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풀리지 않은 한… "평화·치유 공간으로 거듭나야"

  • 정치/행정
  • 대전

[기획]풀리지 않은 한… "평화·치유 공간으로 거듭나야"

세종 추모의집 임시통합안치 추모식 현장서
정진호 PD "진상규명 통한 역사 바로알기 중요"
데이비드 밀러 박사 "새 사실 알아는 데 노력"

  • 승인 2019-11-24 22:50
  • 신문게재 2019-11-25 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기획]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학살 진실을 재조명하다-'런던에서 산내까지'

5. 평화와 치유의 공간으로



KakaoTalk_20191124_112532394
지난 15일 대전 산내 민간인 학살터에서 열린 세종 추모의집 임시 통합안치 추모식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울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진상 규명을 통해 희생자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아버지, 우리 아버지 누가 그랬어. 아버지 보고 싶어. 아버지…."

지난 15일 오전 대전 동구 산내 낭월동 13번지 일원인 민간인 학살터 추정지에서 또 한번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2015년 이곳에서 발굴된 유해 20구가 세종시 '추모의집'에 임시 통합안치되는 이날 희생자 유족들은 또 한번 채 치유되지 못한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려야 했다. 최대 7000여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발굴된 유해는 52구에 불과하다.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상당수 희생자의 유해는 산내 골령골에서 일어났던 국가 권력에 의한 민간인학살이 여전히 국가의 관심 밖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바로 미터다.



KakaoTalk_20191124_113003204
문양자 산내학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이 잠시 골령골을 떠나는 희생자 유해에 절을 하고 있다.
곤룡골이라는 본래 지명 대신 '뼈의 영혼'이라는 골령골이 더 익숙할 정도로 많은 영혼이 잠들어 있는 이곳이 희생자 추모를 넘어 평화와 치유의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이들이 있다. 짧은 시간에 놀랄 만큼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을 알리는 데 열중하고 있는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 정진호 PD와 데이비드 밀러 박사다. 지난달 영국 취재 일정을 마친 뒤 이들을 산내 학살지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해부터 산내 민간인 학살을 기록하는 데 열중인 정 PD는 이날도 카메라에 현장의 모습을 담는 데 한창이었다. 산내사건 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해 이날 추모식을 진행한 민중의 힘 등은 정 PD를 정겹게 맞이했다. 행정안전부와 함께 전국단위 위령시설 조성을 함께하고 있는 대전 동구 산내평화공원팀과도 익숙한 듯 지난 영국 취재기와 성과를 공유했다.

KakaoTalk_20191124_113029111
정진호(왼쪽) PD와 데이비드 밀러 박사가 추모식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서 일어난 비극을 몰랐다는 사실이 창피해 산내 골령골 학살을 알리기 시작한 정 PD는 줄기차게 이곳에 들어설 평화공원이 추모를 넘어 아픔을 치유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 PD는 "희생자 유족뿐 아니라 누구나 방문해 소풍이나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평화의 공간으로 조성돼 그곳을 많은 이들이 이용해야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이곳에서 일어났던 비극에 대한 확실한 진상규명이 이뤄져 국가 권력이 행한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이 역사를 바로 알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셰필드대에 보관 중인 자료 등을 바탕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재단을 설립하고 매년 시민이 기억할 수 있는 평화콘서트, 청소년 참여 대회 등을 기획하는 방향도 제안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영국 셰필드대 아카이브에 앨런 위닝턴에 대한 자료가 보관 중이란 걸 알아낸 데이비드 밀러 박사는 앞으로 한국전쟁과 관련된 또 다른 사실을 알아내는 데 노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나의 활동은 오래된 상처를 다시 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고통이 없도록 세세하게 살펴보는 것"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미래 세대에게 전쟁은 유감과 슬픔으로만 이야기되길 바란다. 평화라는 말은 쉬운 말이지만 진정한 이해 없이는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시기 대전지역 민간인 학살을 연구해온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임재근 교육연구팀장은 "내년은 한국전쟁 발발 70년이자, 민간인 학살이 일어난 지 70년이 되는 해"라며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대전 산내 민간인 학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영국에서 발굴해낸 알렌 위닝턴의 취재수첩 등 자료들은 한국전쟁과 대전 민간인 학살 등의 진상을 밝혀내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그 자료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연구해서 진상을 밝혀내는 데 단초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끝> 런던=임효인 기자



KakaoTalk_20191124_112535125
'런던에서 산내까지' 기획을 마무리하며 지난 15일 골령골 민간인 학살터에서 만난 데이비드 밀러(왼쪽) 박사와 정진호 PD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