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 관광기념품도 아이콘 있다…"이곳에만 있네" 부산 '오랜지바다'

  • 전국
  • 지역 연합속보

[마을기업] 관광기념품도 아이콘 있다…"이곳에만 있네" 부산 '오랜지바다'

  • 승인 2017-03-26 07:03
[마을기업] 관광기념품도 아이콘 있다…"이곳에만 있네" 부산 '오랜지바다'

2015년 1월부터 본격 영업…광안리해수욕장의 명소 돼 "재정 자립이 목표"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관광기념품은 '내가 그곳에 갔었다'는 증거이자 추억의 아이콘이다.

국내 주요 관광지에서 'ㅇㅇ관광기념'이라고 장소만 바꿔 쓴, 똑같은 대나무 효자손을 사는 게 무의미한 이유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근처에는 부산에 여행 온 사람들이 꼭 가본다는 관광기념품점 '오랜지바다'가 있다.

지난 22일 오후 해안도로 옆 3층짜리 건물의 1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산뜻한 수제비누 향기가 반겼다.







밝고 경쾌한 연주곡이 울려 퍼지는 매장은 오직 부산에서만 살 수 있는 기념품을 파는 마을작가들의 공방이다.

오랜지바다 남소연(48·여) 대표, 마을작가인 권해윤(52·여)·최종현(46)씨가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다.

카운터를 지키던 남 대표는 매장에 진열된 제품을 살피며 "저는 대표이기보다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입니다"라며 웃었다.

최 작가는 해수욕장이 훤히 보이는 책상에 앉아 수채화 붓으로 스케치북에 산호와 고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념품 엽서에 넣을 그림이다.

주섬주섬 작은 주머니를 챙기던 권 작가는 "조개껍데기 주우러 갔다 오겠다"며 바다로 향했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권 작가는 광안리 바다의 조개껍데기, 해초, 모래 등으로 기념품을 만들고 있다.







오랜지바다의 관광기념품은 부산과 광안리 앞바다를 주제로 하는 엽서, 우표, 타일 자석, 발효 제품, 목공, 도자기, 가죽, 금속 등으로 다양하다.

2천원을 내면 그 자리에서 직접 나만의 엽서를 만들어 매장 입구 옆 우체통에 넣을 수 있다. 3만원짜리 도자기 비누받침도 있다.

평일에도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대구에서 휴가를 내 부산에 왔다는 김지은(26·여)·조미혜(26·여) 씨는 "그동안 다녀본 여행지에서 여기처럼 특색있는 기념품을 파는 곳은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우연히 들리는 손님도 있지만 부산 이외의 지역에서 자주 찾아와 단골이 된 손님이 꽤 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윤채영(54·서울) 씨는 "부산에 올 때마다 들러 제가 직접 쓰거나 주변에 선물할 기념품을 산다"며 "구매하지 않아도 매번 달라진 기념품을 구경하는 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주가 30여 명인 오랜지바다는 2014년 11월 수영구의 마을기업으로 설립됐다. 2015년 1월부터 현재의 임대 건물에서 본격 영업을 시작했다.

베테랑 서양화가는 물론 저마다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 중이거나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던 작가들이 오랜지바다를 통해 동료가 됐다.

남 대표와 매장을 둘러보는 중에 서양화가 정명란(57·여) 씨가 불쑥 들어와 인사를 건넸다.

정씨는 "일년 전 우연히 산책하다가 들른 게 계기가 돼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며 "여기 오고서야 남 대표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걸 알았다"고 자랑했다.







이렇게 오가며 친분을 쌓은 마을작가 70여 명이 오랜지바다의 각종 기념품을 만드는 데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념품 판매가격에서 엽서나 우표는 5%, 공예품은 60%가 작가들의 수수료로 지급된다.

개업 이후 신용카드로 결제한 손님 기준으로 이날까지 2년 넘는 기간 동안 1만 명 이상이 찾았다.

건물 2층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미술대학 대학생에게 무상으로 내줘 자신들의 작품을 마음껏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좁지만 아늑한 3층은 작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이다.

오랜지바다는 매년 10월 말에 광안리 앞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부산불꽃축제 때 단돈 2천원만 받고 손님을 받아 마음껏 불꽃놀이를 관람할 수 있게 해주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랜지바다는 2014년 5천만원, 2015년 3천만원 등 두 차례의 정부 지원금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우수 마을기업으로 뽑혀 5천만원을 또 받았다.

우표와 엽서를 소재로 하는 공모전에도 당선되는 등 크고 작은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입소문도 탔고 지원금도 꽤 받았지만 앞으로 가장 큰 과제는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이다.

과도한 임대료 상승으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는 없지만 현재 입주한 건물의 임대계약이 2년 단위로 갱신 중이다.

오랜지바다와 광안리해수욕장은 지금의 위치에서 최적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에 다른 곳으로의 이전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남소연 대표는 "오랜지바다가 오래 부산 관광기념품의 대명사가 되도록 내부적으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pitbul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내홍' 뚫고 정상화 시동
  2.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3.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4. 세종시, 2025년 '규제혁신+투자유치' 우수 지자체 영예
  5. 대전인자위, 지역 인력수급 변화·일자리 정책 방향 모색
  1. 보이스피싱에 속아 빼앗긴 3900만원 대전경찰이 되찾아줘
  2. 제2회 국민통합포럼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조건과 국정리더십의 과제
  3.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4.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5. '스포츠세종 포럼' 2025년 피날레...관광·MICE 미래 찾기

헤드라인 뉴스


트램 1900억 세종의사당 956억…충청 성장판 놨다

트램 1900억 세종의사당 956억…충청 성장판 놨다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에 대전 트램 1900억원,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원, 대통령 세종집무실 240억원 등 충청 현안 추진을 위한 국비가 각각 확보됐다. 또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사업 547억원, 청주공항 민간활주로 5억원, 세종지방법원 10억원도 반영됐다. 충청권 각 시도와 여야 지역 의원들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728조원 규모의 2026년 정부예산안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충청권 현안 사업이 포함됐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예산 국회 속 충청권이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대한민국 호(號) 신성장 엔진 도약..

[르포] 일본의 가락시장 도요스, 유통 시스템은 정반대?
[르포] 일본의 가락시장 도요스, 유통 시스템은 정반대?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동해를 사이에 둔 지리적 특징으로 음식과 문화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 모두 기후 위기로 인해 농산물의 가격 등락과 함께 안정적 먹거리 공급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유통시스템 개편을 통한 국가적 공동 전략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도일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4박 5일간의 일본 현장 취재를 통해 현지 농산물 유통 전략을 살펴보고, 한국 전통주의 새 활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도요스 중앙 도매시장의 정가 거래..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지방소멸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남 금산군이 '아토피자연치유마을'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국 인삼의 80%가 모이며 인구 12만 명이 넘던 금산군은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 저출산의 가속화로 현재는 인구 5만 명 선이 무너진 상황이다. 금산군은 지방소멸 위기를 '치유와 힐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아토피·천식안심학교' 상곡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금산에 정착하고 있는'아토피자연치유마을' 통해 지방소멸의 해법의 가능성을 진단해 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