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삼남제약 대표) |
로마는 수도 로마에서 주요 군항인 브린디시까지 길을 닦는다. 건설을 담당한 원로원 의원인 아피아의 이름을 따서 '아피아 가도'라고 이름 붙였다. 2,000여년이 지난 지금도 훌륭하기 도로의 역할을 하는 곳이 남아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 졌다고 한다.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는다. 골치덩어리였던 북방의 흉노족의 침입에 방비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이후 로마는 800년을 번성하고, 진나라는 불과 30년 만에 아들 호해 대에 멸망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얘기이다. 소통과 단절의 차이가 나라의 운명을 갈랐다고 그녀는 얘기한다.
우리는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해 왔다. 수많은 논객들이 단절은 멸망을, 그리고 소통이야말로 발전을 의미한다고 설파하였고, 지금까지 이 논리를 부정한 사람은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코로나 19가 이 논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한순간에 소통이 터부시 되면서 악덕(惡德)으로 치부되는 세상이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죄인과 다름없게 되었고, 이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기라도 했다면 순식간에 신상이 털리면서 동네에서 과거의 문둥병 환자와 같은 취급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이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기를 지나오면서 국민소득이 10,000$에 도달하자 G2로는 만족할 수 없으니 패권국가로 나서겠다고 힘을 쓰면서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지라는 문제가 이 갈등에 불을 지피더니 홍콩 보안법 문제가 불거지면서 심해지고 있다. 패권국가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이런 태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우리가 아무리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해줘도 미국은 우리가 꺾일 때까지 밀어부칠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렇다면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이 이 싸움은 아마도 50년은 갈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 두 강자의 싸움이 우리에게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왕고래들 싸움에 끼어 있는 돌고래인 우리나라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상징은 자유의 여신상이다. 중국의 상징은 여전히 만리장성이다. 자유와 소통의 상징과 단절의 상징이 말해 주듯이 두 나라의 무기도 다르고 서로의 약점이 상대방의 강점이라는 차이도 있어 섣불리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아무래도 미국의 승리를 점치는 전문가가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렇지만 내 카드를 감출 수 있는 사람과 모든 카드를 공개해야 하는 사람 간의 경쟁에서 소통이 단절보다 불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면 내 카드를 감춘다는 것이 당분간은 유리하겠지만 결국 다 드러나게 된다면 처음부터 공개한 쪽이 더 유리할까?
이 와중에 우리가 살아남고 발전하려면 눈치 빠르고 민첩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우리 사회는 눈치와 민첩이 덕목으로 인정되기 보다는 얄팍하고 천한 행위로 인식되기가 쉽다는 것이 우리의 약점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19에 대한 대처도 민첩해야 하고, 세상의 변화에 대한 대응도 민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당부할 것은 우리 누구나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를 위로하지는 못 할망정 문둥병 환자 취급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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