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유산, 지방분권과 통합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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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유산, 지방분권과 통합을 말하다

박승원 대전시 문화예술관광국장

  • 승인 2026-04-13 16:45
  • 신문게재 2026-04-14 1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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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대전시 문화예술관광국장.
이번 6.3 지방선거는 대전·충남 통합이라는 미완의 과제를 남겨둔 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통합은 대전과 충남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시대적 과제로 언젠가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이제 소모적인 논쟁과 비난을 넘어, 다시금 통합의 목적과 본질에 대한 성숙한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시는 통합논의 과정에서 문화유산 분야와 관련한 몇 가지 핵심적인 제안을 한 바 있다. 그중 하나가 "지역의 문화유산은 지역으로"라는 원칙이다. 현재 「매장문화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발굴 등을 통해 출토된 유물들은 모두 국가에 귀속된다. 하지만 국가 귀속 이후의 관리는 지방 공립박물관 등에 위임하는 이중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유물들은 지방에 보관하고, 중요 유물들은 국립박물관 등이 가져가 연구와 전시에 활용하는 차별적인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실제로 대전시립박물관은 약 1만 1천여 점의 국가귀속 유물을 보관하고 있으나, 그중 전시와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유물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불합리한 것일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이 해당 지역의 문화와 환경, 생활에 연관된 역사적 산물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도외시한 것이다. 이에 우리시는 통합시의 특례 조항으로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은 원칙적으로 그 지역에서 보관·연구 및 활용을 명시할 그것을 제안하였으며,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돌아오고 있지 못하는 괴정동 출토 '농경문 청동기'와 같은 대표적인 우리시 문화유산의 환수까지를 요청했다. 이는 통합논의의 출발점, 곧 지방의 권한을 확대하여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춘 실질적 지방자치를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지난 2월 실시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대전시민 여론조사에서는 반대 응답이 41.5%로 찬성 33.7%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현실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들이 아직 많지 않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이다. 문화유산은 이 간극을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전이 충남과 분리된 것은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더 거슬러 올라가 1937년 대전부 출범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채 100년이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반면 역사적으로 대전과 충남은 수백 년간 그보다 더 훨씬 오래된 하나의 역사공동체를 이루어왔다.

지금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것은 이와 같은 역사적 기억에 대한 복원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구역의 결합을 넘어, 문화적·심리적 차원에서의 통합을 가능케 하는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화학적 결합을 구체화하는 핵심적인 매개체가 바로 문화유산이다. 문화유산은 우리가 본래 하나의 공동체였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자, 통합의 당위를 현재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실질적 기반이다.

우리시는 충청유교문화권 사업과 금강역사문화권 조사, 대전·충남 통합수장고 건립 준비 등을 통해 대전과 충청이 공유해 온 역사적 기반을 확인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구체화하는 노력들을 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 일들을 해 나갈 것이다. 지금은 격랑의 시기다. 그러나 깊은 강은 요란한 수면 아래에서도 고요히 저류를 이루며 바다로 나아간다. 역사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박승원 대전시 문화예술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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