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안의 세상만사]동상, 너는 어디서 왔니

  • 사회/교육
  • 미담

[임병안의 세상만사]동상, 너는 어디서 왔니

  • 승인 2018-01-17 07:12
  • 신문게재 2018-01-17 2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KakaoTalk_20180117_070050050
윤봉길 의사상을 중심으로 선호영 박사, 이복순 여사, 이기석 박사, 임창봉 독림가, 이병익 박사, 이구열 회장 동상.
작년 한때 대전에 있는 동상(銅像)을 찾아다녔다. 사람의 형상을 한 청동 조형물, 동상이 있는 곳이라면 학교든 병원이든 찾아 미술품을 관람하듯 관찰했다. 대전에는 동상이 꽤 많은데 대략 30여 곳에 다양한 인물이 조각돼 있다. 동상은 누가 만들어 왜 대중 앞에 내어놓았을까?

동상의 의미와 목적을 단박에 설명해주는 게 중구 한밭종합운동장 충무체육관 앞에 윤봉길(1908~1932) 의사 동상이다. 오른손에 수류탄을 들고 힘차게 던질 것 같은 역동적인 이 동상은 1972년 제작된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인체형상 중 하나다. 거북선 모양의 지붕을 씌운 충무(忠武)체육관 앞에 윤봉길 의사 동상이 있고, 그 옆에는 충무로라는 도로가 있으며, 교차로 이름은 충무로네거리다. 1970년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실내체육관 초입에 동상을 세워 민족의 자주독립과 항일정신 메시지를 동상을 통해 시각화했다.



따지고보면 동상으로 인물을 기억하는 문화는 왠지 낯설다. 계룡산 남매탑이나 갑사의 공우탑처럼 무엇인가 기릴 때 전통적으로 사용한 방법은 위패를 모셔 제향하거나 이름과 행적을 기록한 비석과 탑을 거리에 세우는 것이었다. 동상을 세워 역사 속 인물을 현시대에 소환하는 일은 1900년대 초 근대문물과 함께 들어온 것으로 근대 조각세계의 선구자가 충북 청원 출신의 김복진(1901~1940) 조각가라는 점도 흥미로운 일이다.

현대시대의 대전 동상은 어디에 어떻게 있을까.



48년 동안 충청·호남 지역을 돌며 선교와 교육사업에 매진했으며, 1959년 대전대학(현 한남대)을 설립한 한국명 ‘인돈’ 미국명 ‘윌리엄 린튼’(1891~1960) 박사, 대전이안과병원을 세우고 대전보건대를 설립했으며, 충남 공주에 국내 최대 자연사박물관을 세운 이기석(1923~2005) 박사, 동방산업·동방개발·가보식품 등을 창업했고 동방여고와 여중 그리고 혜천대학을 설립한 이병익(1929~2012) 박사가 각각 그들이 세운 학교에 동상이 있다. 서구 장태산자연휴양림에서는 독림가 임창봉(1922~2002) 선생의 동상이 입장객과 눈을 맞추고 중구 대전선병원 입구에서는 병원을 설립한 선호영(1925~2004) 박사의 동상이 “우리는 찾는 모든 이들에게 언제나 제약 없이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하고 있다.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는 김밥할머니로 알려진 이복순 여사의 흉상이 있으며 이는 대전에 몇 안 되는 여성 동상이다.

동상의 시대는 이제 기업인에게로 넘어왔다. 옛 대전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터미널을 만든 요셉 이구열(1924~2011) 회장과 계룡건설 이인구(1931~2017) 명예회장이 동상을 남겼다.

2018년 우리 손으로 동상을 세운다면 그 대상은 누가될까. 어른으로 덕망을 받아오던 이들이 비위가 드러나며 한순간에 권위를 잃어버리는 시대다. 당신에게 동상을 세울 투표용지 한 장이 있다면 누굴 적겠는가. 적을 이름이 있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구미, 주민안전 무시한 보행자 보도정비공사 논란
  2. [대입+] 종로학원 2026 수능 가채점 정시 분석… 서연고 경영 280점대, 의대는 290점 안팎
  3. 세종시 어린이들의 '가족 사랑' 그림...최종 수상자는
  4. 초록우산 박미애 본부장, '시낭송 상금' 100만 원 기부 귀감
  5. 한남대, 2025 산학프로젝트 챌린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1. 건보공단, 미혼 한부모가정 위한 따뜻한 지원 눈길
  2. 충남대, 중국약과대학과 협약…바이오 재료·약학 분야 공동 연구 추진
  3. 세종충남대병원, '당뇨병 예방과 공연' 이벤트..건강한 삶 이끈다
  4. 세종도시교통공사, 저출산·지방소멸 해결 위한 시민 소통 강화
  5. 세종테크노파크, 네트워킹데이 개최...입주기업 성장 돕는다

헤드라인 뉴스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한 정시 합격선 예측에서 서울 주요 대학의 경영·의학계열 합격선이 280~290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문과 지원확대와 의대 정원 원복, 탐구영역 선택 변화 등으로 인해 정시 지원전략에서 문·이과 모두 경쟁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종로학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어·수학·탐구(2) 원점수 합 기준으로 서울대 경영대학 합격선이 284점, 연세대·고려대 경영이 280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이 279점, 서강대 경영학부 268점, 한양대 정책학과..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활약에 힘입어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9월과 10월 A매치에서는 스리백을 시험했지만, 이날은 포백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손흥민을 원톱에 세운 뒤 2선에 황희찬과 이재성, 이강인을 배치해 공격 라인을 꾸렸다. 중원조합은 김진규와 원두재를 내보냈고, 포백라인은 이명재, 김태현, 김민재, 김..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을 앞둔 대전 중구 대흥동의 애물단지인 메가시티 건물이 기피시설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미래 첨단 산업 및 도시재생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를 만나 대전 중구 대흥동에 인공지능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메가시티 건물은 2008년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