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레터] 그냥 사람

  • 문화
  • 영화/비디오

[시네레터] 그냥 사람

- 영화 <미성년>

  • 승인 2019-04-25 15:54
  • 신문게재 2019-04-26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미성년
사람은 시간 속에서 살아갑니다. 태어나 아이로 자라다 청소년이 되고, 또 스무 살부터는 성인이라 합니다. 하지만 도대체 어른이란 어느 정도가 되어야 부를 수 있는 말일까요? 성장영화이기도 한 이 작품은 이런 물음을 던집니다.

이미 중년이 되었건만 아내도, 고등학생 딸도 있는 처지에 바람이 난 남자. 이 사실을 알게 된 딸은 어른보다 사려 깊어 엄마가 알지 못하기를 바랍니다. 첫 장면 아빠가 엄마 아닌 여자를 만나는 곳을 들여다보는 주리의 시선은 영화 내내 이어집니다. 알고 있는 딸에게 모를 거라 생각하며 겉만 빙빙 도는 대화를 던지는 아빠를 보며 관객은 실소하게 됩니다. 저 사람 딸만도 못하네. 철이 없기로는 바람의 상대인 여자도 마찬가지. 대책도 없고, 몸 관리도 못하면서 아이를 낳기로 합니다. 여기도 고등학생 딸이 엄마보다 낫습니다. 어떻게 할 건지, 애 아빠는 엄마랑 결혼한다는지, 그쪽 가족과 결별한다는지 묻습니다. 엄마는 아무 말도 못합니다. 그저 사랑이라 믿는 것 하나만 붙드는 엄마는 위태롭기 짝이 없습니다.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과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처럼 속 깊은 아이들. 세상은 이렇게 모순 속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나이에 선을 그어 성년, 미성년으로 구분하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가릅니다.



딸과 엄마, 그리고 아빠. 또 다른 쪽의 엄마와 딸. 영화는 이 다섯 사람의 관계를 촘촘하게 엮어갑니다. 이들이 서로 만나 대화하고 갈등하고 화해하는 것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그려냄으로써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나 악인들의 패륜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맨 안쪽 가운데 있는 아빠이자 남편이자 바람난 남자가 가장 입장 난처한 존재입니다. 원인 제공자이면서도 사태 해결에 가장 무기력합니다. 엄마들의 갈등과 화해는 전형성을 벗어나 입체적이고 개연성 있습니다. 딸들은 어느 면에서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더구나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입시 준비생들이니까요. 가장 먼 관계인 이들은 가장 크게 갈등하면서도 어른들의 아픔과 모순을 끌어안습니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는 것을 성장이라 합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과연 성숙할까요? 그냥 사람일 뿐 아닐까요? 흔들리고, 실수할 수 있는 그런. 반대로 어려도 남의 아픔을 생각하고, 품을 수 있다는 걸 영화는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남한산성>(2017), <1987>(2017) 등에서 열연한 배우 김윤석이 내공 있는 연출력을 발휘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수영구,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시 50만원 지원
  2.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3. 천안신방도서관, 2026년에도 '한뼘미술관' 운영
  4.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2025년 평생학습 사업 평가 협의회 개최
  5. 세종충남대병원, 공공보건의료계획 시행 '우수'
  1. 2026년 어진동 '데이터센터' 운명은...비대위 '철회' 촉구
  2. 종촌복지관의 특별한 나눔, '웃기는 경매' 눈길
  3. [중도일보와 함께하는 2026 정시가이드] '건양대' K-국방부터 AI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
  4. 유철, 강민구, 서정규 과장... 대전시 국장 승진
  5. ㈜상록골프앤리조트, '가족친화인증' 획득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