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목격자'- 난 상훈에게 감정이입이 안되던데

  • 전국

영화 '목격자'- 난 상훈에게 감정이입이 안되던데

  • 승인 2018-08-27 18:02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201808270815319392_1
연합뉴스 제공
아파트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왔다. '생활밀착형 스릴러'를 내세운 '목격자'다. 사실 아파트만큼 살기 편리한 곳도 없다. 관리비만 내면 관리사무소에서 알아서 소독하고 수거하고 고쳐주고…. 거기다 택배 물품, 배달음식 시켜먹기도 수월하고. 특히 혼자 사는 여자들에겐 꽤 안전한 공간이다.

13년 전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엔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서 살았다. 진작부터 좀 더 깨끗한 곳으로 이사하고 싶었지만 집 알아보고 이사하는 과정이 엄두가 안 나 그냥 뭉개고 차일피일 미뤘다. 그렇다고 마음 편히 산 것도 아니었다. 늘 불안감을 안고 지냈다. 혼자 사는 여자들이라면 겪을 법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여름에 출근하려고 화장하고 있는데 창밖에서 낯선 남자가 내 집안을 들여다보는 걸 목격했다. 소름 끼치는 건 그 남자가 내 시선과 딱 마주쳤는데도 피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는 거였다. 너무 놀라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그 뒤로 이사하기 전까지 때때로 악몽을 꿨다. 수시로 현관문 잠금 장치를 확인하는 버릇도 생겼다. 아파트로 이사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영화 '목격자'는 안락한 주거공간인 아파트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 '목격자'를 보면서 속이 터지는 줄 알았다. 몇 번이나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물론 관객인 나로선 전지적 관찰자 시점이므로 앞뒤 상황을 다 알고 본다. 하지만 극적인 전개를 위해 억지와 무리수를 둔 점이 너무 거슬렸다. 영화 보는 내내 나 자신한테 물었다. 내가 상훈(이성민)이라면 어떻게 할까. 영화는 살인 사건의 목격자로서 범인과 눈이 마주친 상훈의 일련의 행동에 동참하라고 다그친다. "나는 그냥 내 가족을 지키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상훈에게 감정이입이 안됐다. 아무리 공권력을 믿지 못한다 해도 그 상황에서는 신고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답답함이 앞섰다.

영화는 몇 년 전 우면산 산사태도 복기했다. 감독은 스릴러 영화를 표방하면서 이것저것 사회적 문제를 버무렸다. 물질적 욕망의 집합체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범죄 앞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사회 시스템의 부재 등등. 감독의 과잉된 의욕으로 말미암아 영화는 이도저도 아닌 그저그런 영화가 돼버렸다. 작품성과 흥행을 쥐려다 보니 배가 갈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형국이다.

하여간 아파트도 안심할 곳은 못 되는 모양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라는 폐쇄된 장소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낯선 이와 좁은 공간에서 몇 초간의 동행은 얼마나 어색하고 긴장되는 순간인가. 이웃과의 교류가 가능한 곳이 범죄의 공간이 될 수 있다니 말이다. 익명성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의 상징이 돼 버린 곳 아파트. 그래서 더 살기 편한 곳인지도 모르겠다. 사족. 만약 범죄에 노출됐을 때 '살려달라'는 말보다 '불이야'라고 외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러면 사람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올 거 같은데. 종종 생각하는 거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전례없는 늑대 포획 계획에 커지는 수색방식 논란
  2. 민주당 세종시의원 10개 선거구 '본선 진출자' 확정
  3. 이춘희→조상호 향해 "헛공약·네거티브 전략" 일침
  4. 지역 학원가 '동구 글로벌 드림캠퍼스' 운영 방식 항의서한
  5. 김도경 초대회장 “회원들의 든든한 울타리, 대전경제 새역사 쓰겠다”
  1. 대전동물원 '늑구' 생포 직전 포위망 달아나… "건강·은신구역 확인, 포획 가능성↑"
  2. 취업 후에도 학자금 상환에 허덕이는 청년들…미상환 체납액 역대 최대
  3.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피엑스프리메드'에 1억 원 시드 투자
  4. 양승조·용혜인, '산업혁신·기본사회·민주분권' 결합한 정책협약 체결
  5. [사설] 행정수도 특별법 '법안소위' 이제 끝내야

헤드라인 뉴스


2029년 `서울 청와대→세종 집무실` 대통령 시대 요원

2029년 '서울 청와대→세종 집무실' 대통령 시대 요원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에서 시작된 '청와대 이전' 움직임이 이재명 새 정부에서 어떻게 완성될지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은 광화문 시대를 준비했으나 좌절됐고, 윤석열 전 정부는 용산 시대를 열었으나 결국 얼룩진 역사만 남겼다. 이재명 새 정부는 올 초 도로 청와대로 컴백한 만큼, 2030년 임기까지 판을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정치권 등 기득권 세력들은 여전히 대통령실의 지방 이전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의 14일 긴급 브리핑이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편의점 업계 비닐봉지 가격 인상·발주량 제한에 편의점주들 `예의주시`
편의점 업계 비닐봉지 가격 인상·발주량 제한에 편의점주들 '예의주시'

편의점 업계가 매장에서 쓰는 비닐봉지 가격을 인상하거나 발주량을 제한하고 나섰다. 중동 전쟁으로 비닐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격히 오른 데 따른 조치인데, 편의점주 등은 고정 지출이 커지진 않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다. 1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최근 매장에서 점주들이 쓰레기를 담을 때 사용하는 비닐봉지 가격을 최대 39% 인상했다. 세븐일레븐이 점주에게 제공하는 비닐봉지는 50매 묶음으로 총 네 종류다. 검정 비닐봉지 큰 사이즈는 77원에서 106원으로 37.7% 인상했으며 작은 사이즈는 57원에서 78원으로..

학교에서 또… 계룡 교사피습에 도교육청 예방 체계 미흡 지적
학교에서 또… 계룡 교사피습에 도교육청 예방 체계 미흡 지적

충남 계룡 교사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육현장의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형태는 다르지만 과거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어 충남교육청의 시스템 구축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충남 학생인권조례도 교사 신변보호에 제약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인 13일 오전 8시 40분께 계룡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와 상담을 하던 학생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교사에게 해를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교사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생은 중학..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 대전시 선관위, 지방선거 50여일 앞두고 투표참여 캠페인 대전시 선관위, 지방선거 50여일 앞두고 투표참여 캠페인

  • 초여름 날씨에 등장한 반팔 초여름 날씨에 등장한 반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