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리뷰] 전자노트 작성을 통해 연구 품질을 높이자

  • 오피니언
  • 사이언스리뷰

[사이언스리뷰] 전자노트 작성을 통해 연구 품질을 높이자

  • 승인 2016-03-10 14:00
  • 신문게재 2016-03-11 23면
  • 이기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이기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 이기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 이기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배다리, 기중기 등을 발명한 조선시대 실학자이자 과학기술인이었던 정약용 선생은 둔필승총(鈍筆勝聰)이라는 말씀을 남겼다. '둔한 붓이 총명함을 이긴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열심히 기록하는 사람이 더 낫다는 뜻으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기록은 일상 생활에서도 번득이는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중요하지만, 문제해결을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과학기술분야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과학기술분야의 연구과정에서의 기록은 연구노트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연구노트는 연구자가 연구수행의 시작부터 연구개발 결과물의 보고, 발표 또는 지식재산권 확보 등에 이르기까지의 연구과정 전체에 대한 연구자의 기록을 의미한다. 즉, 연구과정 중에 발생하는 모든 기록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연구노트라 할 수 있다.

정부는 2007년부터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얻은 정보, 데이터, 노하우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연구성과의 지식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 등 사업화의 활용도 높이고자하는 목적으로 연구노트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출연연구소를 비롯한 모든 연구수행기관에서 연구자들이 연구노트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노트 도입 초기에는 연구내용을 공책에 수기로 기록하는 서면 연구노트를 주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연구데이터가 방대해지고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시뮬레이션이 일상화된 최근의 연구환경에서 수기로 작성하는 서면 연구노트는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작성된 연구노트 내용에 대한 검색 어려움, 보존 공간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최근에는 서면 연구노트 보다는 전자문서의 형태로 연구노트를 작성하는 전자연구노트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도 서면 연구노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2014년부터 전자연구노트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전자연구노트 작성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관련 교육,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전자연구노트 사용 확대를 추진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도입 1년 만에 특허청에서 선정하는 연구노트 활용 및 우수기관에 선정되었으며, 2015년에는 전체 연구원의 86%가 전자연구노트를 사용할 정도로 전자연구노트 작성이 대중화되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2014년 이후 전자연구노트 활용 실적에 대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자연구노트 사용을 통해 연구성과가 좋아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과제평가결과가 높은 연구과제일수록 그렇지 않은 연구과제에 비해 전자연구노트를 2.6배 더 사용했으며, 특허를 많이 출원한 연구과제에서 전자연구노트를 약 2.8배 더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연구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식 및 노하우를 전자연구노트로 정리하고 활용함으로써 체계적인 연구 수행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연구성과도 좋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허권 분쟁 및 선발명자 규명을 위해 전자연구노트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연구노트가 연구성과의 실용화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연구내용이 전자연구노트 형태로 작성됨에 따라 기록의 보존이 용이해지고 검색 및 활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는 매년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고 연구성과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예산 투자 방향을 전략화 하고, 성실실패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다양한 고심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연구자들의 전자연구노트를 작성하는 작은 습관이 연구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며, 전자연구노트 활용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이기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2.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3.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4.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5.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1.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2. 코레일, 겨울철 한파.폭설 대비 안전대책 본격 가동
  3.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4. 대전권 14개 대학 '늘봄학교' 강사 육성 지원한다
  5. '대덕특구 사이언스센터' 딥테크 혁신성장 허브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정부의 노동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과 제재 중심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인식과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222곳)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역인 충남에서 치사율 100%(급성형)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충남도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도내 양돈농가 등에 상황을 전파하고, 이동 제한 등 긴급 차단 방역에 돌입했다. 25일 도에 따르면, 총 463두의 돼지를 사육 중인 당진시 송산 돼지농가에서는 지난 17∼18일 2마리가 폐사하고, 23∼24일 4마리가 폐사했다. 농장주는 수의사의 권고를 받아 폐사축에 대한 검사를 도에 의뢰했다. 도 동물위생시험소는 폐사축에 대한 ASF검사를 진행, 이날 오전8시 양성 판정을 내렸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