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청년 보수화’ 너머, 새로운 정치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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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청년 보수화’ 너머, 새로운 정치의 질문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대전시의원 당선인)

  • 승인 2026-06-21 11:20
  • 신문게재 2026-06-22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권인호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대전시의원 당선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끝났지만, 그 선거가 남긴 우리 사회의 흔적은 깊다. 송파구를 포함한 총 91개 투표소에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이는 이른바 '올공 시위'라 불리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20·30대를 중심으로 올림픽공원에서 개표소를 봉쇄하고 '재선거'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해당 시위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20·30대 청년층의 투표 행위는 많은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페이스북 담벼락에는 수많은 이들의 진단과 평가가 이어졌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단연 '청년의 보수화'였다.

이 주제는 우리에게 여러 물음을 던진다. '청년의 보수화'라는 말에서 '보수'란 무엇을 뜻할까. 선거 때만 부각되고, 선거가 끝나면 잊히는 청년의 정치 성향을 투표 행위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민주당에 투표하면 진보이고, 국민의힘에 투표하면 보수일까.

내가 선거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 특히 20·30대 남성들 가운데는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차례로 투표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전통적인 진보와 보수의 개념, 혹은 양당 구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청년 세대의 투표 행위 결과를 놓고 '누구를 찍었는가', '진보인가 보수인가'로 성급히 규정하기 전에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그들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혹시 기존의 제도권 정치가 그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못한 것은 아닐까. 정당과 의회가 그들의 불안과 분노, 기대와 가능성을 제대로 못 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청년을 포함한 유권자와 시민의 목소리에서 출발하고, 그들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정치가 필요하다. 새로운 세대를 담아내는 새로운 정치의 역할이다. 정형화된 구호와 낡은 조직, 반복되는 선거 방식에 머무는 정치가 아니라 시민의 삶이 실제로 놓인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정치다.

이 새로운 정치가 공공의 제도와 정책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방의회는 행정과 시민 사이의 중간 매개자이자,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민의 대표기관이다. 헌법 전문에는 정부보다 국회(의회)가 먼저 나오고, 국회보다 국민(시민)이 먼저 나온다. 결국 지방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얼마나 국민(주민)을 대표하고 있는가.

대표한다는 것은 단지 선거에서 선택받았다는 뜻이 아니다. 듣고, 묻고, 해석하고, 연결하고, 책임지는 일이다. 주민의 말을 정책의 언어로 바꾸고, 행정의 언어를 다시 시민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이다. 그렇다면 의원에게는 잘 듣는 능력, 잘 말하는 능력, 잘 쓰는 능력이 필요하다. 민의를 수렴하고, 시민을 대변하며, 제도와 정책을 운영하는 기술과 역량이 필요하다.

이번에 함께하는 청년 단체에서 새로운 행사를 기획했다. 소시민들이 모여 소소하지만 우리의 삶과 연결된 이야기를 나누는 '소시민클럽'이다. 주제는 '시의원하게(시원하게) 말하기, 듣기, 쓰기'다. 지역의 지방의원 당선자가 게스트로 참여해 공약과 정책을 공유하고, 주민들과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며, 정치의 언어를 시민의 언어로 바꾸어보는 자리다.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심지어 야외 행사인데 당일 비가 온다는 소식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정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대화 속에서 시작된다. 그 자리에서 더 많이 듣고, 잘 말하고, 더 책임 있게 정책을 써나가야 한다.

우리가 그런 새로운 변화를 통해 '청년의 보수화'라는 키워드를 다시 들여다보길 바란다. 시민과 주민의 마음을 더 섬세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청년을 성급하게 규정하기보다, 그들이 왜 흔들리고 무엇을 요구하며 어떤 미래를 바라는지 묻는 일.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운 정치가 시작된다.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대전시의원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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