英雄) 안중근(安重根, 1879~1910)은 조선 후기의 교육가(敎育家), 의병장(義兵將), 의사(義士)이다. 그는 1907년 7월 한일신협약(통감부 권한 강화와 대한제국 군대 해산)이 체결되자 북간도(北間島/지금의 연변지역)로 망명(亡命)하였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침략의 원흉(元兇) 이등박문(伊藤博文/이토 히로부미)를 사살(射殺)함으로써 조선 의용군 중장의 소임을 다 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1910년 2월 14일 여순(旅順)감옥에서 피 끓는 31살의 젊은 나이로 사형을 선고받고 한 달이 막 지난 3월 26일 오전 10시 15분 형장에서 순국했다.

안중근은 휘호마다 '大韓國人 安重根(대한국인 안중근)'이라는 당당한 서명과 함께 무명지(無名指) 한 마디가 잘린 왼손바닥에 먹물을 묻혀 찍어 낙관을 대신하였다. 내용은 주로 논어(論語), 사기(史記) 등의 교훈적인 구절이나 본인의 심경(心境), 사상 등을 담고 있으며 독립(獨立)처럼 일본 측이 민감했을 법한 담대한 글귀도 서슴지 않았다. 젊은 나이임에도 힘과 기개가 느껴지는 명필인데 제작 배경과 내용을 통해 그의 식견(識見), 심중과 철학, 나아가 숭고(崇高)한 애국애족(愛國愛族) 정신을 느낄 수 있으므로 근현대 명사들의 휘호(揮毫) 중 최고의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나아가 붓글씨를 부탁할 정도로 당시 안중근을 마주한 일본인들이 그의 사상과 인품에 감화되어 단순한 범죄자가 아닌 비범한 인물로 보았다는 역사적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분의 모든 행적을 다 수록하기는 어렵고, 유묵(遺墨)의 대표적인 것을 소개한다.

百忍堂中有泰和 (백인당중유태화) / 백 번 참는 집안에 큰 화평이 있다.

庚戌二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書 (경술이월 어여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 /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

恥惡衣惡食者不足與議 (치악의악식자부족여의) / 낡은 옷과 거친 밥상을 부끄러워하는 자와는 더불어 의논할 수 없다.

見利思義見危授命 (견리사의견위수명) / 이익을 보면 옳은지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에 처하면 목숨을 바쳐라.

庸工難用連抱奇材 (용공난용연포기재) / 서투른 목수는 아름드리 좋은 목재를 다루기 어렵다.

人無遠慮難成大業 (인무원려난성대업) /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

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 / 날이 추운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

丈夫雖死心如鐵義士臨危氣似雲 (장부수사심여철의사임위기사운) / 장부는 비록 죽을지라도 그 마음은 무쇠 같으며 의사(義士)는 위기가 닥치더라도 그 기상이 구름과 같다.

國家安危勞心焦思 (국가안위노심초사) / 국가 안위를 위해 걱정하고 애 태우다.

爲國獻身軍人本分 (위국헌신군인본분) /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

많은 유묵(遺墨) 중 몇 개만 골라서 정리해 보았다.

지금 대한민국 학교 교과서에 역사의 가르침이 과연 있는가?

매년 양력 2월 14일을 발렌타인데이(valentine's day)는 알고 있어도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死刑宣告) 날을 아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특히 학생들은 아예 안중근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어느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선생님에게 안중근 의사가 무슨 과(科) 의사(醫師)냐고 묻고, 선생님은 의사(義士)라는 단어를 몰라서 답변을 못 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이지만 대한민국 역사교육의 현실이다.

돌아오는 2026년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死刑)으로 순교(殉敎) 하신지 117년이 되는 날이다.

그날 비록 국가적인 추모(追慕)행사는 없더라도 우리 국민들 모두의 마음속에 영웅 안중근 의사의 국가관을 존경하고 기리는 마음으로 근신(謹愼)하며, 시끄럽거나 무도(無道)한 언행을 삼가는 분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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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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