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전쟁의 시작과 끝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전쟁의 시작과 끝

송기한 대전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 승인 2026-04-27 10:12
  • 수정 2026-04-28 17:11
  • 신문게재 2026-04-28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송기한 대전대 교수
송기한 대전대 교수
지금 지구상에는 두 개의 커다란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이라면, 다른 하나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중심이 되어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이다.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소수 집단 간의 전쟁들 역시 계속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의하면, 전쟁의 목적은 정치적인 통합에 있다고 한다. 지역과 인종, 그리고 사상의 차이점을 강제로 편입시켜 하나의 정치 체제로 만드는 것, 그것이 전쟁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예전의 전쟁들이 주로 영웅심리에 젖은 정복자에 의해서 이뤄졌다면, 현대의 전쟁은 자국 우선주의, 민족 우선주의가 그 원인이 된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근대 초기의 식민지의 개척을 위한 전쟁이었다. 팽창하는 산업 생산물을 자국에서 소화하는 것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보다 큰 시장의 필요성이 전쟁을 유발한 트리거가 된 것이다. 그것이 식민지를 확보해나가는 과정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전쟁은 순전히 자국의 기업이나 민족에 대한 이해관계 속에서만 수행돼 왔다. 민족주의의 정점에 놓인 것이 바로 제국주의이다.

제국주의는 자신보다 약한 타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약육 강식의 논리를 숭배했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준 것이 다아윈의 '진화론'이었다. 이 책은 여러 개체 사이에 존재하는 위계질서를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환경 적응론을 강조했다. 실상 환경 적응론에 따른 적자 생존은 강자에 의한 약자의 지배를 정당화시켜주는 사상적 근거를 마련해줬는데, 근대 초기 양계초가 말한 우승 열패의 사유들은 모두 이 진화론과 분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진화론'은 우월한 개체에 의한 생존과, 그에 따른 진화의 당위성을 설파함으로써 기독교의 창조설을 부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지상의 생명체들이 창조가 아니라 진화에 의해 이뤄졌다는 가설을 제시함으로써 기독교적인 세계 질서를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아윈이 주장한 진화론은 성경을 부정했다기보다는 어쩌면 성서로부터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창조가 없는 마당에 진화란 결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세기에 의하면, 아담과 이브는 신의 계율을 어긴 죄로 에덴 동산에서 추방되는데, 이는 곧 인간이 지상적 존재가 됐다는 사실을 말해주면서 에덴동산의 인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이게끔 만든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인간으로 하여금 원죄의 덫에 갇히게 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지상적 존재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후손을 잇기 위해서는 노동과 출산을 해야 했고, 무엇보다 약육강식의 조건 속에 자신들의 생존을 맡겨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끔 만들었다. 말하자면 원죄는 진화의 조건을 만든 것이다. 생명체가 진화했는가 혹은 창조됐는가 하는 이 절대 모순은 아주 흥미로운 주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고, 그래서 중고등학교 논술 문제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주제가 되기도 했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를 쓴 박두진은 '푸른 하늘 아래'에서 에덴으로부터의 추방과 그에 따른 약육강식이 낳은 비극적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전쟁이 풍미하는 시대에 매우 시의적절한 상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리들이 으르댄다. 양떼들이 무찔린다. 이리가 이리와 더불어 싸운다. 살점들을 물어뗀다. 피가 흐른다. 처참한 밤이다"라고 하면서 약육강식의 비극적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묘파해낸 것이다.

에덴 동산에서는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이 따로 구분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신의 계율을 어김으로써 지상에는 육식 동물이 생겨나게 되고 그 죄에 다른 죄들이 계속 덧씌워짐으로써 죄의 적층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지금 이곳의 현실이다.

전쟁은 부조리한 인간의 욕망, 약육강식의 논리가 만든 살육 행위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욕심에 대한 충족, 타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그릇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타자를 발 아래에 두려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욕구를 끝없이 채워 나가려 든다. 전쟁 앞에 어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전쟁은 신의 계율을 어긴 죄악이다. 전쟁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을 절대시하는 사회가 존재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송기한 대전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온양온천역 더 깨끗하고, 더 편리하게"
  2. 세종의 산과 길을 걷고 기록하다… '세종산길 16' 발간
  3. 아산시, 노후주택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 완료
  4. 잿더미서 다시 일어선 조일푸드…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5. 아산시의회, 주요 현안사업장 6개소 찾아 추진상황 점검
  1. 아산시, 어린이 활동공간 전방위 안전관리 나선다
  2. 9월 집중호우·습한 더위 발생 원인 '장마전선 위치'…20년간 213㎞ 북상
  3. 건양대병원·대전보훈병원, 호스피스의날 인식개선 캠페인 전개
  4.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5.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헤드라인 뉴스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충남 서산시가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타당성 재조사에 본격 대응하며 사업 정상 추진을 위한 경제성과 정책성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산시는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총사업비 증액에 따라 진행되는 타당성 재조사에서 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지역 발전 효과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충남도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번 재조사는 서산공항 건설사업비가 기존 484억 원에서 899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추진됐다. 국토교통부는 8월 기획예산처에 타당성 재조사를 요청했으며, 기획예산처는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기후위기 시대 복합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물관리와 소방 전문기관이 손을 맞잡았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금강유역본부(본부장 이종식)는 23일 전북 전주시 본부에서 전북소방본부(본부장 진형민)와 위기대응 공동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집중호우와 태풍, 대형화재 등 재난 양상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양 기관이 보유한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연계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재난 발생 시 물관리 전문기관의 시설과 자원을 소방 대응체계에 적극 활용하는 데 있다. 우선 시설물의 안정적인..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대전 동구 성남동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학교 설립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학생들의 통학권 보장과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중학교 설립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23일 대전 동구의회에 따르면, 이지현 의원은 제29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성남동 지역 학생들의 통학 여건 개선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성남중 설립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이번 건의안은 2004년 성남동 구성지구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이후 20년 넘게 학교 설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속되고 있는 주민들의 교육환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