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노년의 문화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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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노년의 문화적 가치

노수승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장.시인

  • 승인 2026-09-12 13:44
  • 신문게재 2026-09-10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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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승 대전문인총연합회장.시인
100세 시대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의학의 발달과 생활환경의 개선으로 인간의 수명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이 곧 행복한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늘어난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가느냐이다. 특히 정년 이후의 긴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이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화적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우리는 흔히 노년층을 문화의 소비자로 생각한다. 공연을 관람하고, 전시회를 찾고, 여행을 하며, 문화강좌에 참여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노년은 과거와 다르다. 노년층은 문화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문화를 만들어가는 생산자이자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문화예술 활동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둘러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노년층이 문학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며, 악기를 연주한다. 지역의 문화 행사와 축제에 참여하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글과 영상으로 남기기도 한다. 이제 노년은 문화의 변두리가 아니라 문화의 중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년은 직장 생활의 끝일 뿐 인생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정년 이후에는 또 하나의 인생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는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위해 자신의 꿈과 관심을 뒤로 미뤄야 했다. 공부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었고, 글을 쓰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음악이나 그림을 배우고 싶어도 생활이 먼저였다.

그러나 정년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나 건강, 가족에 대한 책임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었던 꿈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그래서 정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된다.

문화예술은 그 새로운 출발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통로다. 시를 쓰는데 정년이 없고, 그림을 그리는 데 나이 제한이 없다. 사진을 찍고 음악을 만드는 일에도 늦은 나이는 없다. 오히려 오랜 세월 살아온 경험과 기억은 젊은 세대가 가질 수 없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정서, 경험이 켜켜이 쌓여 있다. 노년의 문화 활동은 바로 이러한 개인의 삶이 축적해 온 소중한 자산을 세상에 표현하고 기록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 사회의 노년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노년층을 문화 프로그램의 소비자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지역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역시 노년층이 문화를 배우고 즐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활동의 무대를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

문화는 한 시대를 살아온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삶의 기록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년의 문화 활동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소중한 사회적 역할을 한다. 노년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남기고, 그 이야기를 문화로 꽃피울 때 한 사람의 인생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공동체의 자산이 된다.

그러므로 100세 시대의 노년은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인 동시에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에는 시간의 깊이와 삶의 온기가 있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문화적 중심에 있다. 위 세대와 다음 세대를 아우르는 삶을 살아온 현재의 노년층은 문화적 가치로 볼 때 매우 특별하다.

노년은 정년 이후의 긴 시간,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고민할 일이 아니다. 젊은 날 미처 펼쳐보지 못했던 꿈을 다시 꺼내 도전하는 것이다. 창작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경험과 지식의 융합을 통한 승화의 과정을 세상과 나누고 다음 세대와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의 모습이며, 문화인으로 인생 2막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노수승 대전문인총연합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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