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불안한 세상에 대한 은유 - '군체'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불안한 세상에 대한 은유 - '군체'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6-06-11 16:52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60610_134506678
영화 '군체' 포스터.
전작 <부산행>(2016)에 이어 이번에도 사람들은 사각의 틀 안에 갇힙니다. 쉽사리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좀비들이 덤벼듭니다. 그냥 좀비가 아니라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을 갖춘 존재들입니다. 사람들은 점차 좀비에 물려 감염되어 가고 남은 이들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에도 힘을 합치기보다 이기적 본성이 앞섭니다.

좀비들은 인간다움을 상실했음에도 잘 뭉치고 서로 의사소통하는 능력까지 갖추게 됩니다.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는 점에서 영화는 흥미롭습니다. 인간들과 좀비 사이의 경계도 모호합니다. 생김새만 좀 다를 뿐 하는 짓은 유사합니다. 좀비들을 막고 생존자를 구해내려는 당국자들의 반응과 의사 결정도 타당하거나 공정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인간은 좀비가 되는데 좀비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작품의 관점은 상당히 비관적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서영철입니다. 억울함인지 분노인지 모르지만 그는 세상을 전복하려 합니다. 좀비들을 조종하지만 그 자신 좀비가 아닌 자의 뒤틀린 권력 양상이 영화 속 불안과 갈등, 소용돌이의 근원입니다. 영화는 답을 말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커지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세계의 균열을 방치할 때 혹은 묵살할 때 파국과 비인간화가 비극적으로 극대화될 수 있음을 그려냅니다.

극악의 빌런 서영철과 좀비들, 그리고 별로 대단치 않은 부정적 인간들 중 관객들은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지 잘 모릅니다. 그러니 영화가 다 끝나고 나도 그리 개운하지 않습니다. 전통적 장르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사건은 봉합되고 관객들은 동일시할 영웅의 승리를 가슴에 담고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것과 다릅니다. 영화는 오히려 우리에게 당신은 서영철인가, 좀비인가, 아니면 살았지만 부정적인 인간들인가 하고 묻습니다.

영화는 한 남자를 남편으로 두었거나 지금 그의 아내로 사는 두 여자가 힘을 합해 간신히 끝을 맺습니다. 그러나 세계는 여전히 위태롭습니다. 사람들을 호도해 몰지각한 연대로 세상을 장악하려는 권력 양상도 발견되고, 각자도생에 매몰되어 공동체를 위한 기여나 정의로움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 개인들의 문제도 답이 없습니다. 불안한 세상에 대한 은유로 볼 가능성과 더불어 영화는 여러 관점에서 해석되고 감상할 만한 여지를 남깁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2. 세종시교육청 '교육문화원' 공식 개원… 복합 교육문화 거점 노크
  3. 가로림만 서산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서산, 세계유산도시 새 역사 열었다
  4.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5. 신한철 전 중도일보 상무 별세
  1.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2. ‘순환인사 확대’에 맞선 대전경찰 “대책 없는 제도 대응”
  3. 대전사랑메세나와 대전사랑시민협의회,동안미소한의원이 함께하는 취약계층 위한 영화제 성료
  4. 중복맞이 어르신들에게 삼계탕과 과일 나눔
  5.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독립기념관 품은 흑성산 자락 대규모 수목장 조성 전면 재검토 촉구

헤드라인 뉴스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KAIST가 교내 안팎에서 이뤄진 창업 기업의 성과를 조사한 결과 6만1252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38조 9500억 원의 총매출을 일으킨 것으로 집계했다. KAIST 교원과 재학생과 졸업생이 창업하거나 그리고 학교의 지원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들 창업 기업 중 대전에 본사를 둔 경우는 전체의 23.1%이었고, 총 매출액 대비 대전의 비중은 7.4%에 불과했다. 국방과 기술(Tech), 바이오 등 대전의 연구성과를 지역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 KAIST창업원은 KAIST 출신 교원과 재학..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법원의 결정으로 회생절차를 이어가게 된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서는 일단 벗어났지만 정상 영업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긴급 운영자금 확보로 핵심 점포 재가동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체불 임금과 공공요금, 납품대금 지급, 협력업체 신뢰 회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DIP(긴급운영자금) 대출을 확보..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23일 오전 8시 20분께 대전 중구 오류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 등교 시간 학생들이 녹색 보행신호가 켜지자 횡단보도를 따라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마침 발 아래 바닥신호등도 초록불이 들어왔고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하던 보행자들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었다. 그러나 횡단보도 반대쪽 바닥신호등은 여전히 적색 신호를 유지한 상태였다. 서구 둔산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도 횡단보도 시작점에 설치된 바닥신호등 5곳 중에 2곳에서 LED 일부에만 불이 들어오거나 적색과 녹색 신호 모두 표시되지 않은 채 꺼져 있었다. 시민들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 ‘우린 더위 몰라요’…한화생명볼파크 썸머 페스티벌 ‘우린 더위 몰라요’…한화생명볼파크 썸머 페스티벌

  •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