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권력과 관계의 미시적 관찰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권력과 관계의 미시적 관찰

-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 승인 2019-03-07 14:40
  • 신문게재 2019-03-08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더페이버릿
이 영화는 왕실의 권력을 다루면서도 대단히 미시적입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은 소식으로나 들려옵니다. 권력을 얻기 위한 투쟁과 그를 통해 부각되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 속 남성들 역시 주변적입니다. 권력을 소유한 앤 여왕과 그 권력을 대신 행사하는 사라,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애비가일 모두 여성입니다. 영화는 미시적 관찰을 통해 권력을 둘러싼 이 세 사람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서사의 전개는 애비가일을 중심으로 합니다. 그녀는 미천한 신분으로 궁궐에 들어와 서서히 권력에 가까워집니다. 관객들 또한 애비가일을 따라 영화의 공간과 사건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앤 여왕과 사라가 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진실을 말하며 엄마가 아이를 대하듯 여왕을 돌보는 사라. 그러나 권력은 여전히 여왕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냉정하고 단호한 사라의 태도는 여왕으로 하여금 새로운 인물 애비가일에게 기울도록 만듭니다.

애비가일은 진실하지 않습니다. 여왕의 권력을 이용해 신분을 회복하려 합니다. 여왕에게 예쁘지 않은데 예쁘다고 말합니다. 수세미 같은 머릿결을 곱다고 칭찬합니다. 징그러운 토끼도 좋아한다고 합니다. 기이한 것은 그녀의 가식을 알면서도 용인하는 여왕의 모습입니다. 사라에 대한 질투와 미움의 감정이 여왕을 그렇게 하도록 합니다. 드디어 애비가일은 귀족의 신분을 얻고 경쟁자 사라도 몰아냅니다. 그러나 권력은 애비가일의 것이 되지 못합니다.

여왕은 비참합니다. 자식을 잃고, 극심한 통풍으로 걷기조차 힘듭니다. 미모도 언변도 리더십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권력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집착에 가깝습니다. 아이처럼 매달리고 울면서도 연인인 사라와 애비가일을 잔인하게 짓밟습니다. 배우 올리비아 콜맨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걸맞은 명연으로 앤 여왕의 이런 모습을 표현합니다.



영화 속 카메라는 마치 내시경과 같습니다. 웅장한 궁궐과 화려한 복색에 둘러싸인 권력의 이면 풍경을 샅샅이 보여줍니다. 때로는 거리를 두고, 때로는 근접해서, 그리고 부감과 앙각을 통해 인물의 정황과 심리, 관계를 관찰합니다. 여기에 고전적인 음악과 현대적인 음악을 교차하거나 교합함으로써 긴장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영화는 권력의 무상함과 함께 그것을 둘러싼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들여다보게 합니다.

김선생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임채성 세종시의회의장, 최 시장 향해 강도높은 비판
  2. '최민호 시장' 단식 중단...시민들에게 어떤 메시지 남겼나
  3. 아산시의회, 주요 사업장 방문
  4. 천안 빵의 모든 것…맛보고 즐기는 '빵빵데이 천안' 개막
  5. 단국대,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업무협약 체결
  1. 상명대 패션디자인전공, 졸업작품 'Spin-off Project' 개최
  2. 하나은행, 천안시 장애인 취약계층 위해 1000만원 기부
  3. 천안시의회 유영진 의원, 성성호수공원 명품화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
  4. 문진석 의원, “LH, 수도권 집중화 벗어나 국토균형발전 위한 전면적 정책변화 필요”
  5. 대전 대덕구 중리동,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박차

헤드라인 뉴스


[2024 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걷기] 호국영웅 추모하며 현충원의 가을 정취 만끽

[2024 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걷기] 호국영웅 추모하며 현충원의 가을 정취 만끽

가을의 절정을 맞아 가족·연인들이 함께 보훈둘레길을 걸으며 건강도 다지고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색 걷기행사가 열렸다.12일 국립대전현충원(이하 대전현충원)에서 개최된 '유성구-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함께 걷기대회'에는 대전 시민·보훈단체 등 3000여 명이 참여해 큰 호응을 얻었다.대전현충원은 시민들이 현충원을 친근하게 찾아올 수 있도록 2018년 10㎞에 이르는 보훈둘레길을 완성하고 해마다 다양한 걷기행사를 개최해왔다. 올해는 처음으로 유성구와 공동으로 주최하고 중도일보가 주관하면서 행사 규모를 더욱 확대한 것이다.순국선열..

이장우 시장, 최민호 시장 단식현장 방문…정책방향 지지보내
이장우 시장, 최민호 시장 단식현장 방문…정책방향 지지보내

이장우 대전시장이 10일 국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하자 마자 최민호 세종시장의 단식 호소 현장을 방문, 최 시장의 정책방향에 힘을 실어주었다. 가장 인접한 광역단체장으로서 단식하는 최민호 시장을 걱정해 국외출장 후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이장우 시장은 이자리에서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는 세종시가 가진 도시기반시설을 활용해 도시브랜드를 높이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최근 전국적으로 여가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종시는 이미 좋은 정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느 정책이..

충주 옛 조선식산은행, 90년 만에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변신
충주 옛 조선식산은행, 90년 만에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변신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자본을 수탈했던 충주 구 조선식산은행이 90년 만에 지역의 새로운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탈바꿈한다. 충주시는 10일 구 조선식산은행 건물을 '관아골 아트뱅크 243'이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관아골 아트뱅크 243'이라는 새 이름에는 근현대의 역사적 의미와 관아골이 지니는 상징성이 함께 담겨 있다. 시에 따르면 본관은 공연과 전시를 위한 복합문화 공간시설로, 별관은 청년 거점시설로 청년들의 다원창작 공간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로써 과거 수탈의 상징이었던 조선식산은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강 작가의 도서는 품절입니다’ ‘한강 작가의 도서는 품절입니다’

  • 호국영웅 추모하며 ‘유성구-대전 현충원 보훈길 함께 걷기 성료’ 호국영웅 추모하며 ‘유성구-대전 현충원 보훈길 함께 걷기 성료’

  • 청소년을 위한 중부권 최대 진로직업 체험 박람회 청소년을 위한 중부권 최대 진로직업 체험 박람회

  • 성심당 임산부 프리패스 혜택 ‘눈길’ 성심당 임산부 프리패스 혜택 ‘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