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김경희 작가의 개인전 '함께 빚어낸 결실, 두려움 없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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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김경희 작가의 개인전 '함께 빚어낸 결실, 두려움 없는 시작'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6-05-12 18:2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2026년 5월 10일 대전중구 중앙로 112번길 29. 정영복 미술공간.

이철우 화가의 초청으로 이곳을 찾았다. 뜻밖에 차선영 화가도 함께와 반가웠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 김경희 화가께서 반가이 맞아주었다. 부부가 함께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안내를 맡아 해주었다.

세상에! 아내의 전시장을 남편이 와서 함께하다니.

평생 전시장마다 찾았으나 이런 부부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부러웠다. 필자도 아내 오성자가 살아있었으면 아내 손을 잡고 이곳을 찾았을 것이다.

부러운 마음으로, 아니 그런 부부를 축복하는 마음으로 안내를 받았다.

첫 번째 안내 받은 그림이 <새로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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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화가가 자신의 작품 '새로운 여정' 앞에서 관람객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마침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는 김소연 학생이 그 친구들(김민영, 김화랑)과 함께 관람하게 되었다.

김경희 화가의 설명에 의하면, 코끼리들이 무리 지어 강을 건너는 이 그림은 각 요소마다 의미를 담고 있다 했다.

코끼리 무리는 나와 가족들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으며, 우리는 종종 새로운 것을 시작하며 지나온 인연들을 정리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그러나 '가족'이라는 굴레는 함께 할 때 서로 힘이 되고 행복감을 배가시켜준다고 했다. 그래서 새로운 여정에 가족과 함께하고 싶음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코끼리들이 가족을 이루어 강을 건널 때, 강물은 새로운 가족이 이겨내야만 하는 어려움이기도 하고 지난 날의 기쁨과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하게 물에 씻어버리고 나아가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한쪽은 햇살이 비추게하고, 다른 한 쪽은 그러하지 않게 표현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의 양면성을 보여주고자 그렇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필자가 치매 앓던 사랑하는 아내를 하나님 품으로 보내고 얼마나 외롭고, 우울하고 서글펐으면 매일 정신병원을 찾고 불면증 치료제 약을 먹으며 괴로워했던가. 이를 안쓰럽게 여긴 내 여동생 내외가 고향인 수원을 떠나 대전에 와서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난관을 맞을 때 함께 해주는 핏줄을 나눈 형제자매의 애정인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하며 안부전화를 해주는 아들의 목소리가 그렇게 힘이 될 수 없으며, 통장에 돈을 두둑히 넣어주고 카드까지 두 개를 만들어주며 "아버지 힘내고 자신만만하게 살라"고 격려해주는 막내딸도 많은 힘이 되는 것이다.

김경희 화가의 그림, 강을 건너는 코키리 가족의 모습. 함께 의지하며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지낸다는 것. 지난 6~70년대 우리 가족들의 모습인 것이다.

이 그림이 대중들이 모이는 시청 로비나 대전역 대합실에 걸려 있다면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위안이 될까?

다음으로 안내 받은 그림이 <꽃속의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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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작가와 작품 '꽃 속의 거인'
김경희 작가는 거대한 코끼리를 보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서, 그러나 코끼리의 눈을 보면 선함과 다정함, 그리고 귀여움마저 느껴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거대한 코끼리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했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심하게 아름다운 것만 추구하고 그 외의 것은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세상의 모든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 돋보이게 하는 것은 우리들 즉,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김경희라는 작가는 이처럼 사물을 대하는 통찰력이 매우 예민하다. 그래서 설명을 해주는 김 화백의 두 눈빛을 바라보았다. 잔잔히 미소짓는 얼굴에 반짝이는 그 두 눈빛. '사람(人)'이라는 한자는 두 작대기가 서로를 지탱하며 서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여기에 '사이(間)'라는 글자가 더해져 인간(人間)이 된다고 했다. 이는 사람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뜻일 게다.

대부분의 코끼리들은 아프리카 코끼리를 제외하고는 공격성이 없는 순박한 동물인 것이다.

보라, 절 입구에 세워져 있는 금강역사의 무서운 얼굴들을. 그 무서운 얼굴이 부처님을 지키고 찾아오는 불자들을 지키는 것이다. 아마 김경희 화백은 아프리카 코끼리가 아닌, 인도 코끼리 모습을 그렸을 것이다. 아니 그렇소? 김 화백.

다음으로 안내 받은 작품이 <초한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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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작가와 작품 '초한대전'
붉은 색과 푸른 색의 코끼리가 대결하고 있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청색 코끼리는 작게, 붉은 색 코끼리는 두 배나 크게 그렸다. 그림을 보는 순간 오늘 우리나라 정치 세계를 풍자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김 화백의 해석은 전혀 달랐다.

전쟁과 투쟁의 관점보다는 장기판 위의 코끼리를 표현함으로써 질서와 규칙을 설명하고 싶었다 했다. 각각의 장기판 위에 있는 말들은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자가 되기도 하고 패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이치라 생각한다고 하며, "대립하는 코끼리는 경쟁 사회의 진면목을 투영하고자 하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좋다.

따져가며 논리를 전개해 보자.

왜 하필 싸우는 모습의 코끼리인가?

둘이 나란히 어린이들을 등에 태우고 함께 가는 모습도 좋았을 것이고, 수레를 끄는 코끼리의 모습도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왜 배경 화면이 장기판일까?

장기는 흔히 '신선 놀음'에 비유되며, 공원의 나무 그늘이나 벤치에 앉아 노인들이 장기를 두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급박하지 않은 정적인 여유와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김 작가는 싸움하는 코끼리를 장기판 위에 담았던 것이다.

더구나 장기판 위에서 싸우는 말들은 자신의 정해진 길(행마법)을 가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목숨까지도 내놓게 되는 것이다.

그래 장기판 위의 말들과 코끼리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인가?

김 화백의 해명을 들어보자. 김 화백은 인사말에서,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무언가 결실을 맺고 싶었다. 그 길이 험하고 어려울지라도 해내고 싶었다. 희망사항은 그러했으나 현실은 녹록치 못하였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보는 김 화백은 무식해서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작가 자신의 심성이 착하다보니 싸우는 코끼리를 그려 놓고도 그렇게 해석 했을 것이다.

너스레를 그만 떨고 결론을 맺자.

그림을 보는 안목은 거창한 지식보다 느낀대로 보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오늘 필자는 그림도 그림이지만 설명해주는 김 작가의 교양 있는 태도에 빠져 차 한 잔 나누고 싶었지만 접어야 했다. 그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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