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현충원 묘역 공사중 분청사기 파편 출토

  • 사회/교육
  • 미담

대전현충원 묘역 공사중 분청사기 파편 출토

잘못 구워진 토기 버리는 폐기장 추정
주변 가마터 존재 추정되나 발굴조사는 없어
둘레길에 옛 토기파편 그대로 노출돼 훼손 우려
"문화재적 가치는 높지 않으나 보존조치 진행중"

  • 승인 2018-02-10 11:15
  • 수정 2018-02-10 11:23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국립대전현충원 묘역 확충공사 현장에서 조선시대 분청사기 흔적이 다수 발견돼 관심을 받고 있다. 깨진 분청사기 조각들이 대량으로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잘못 구워진 작품들을 버리던 폐기장인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에 조선시대 백자나 분청사기를 굽던 가마터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더 세밀한 현장보존 필요성이 제기된다.

제목 없음111
현충원 묘역확충 공사중 발견된 옛 그릇의 파편들.
대전현충원이 제7묘역을 확장하기 위해 지반 정리작업을 진행하던 곳에서 사기그릇 파편이 대량으로 출토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파편들은 손바닥 절반 정도의 크기로 굴곡진 모양에서 사기그릇의 일부분임을 육안으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비교적 온전한 그릇 모양의 파편부터 그릇의 밑동으로 여겨지는 조각들이 다수 발견됐으며, 유약을 바르고 무늬를 입힌 특징이 분청사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분청사기는 백토로 분장한 회청색의 사기를 말하는 것으로 조선 초기 토속적이며 대중적인 도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08년 발간한 ‘계룡산 분청사기’에 의하면 계룡산 기슭에는 공주 반포면 하신리를 포함해 40여 기의 가마터가 존재하며 현장에서는 대부분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가 수습됐다고 설명하고 하고 있다.

특히 계룡산국립공원 입구 방향의 공주 학봉리 가마터(요지·사적 제333호)는 철화분청자의 대표적 생산지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다. 학봉리 가마는 대체로 15세기 초에 시작돼 16세기 전반경까지 자기 생산이 활발했던 곳으로 자유분방한 무늬와 흑백의 조화를 이루는 선명한 색채, 거칠고 빠른 붓놀림이 특징인 공주를 대변하는 문화유산이다.



이번에 사기조각들이 발견된 대전현충원 현장 역시 계룡산의 일부이자 갑하산 하단부다. 특히, 사기조각 폐기장으로 추정되는 곳이 현충원 내 보훈둘레길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현장보존이 어려운 실정이다. 깨진 그릇들이 흙과 함께 어지럽게 쌓여 있고 절개된 흙벽에는 옛 토기 파편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모습이 맨눈으로 관찰된다.

제목 없음222
분청사기 파편이 쌓인 현장에 안내문.
대전현충원은 현장에 안내표지판을 내걸어 “(현충원 조성부지)갑동 평전말 마을에 그릇을 만드는 사기소가 있었던 곳으로 점말이라고 불렸다”고 설명하고 “특이사항이 없으나 보존될 수 있도록 협조 바랍니다”라고 당부하고 있다.

대전현충원은 문화재 지표조사를 통해 발굴된 파편들이 조선시대 말 분청사기의 일부임을 확인하고 대전시에 보고했으며, 적정한 조사·기록 후 보존조치를 취하고 있다. 분청사기 파편과 폐기장 추정지까지 발견되면서 인근에 옛 형식을 유지한 가마터까지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더이상의 발굴조사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충원 일대가 자연보호구역이어서 임의로 문화재 발굴을 위한 자연훼손을 할 수 없고, 추가 묘역개발도 없을 예정이어서 사전 문화재지표조사 계획도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발견된 옛 분청사기 현장도 훼손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많은 시민이 찾는 보훈둘레길에 옛 분청사기 폐기장 추정지가 그대로 노출돼 있어 누군가 손을 대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둘레길 보행자들이 토기파편을 호기심에 주워가거나 현충원 사무실에 직접 가져오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대전 서구 장안동에 백자가마터가 2000년 충남발전연구원에 의해 발굴돼 기념물로 지정됐고, 중구 정생동에서는 16세기 후반의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가마터(길이 26m)와 폐기장이 함께 출토된 바 있다.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묘역을 개발하는 부지 내에서만 문화재조사를 할 수 있어 주변에 가마터가 있을 것으로는 추정되나 아직 조사되지는 않았다”며 “대전시에 보고해 문화재적 가치는 높지 않으나 유래를 남길 수 있도록 현장을 보존하라는 전달을 받아 표지판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1.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2. 더이상 세종시 '체육 인재' 유출 NO...특단의 대책은
  3.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4.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5. 세종시 교통신호제어 시스템 방치, 시민 안전 위협

헤드라인 뉴스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가운데 1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다시 한번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높다.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좀 더 진일보된 내용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대 정부 최초로 전 국민에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2주 차 부처 업무보고가 16일 시작된 가운데 18일에는 행정안전부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대전과 충남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추가 발언을 할지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하기 위해..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2026년 세종시 행복도시 신도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치며, 내년 청사진을 그려냈다. 이에 본지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각 생활권별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행정수도 진원지 'S생활권', 2026년 지각변동 오나 2. 신도시 건설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변화 요소는 3. 정부세종청사 품은 '1~2생활권', 내년 무엇이 달라지나 4. 자족성장의 거점 '3~4생활권', 2026년 던져진 숙제..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